신혼 때 엄마는
참깨를 볶아 커피병에 담아
두병씩 주시곤 했다
하나는 깨소금, 또 하나는 통깨
항상 챙겨 주시던 엄마가
어느 날
그냥 깨를 주시며 이젠 직접 볶아 먹으라고 하신다
깨끗이 씻는 방법을 알려 주시기에
살림에 취미 없는 나는 대충 귀 밖으로 듣고는
걱정을 하지 마시라고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는데...
깨를 복아야 하기에
수돗가 에서 바가지에 깨를 넣고 물을 넣으니
깨가 전부 동동 뜨고 있다
깨를 주실려면
올바른 걸 주시지
전부 다 쭉정이만 주셔서 전부 다 물위에 뜬다고
혼자서 궁시렁 거리며
물을 졸졸 따르니 물위에 떠 있던 깨가 다 떠내려 간다
또 다시 물을 넣고
흔들어서 물을 따르니 깨가 떠내려 간다
마침 우리 집에 오신 옆집 할머니
" 아이구 이 아까운걸 왜 다 버린데?"
" 할머니 이게 다 쭉정이예요"
할머니가 수돗가에 있는 깨를 집으시기에
쭉정이를 잡수시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물을 쫙 뿌리니 깨가 다 떠 내려 간다
" 에구 아까분 것, 아까분 ..것"
여러번 반복을 하다 보니
바가지에 남아 있는 건 모래.. 흙과 모래 뿐이다
혼자 툴툴 거리며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 엄마, 깨를 주시려면 좋은 걸 주시지 왜 쭉정이 뿐이야?"
" 그건 쭉정이가 아닌데 그래서 다 버렸어?"
울 엄마
얼마나 한심 하셨을까
철부지 딸이 일찍 결혼을 하고
더구나 맏 며느리로 시집을 갔으니 밤 잠 이루지 못 하고
딸 교육 엄망 이라 밥도 할 줄 모른다고 핀잔 하실
시댁 어른 들께 늘 죄인 같은 마음 이셨단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인생의 황혼길에서
참깨를 보며.. 엄마 생각을 하며...
철 없던 나를 뒤 돌아 보며........
예 삐.
카페 게시글
*06*커피향기사랑방
옛날 옛적에..( 참깨 이야기)
예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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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22 10:4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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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컴을 몰라서 기다려야 하는줄 알았어요/ 잘읽고갑니다 좋은하루되십시요
얘가요 갑자기 성질이 급해 졌나봐요 본문 쓰기도 전에 올라가 버리더라구요 ㅎㅎㅎㅎ
근디 참깨를 만저본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누구나 다 해본건데 언니의 새삼 참깨이야기를 들으니 원니의 깊은 마음이 갑자기 궁금해지네염~ 글 잘 읽었어용~ 문안 인사 하고 갑니데이....
으구 사고뭉치 언냐````````` 쯔쯔 제목만 보구도 감잡아서 ㅎㅎㅎㅎㅎ 귀여븐 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