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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상하이의 아침.
창문 사이로 내리쬐는 아침햇살에 눈이 저절로 뜨였다.
날씨가 좋다.
잽싸게 일어나 그 날씨좋음을 느끼기 위해
호텔 창문을 열고 호텔 주변의 사진을 찍어댄다.
오늘 상하이를 돌아다닐 계획을 세운다.
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꼭 보고야 만다고 했건만,
현지에 있는 친구녀석은 자신도 어디에 있는지
안가봐서 모른다고 그곳을 제외했다고 한다.
론리플래닛에 나온 상하이는 볼것이 많다고 하는데,
오늘 친구가 잡은 일정은 예원, 상양시장(짝퉁만 잔뜩 파는 시장),
그리고 동방명주타워 혹은 진마오타워와 밤에는 상해의 야경을 구경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모르는 내가 참아야지..
친구녀석 말로는 그거면 상해를 다 보는 거란다.
상양시장 같은데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맘에 걸리지만,
오늘 일행에는 친구녀석의 출장온 회사동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사람이 상양시장에 꼭 가야한다고 한다.
값싼 가짜를 꼭 사야하나?
나에게는 절대로 이해되질 않지만,
같이 사는 세상 어쩔 수 없이 가야할 듯 싶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전날 항주의 여행이 영혼은 말게 해주었지만,
몸은 천근만근이 된듯 싶다.
오늘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낼려면 잘 견뎌야 하는데...
그런 생각에 아침은 호텔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든든한 북어국을 먹었다.
그런데, 썩 맛이 좋질 않아 큰 힘은 되지 않은 듯하다.
9. 상하이 예원(위위안)
예원은 예전에 명나라 관리인 판씨 집안의 정원이었다.
중국의 모든 정원들이 그렇듯이 이것도 화려하다.
이 정원은 아편전쟁과 함께 모두 약탈되었고,
그 이후 대부분 복구하여 예전의 모습을 찾았다고 한다.
우리가 예원에 처음 도착했을때 우릴 반긴 것은 수많은 인파였다.
중국인들과 중국인들과 비슷한 동양인,
그리고 수많은 외국인들, 정말 사람천지였다.
그리고, 중국 건축의 전통양식을 만날 수 있었다.
붉은색 천지인 그들의 기와집은
끝이 삐죽하니 하늘로 솟아 향했다.
처음 보는 낯선기와집에 눈이 잠시 즐겁다.
예원입구까지 가는 곳에 이쁜 다리와 연못을 느껴볼 사이도 없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가기 바쁘고,
연못에서 노니는 잉어들의 헤엄짓에
경복궁의 잉어가 생각나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관람료가 비싼 중국정부에 항의를 보내고 싶지만,
내국인들도 아무말없이...
그 비싼 관람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을 보면...
참아야 하는가.
그런 관람료를 뽑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구석구석 예원을 누볐다.
특별히 예원에 대한 지식에 없었기에..
그저 낯선 장면 감상에 만족해야했다.
외국인이 기념사진 촬영을 할려고
전통의상을 입었는데,
그 모습이 하나의 볼거리가 되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카메라에 담겨졌다.
처음 본인의 의사는 상관없이 말이다.
쑥쓰러워하며 짓는 미소가 보기 좋다.
정원뿐만 아니라 어디든 갈 수 있는 희귀하게 생긴 바위가 있는데,
그것은 전부 서호나 태호 등 인근 호수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하니,
한 관리의 만족을 위해 많은 하인들이 고생한 걸 생각하니,
불쌍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노력으로 우린 여기서 희귀한 바위와
인공미라 불리우는 건축들을 보고 있다.
예원이 다 짓기까지 1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니
그 고생은 대단하기까지 하다.
예원을 관람하는 도중 멀리 상하이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동방명주타워가 보이길래
가까운 곳에서 사진한장 찍을려고 높은곳을 찾다가
상하이 골목의 진정 사람사는 거리를 보게 되었다.
좁은 골목으로 이층창문으로 빨래를 내걸어 놓은
정말 사람사는 곳..
그 창문 너머로 예원에 관람오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려나..
예원에 하루 입장료를 생각하려나?
나처럼 그들도 관람객의 머릿속을 생각할려나?
그렇게 한시간가량의 관람을 마치고,
예원상가에 다시 몸을 던졌다.
수많은 쇼핑가가 몰려있고,
중국식 건물에 스타벅스건물이 어울리지 않은 듯
어울리게 서있다.
저곳의 커피는 중국의 향료나 고량주의 냄새는 나질 않을까?
친구녀석이 유명한 만두집을 소개해 주면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그래서 그 만두집으로 향했다.
호떡집에 불난줄 알았다.
아니 만두집에 불났다.
길게 늘어선 줄이 건물밖까지 이어졌다.
무선 스타의 팬싸인회도 이것보다 짧겠다.
그 긴 줄을 기다리는 중국사람들..
교통문화에서 전혀 느끼지 못한 만만디정신을 이곳에서 느껴본다.
하기야 중국사람들은 밥을 엄청 천천히 먹는다고 한다.
아직도 중국기업은 점심시간이 2시간인 곳이 많다고 하는데...
회사식당에서 부서사람들의 밥먹는 속도를 맞출려고,
떠들지도 않고 밥만 입속으로 우겨넣는 내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결국 우리는 인근 따른 깨끗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점점 중국음식이 입맛에 맞는걸까.
아니면, 친구녀석이 알아서 우리 입맛에 맞을 것 같은 것만 시키는 걸까?
그래도 김치가 그립다.
이 중국음식에 김치가 있었다면
더 잘먹을 수 있을텐데..
김치의 허점함... 향수처럼 느껴진다.
10. 상양시장...
가짜의 본거지.. 그곳에 갔다.
정말 내키지는 않았다.
일단 내가 명품을 잘 모른다.
내가 물건 고르는 기준은 실용성과 필요성이 우선이다.
허리띠도 고장이 나지 않는 한 한없이 쓸 수 있을 것 같다.
동생이 선물해준 허리띠가 거의 십년이 다 되간다.
하지만, 그대로 요즘도 차고 다닌다.
그것도 구멍의 위치도 변함없이..
10년 가까운 시절 나의 허리는 변함이 없는 것인가?
신기할 따름이다.
또하나 난 물건값을 잘 못깍는다.
상하이쇼핑은 무조건 10분의 1부터 협상하라는 소리도 있듯이
손님과 주인의 엄청난 협상이 이루어진다.
하나 물건사는데 보통 20분은 기본이다.
그리고, 물건의 가격 협상을 안하는 손님이 있으면
되레 주인이 당황을 할 정도라고 한다.
..
그래도..
이런 시장이 정말 사람사는 곳 아니더냐..
사람사는 구경이나 실컷해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더니..
볼만하였다.
그래 첫인상은 복합상가건물이 들어서기전의 남대문이다.
옹기종기 수많은 상가들....
가게주인들이 돌아다니면서, 어설픈 한국말로
"가방, 시계"를 외쳐대는 모습.
얼마나 한국사람이 이곳을 많이 찾았으면....
이곳은 하나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정말 모든 상가에서 거의 모든 명품들과 유사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짝퉁만드는 실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면,
이곳은 양으로 승부한다.
정말 없는게 없다.
상가에 전시된 것이 없으면,
역겨운 냄새 폴폴나는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
그들의 창고까지 가게 된다.
양으로 승부하는 가짜시장인 만큼
물건의 박음질이나, 인쇄상태를 잘 봐야한다고 한다.
30분정도가 지나니까...
사람들의 모습도 이젠 지루해지고,
쇼핑방식도 다 터득되고...
저 멀리 보이는 동방명주타워와 진마오타워가 나를 부르는듯하다.
슬슬 허리도 아파오고....
나와 또다른 사람은 쇼핑가의 주인과 눈 마주치기 싫어서,
시장 밖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일행을 기다렸다.
한가하게 긴 의자에 누운 중국인,
대나무를 싣고 비키라는 소리(그 의미겠지..)와 함께 손수레에 잔뜩 짊고 가는 사람.
소 혓바닥을 흥정하는 사람들..
사람사는 구경도 심심치가 않았다.
허리가 아파 앉을 곳을 찾아 다니다가 포기하고,
가로수에 기대어 슬슬 지루함이 커질때 일행이 모든 쇼핑을 마치고 나와
다음 코스로 발길을 돌렸다.
11.진마오 타워
진마오 타워를 가는 것은 지하철을 선택했다.
거리를 짧은데,
주말 오후이고, 상하이 교통란은
택시의 질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현재 지하철은 2호선 밖에 되질 않는다.
인구 1600만에 2호선..
그들의 교통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늘 꽉차는 지하철..
앉아간다는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10호선까지 만든다고 하니...
그 전까지는 상하이 사람들은 그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지...
아참..
중국에는 자전거도 주차비를 낸다고 한다.
일종의 관리비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자전거가 사라져 버릴지 모르니까 말이다.
...
그렇게 도착한 진마오 타워.
몇년전까지만 해도 상해의 대표적인 건물은 동방명주타워였다.
상하이 시내가 다 내려다보이는 명물이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지어진 88층짜리 건물 진마오가 들어서면서
그 영광을 진마오타워에 내주었다.
그리고 엄청난 탑은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높이 420.5미터로 세계 4번째에 해당한다.
중국사람들은 부를 상징하는 8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88층으로 지었으며,
이 건물 13개의 내부 구역은 불교와 관련된 상징이고,
전제적인 모티브는 항주에 있는 육화탑이라고 한다.
이 건물의 외벽을 타고 오르겠다는 서양 탐험가가 있었다.
그는 이 건물의 외벽을 오를 날짜와 시간을 공개했다고 한다.
이에 중국의 어느 탐험가가 그런 명예를 외국인에게 빼앗길 수 없다고,
그 외국인이 약속한 하루 전날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정상에 등극했다고 한다.
그런 진마오 타워에 오르기로 했다.
2년전 미국출장갔다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악천후 날씨로 인해
못올라간 설움을 대신할 수 있을려나...
새파란 하늘을 진마오타워의 뾰족한 꼭대기가
정말 긁어놓을 듯하다.
88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단 45초가 걸렸다.
올라가자마 보이는 전경은 장관이었다.
원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막힌 마음을 뻥 뚫어주는 뚫어뻥과도 같은 존재이다.
한참을 보다보니,
북한산 정상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것만 못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마오 타워에서 보는 상하이는 막힌 유리를 통해서인데,
북한산에서 보는 서울은 정말 뻥 뚫린 상태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보는 풍경이니 말이다.
진마오 타워 88층에서는 1층 로비를 볼 수 있다.
설명보다는 사진을 참고하는 것이 낫겠다.
저 밑에 사람들이 무엇을 하나 카메라 줌으로 당겨보았다.
그래...
이 풍경은 북한산에선 볼수 없는 풍경이니
한참 들여다 보자꾸나.....
12. 상하이 젊음의 거리 난징루와 와이탄 야경
이젠 상하이의 밤을 즐길 시간이다.
점더 화려한 불빛과 멋진 야경이 되는 시간을 위해
먼저 저녁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는 사천요리의 진수.
평소 매운 음식이라면 자신하는 몸이었는데...
그곳에서 먹은 사천요리는 매운 범위를 넘어섰다.
혓바닥을 마비시켰다. 그것도 아주 뜨겁게...
한참을 찬물로 달래고 밥으로 달래야
정상 혓바닥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그때 그 사천요리를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맴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온 거리에 우뚝 선 동방명주타워의 야경이
무섭도록 거대해 보였다.
바로 아래에서 본 동방명주타워는 무슨 로봇의 일부처럼 보였다.
우리의 일정은 난징루에서 와이탄까지 도보로 여행하고,
와이탄에서 건너편 야경을 구경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난징루 입구에 도착.
벌써 난징루의 화려운 불빛들이 나의 망막을 자극한다.
여기가 명동인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한국의 모 대기업의 백화점이 큼지막하게
난징루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그리고 본격적인 난징루의 거리로 들어서는데,
이곳도 일단 엄청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화려한 불빛들..
엄청난 크기의 간판들..
그것들의 연속이다.
내 비록 사람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질 않아
명동밤거리를 거닌 것도 몇년전이긴 하지만,
이정도였나 싶다.
아나 광고판이나 건물간판 크기 규격이 없어서 가능한 것인가?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모방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을 넘어서려는 것일가?
그런 화려한 간판들이 식상할 즈음..
와이탄에 도착한다.
황푸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 난간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건너편의 야경을 찍기 위해서는 난간에 자리를 잡아야
좋은 야경을 카메라에 담을수 있을 텐데..
한참을 난간따라 내려가다가 빈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 카메라 터지는 소리...
탄성을 자아내는 소리....
배위에서는 연신 다양한 모양의 유람선이 떠다니는...
그리고 강 건너편 화려한 건물들의 불빛들...
상하이 전력부족 문제로 밤 10시가 되면,
건물들의 불들이 모두 꺼진다고 하던데..
그전에 야경을 만끼하리라...
원래 와이탄거리는 아편전쟁이후..
서양의 무리들이
잔뜩 들어와 건물을 지어..
건물들이 전부 서양건축양식을 따르고 있다.
마치 유럽이나 미국의 옛날 건물을 보는 것 같다.
예전에 이 와이탄 거리에 시작하는 공원에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었다고 하는데...
중화사상의 중국인들이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런지...
..
그런 와이탄 거리였다.
이젠 그런 일이 없지만....
상하이 일정의 하루...
사실 우리가 돌아다닌 곳은 별로 되진 않지만...
몸은 더욱 노곤해졌다.
정말 나이를 먹긴 먹었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운전사의 곡예에 몇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리고..
호텔에 도착했다.
따뜻한 물에 샤워...
노곤한 몸....
낯선땅에서 들이키는 시원한 캔맥주 하나...
금새 나는 잠의 세계로 빠지고 만다.
첫댓글 아직 덜 올리신 거죠? 즐거운 하루를 열어요
넵.. 부지런이 발동해야 할텐데.. 님도 즐거운 가을하루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