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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정읍 산외초등학교에 마련된 산외꿈터 마을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 |
봄비가 내리자 여린 새싹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온몸을 들썩이며 높은 하늘을 바라본다. 얼굴 가득 웃음이 넘치고 친구들과 몸을 부딪치며 행복을 나눈다. 24일 정읍 산외초와 대흥초의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은 가늘게 내리는 봄비가 대지를 적시는 가운데 잔치로 치러졌다.
"책아 책아 어서 나오너라/ 재미있게 읽어줄게./ 재미 있어서 또 보고 다른 책 읽어줄께./ 그리고 헤어지지 말자"(3학년 고혜민)
정읍 산외초등학교 아이들은 '산외꿈터 마을도서관' 개관이 행복하다. 이틀전에 3000여권의 새책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북일보사의 제안으로 지난달 25일 전북도와 전북도교육청, (사)작은도서관을만드는사람들, NHK(주), 전북일보사가 체결한 MOU에 따라 (사)작은도서관을만드는사람들이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보내준 것.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홍지혜양(6)은 "선생님과 함께 책을 정리하면서 친구들이 많이 좋아했어요. 영화로도 나온 해리포터라든지 소설 등 좋은 책들이 많이 왔어요. 앞으로 매일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빌려가고 좋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산외초등학교는 한우마을로 전국적 명소로 떠오른 산외 한우마을에 있다. 학부모들이 생업에 바쁘기 때문에 다양한 방과후학교와 보육교실 등 학교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마을도서관을 문열게 된 것은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큰 행복이다.
이날 행사에서도 '책읽는 버스'에서는 유치원과 1·2학년생 열댓명이 빙 둘러앉아 '백설공주' 동화구연에 푹 빠져들었고, 도서관 여기저기에는 또래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앉아 책장을 넘겼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넘쳤다.
4학년 고혜성군은 "만화책과 동화책 등 새로운 책이 많이 있어서 좋아요. 엄마 아빠도 자주 오시겠다고 약속했어요. 전에는 별로 안왔는데, 앞으로 더 자주 오려고 노력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살다가 도현중군(4학년)은 "책은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꽤 좋아하는 정도예요. 그런데 혜성이가 자주 때려서 싫어요"라고 말하곤 "혜성이가 이렇게 때려요"라며 혜성이의 목을 조이는 시늉을 하는 등 장난을 건다.
과학자, 탐험가가 꿈이라는 강현진군(4학년)은 친구들이 장난치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책읽기에만 빠져든다. 친구들은 "현진이는 오자마자 책만 보아요"라고 말해준다.
도시에서 살다가 4~5년전쯤 귀농했다는 민왕기씨(3학년 민강산군의 아버지)는 "아이들을 자연속에서 키우고 싶었는데 막상 와보니 농촌에는 또래집단이 없이 아이들이 심심하게 지내고 있고, 자연에 대해서도 책을 통해 학습한 도시아이들보다 더 모른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느꼈다"며 "도서관 공간이 앞으로 도시와의 문화적, 교육적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강광시장과 한일석 정읍교육장, (주)작은도서관을만드는사람들 이기현 대표, 오원재 교장, 김준영 학교운영위원장, 마을 이장단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서관 개관식과 책 버스타고 동화여행,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특강 등으로 나뉘어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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