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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18 16:18 |
이화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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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천수만에서 정부의 생태자연권역 지정에 반발해 지역주민이 철새 서식지를 불태우는 일이 일어났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과 태안군 남면 주민 400여명은 부석면 가사리에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정 반대를 위한 집회를 갖고 철새 서식지인 가사천변 갈대숲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른 것이다. 이 불은 갈대숲 등 1,000여평을 태운 뒤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40여분 만에 진화됐다. 주민들은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지역은 레저특구 개발계획 등의 걸림돌이 되어 주민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서산시와 태안군에는 레저특구와 기업도시의 건설 계획이 있는데 이번 환경부의 1등급 권역 지정을 공고함에 따라 개발사업 자체가 힘들어질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번 천수만 사태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생태자연도란 과연 무엇인가?
생태자연도란 환경부가 전국의 산, 하천, 농지, 도시를 식생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분포, 습지, 자연경관을 토대로 4개 등급으로 분류한 것이다. 예를 들어 토종 어류가 20종 이상 서식하는 하천이나 1만마리 이상의 철새도래지는 1등급으로 분류돼 개발행위 대신 자연 생태환경의 보완이나 복원만 가능하다. 이번 초안에 따르면 1등급 권역은 전국의 9.4%, 2등급 39.2% 3등급 44.7% 별도 관리지역 6.7%로 나타났다. 강원도는 이번에 생태자연도(안)에서 도내 전체 면적의 62.1%(1등급 28.5%, 2등급 33.9%)가 1,2급지로 지정되어 있다. 생태자연도(안)4월 25일부터 5월 13일까지 국민공람공고를 거쳐 지자체 등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9~10월 경에 확정 고시 할 예정이다.
기업도시 신청 부지 중 영암과 태안 1등급지 많이 포함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부지 8곳 중 전남 영암 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와 충남 태안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1등급지에 가장 많이 포함되어있다. 영암 해남 기업도시는 전체 3300만평의 45%가량이 1등급지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이면 사실상 J프로젝트는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건교부 쪽의 이야기다. 철새도래지인 태안의 경우는 전체 면적의 90%가 1등급지로 분류되 사실상 기업도시 건설이 불가능해진다.
개발은 날치기로, 생태보전에는 부서간 협의 절차 문제삼아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개발주체들은 등급결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개발 주체인 건설교통부, 지자체 등은 환경부의 독자 정책에 절차상 문제 등을 들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J-project나 기업도시특별법 등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되었는지를 돌이켜 본다면 건설교통부와 지자체가 환경부에 절차를 문제 삼는 것은 설득력을 가지기가 힘들다. 생태자연도는 자연환경보전법 개정 때와 2000년 2004년 생태자연도 작성을 지침을 만들때 건교부와 부처간 의견 수렴을 했다고 환경부는 밝히고 있다. 생태자연도에 대해 건교부와 지자체가 공개적으로 반발을 하는 이유는 이를 사실상 강제조항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자연도는 작성지침이 예규로서 행위의 제한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환경부 쪽의 입장이다. 그렇지만 건교부 등은 의견이 다르다. 참고사항이기는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때 1등급 기준을 들이대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도시관리계획 입안에 따른 토지적성평가등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개발계획에 생태자연도가 반영되어야지, 생태자연도를 개발계획에 맞춰서야...
주민들이 철새 도래지 일부를 태우는 등 천수만 간척지와 관련 강력 반발하자,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정 면적을 대폭 축소하는 등 등급과 면적을 재조정하기로 했다고 언론이 전하고 있다. 주민과 지차체의 항의에 환경부는 1997년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일부 수정되어야 할 곳이 있을 것이라며 불합리한 부분은 수정하거나 주민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용역에 따라 생태지도를 그린 것일 뿐 최근 입안된 기업도시가 어디에 있고, 신도시가 있는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고도 한다. 생태자연도 선정에 대해 환경부가 주체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기보다는 개발주체들에게 너무 빨리 머리를 숙였다. 생태자연도 작성은 분명 국토개발에서 생태자연을 중요한 고려의 대상으로 삼는 노력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개발계획이 있는 곳에 1등 등급지가 많다고 문제를 삼으면 1등급지라는 게 문제란 말인가? 개발계획이 잘못된 것은 아니고? 생태자연도 1등급 판정이 거추장스러운 사회에서 꼬리치레 도롱뇽이 편히 몸둘 곳은 어디에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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