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지평선은 끝이 보이는 듯해도/ 가까이 가면 갈수록 끝이 없이 이어지고/ 저 바람에 실려가듯 또 세월이 흘러가고/ 눈사람이 녹은 자리에 코스모스가 피었네.’ 록(Rock) 그룹 ‘부활’을 이끄는 김태원(49)의 이름을 록 음악 애호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린 합창곡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시작 부분이다. 2011년 KBS 2TV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며, 대부분의 구성원이 나이 지긋한 아마추어 시민이었던 ‘청춘 합창단’ 지휘를 위해 합창곡으로는 그의 생애에 처음 작사·작곡했다.
김태원이 삶에 대한 성찰이나 사색(思索)의 결과를 노래로 만드는 것은 록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전적 이야기를 황순원 소설과 교차시킨 ‘소나기’, 첫사랑을 생각하며 만든 ‘비와 당신 이야기’, 한때 멀리 떠나간 가족 생각에 잠겨 노래한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 등도 그렇다. 1986년 발표한 부활의 첫 음반 ‘록은 결코 죽지 않는다(Rock will never die)’를 비롯해 ‘리멤버(Remember)’ ‘기억상실’ ‘잡념에 관하여’ ‘불의 발견’ ‘이상(理想) 시선’ 등 앨범 타이틀 대부분에서 철학 냄새가 물씬한 이유도 달리 있지 않다.
걸출한 기타리스트인 그가 결성한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 ‘디 엔드(The End)’를 ‘부활’로 개명하며 영입한 보컬 김종서는 공식 데뷔 전에 탈퇴하고, 새 보컬 이승철을 합류시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 1985년. 그 이래 ‘부활’은 3대 보컬 김재기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전날 연습하면서 녹음했던 것을 정규 음반에 담아내 불후의 명곡 반열에 오른 ‘사랑할수록’을 포함해 많은 히트 곡을 남겨왔다.
이 밖에도 김재희·박완규·김기연·이성욱·정단·정동하 등 발군의 보컬이 거쳐간 자리에 최근 김동명(31)을 수혈한 ‘부활’이 데뷔 30년째를 맞아 새 출발하는 무대를 갖는다. 역시 김태원 작사·작곡인 ‘사랑하고 있다’ 싱글 앨범을 올해 8월 내놓은 데 이어, 지난 27일엔 ‘통일’을 주제로 삼은 ‘투 비 원(To be one)’을 발표했고, 오는 10월 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진실의 색(色)’이라는 의미인 ‘트루 컬러(True colour)’ 주제의 대형 콘서트를 연다. “생각의 깊이가 에너지라는 믿음이 있어서 한 걸음도 뒤로 간 적 없이 계속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었다”는 김태원의 ‘부활’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흐뭇한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