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으막하게 일어나 한껏 여유를 부린다. 오늘 아침에 할 일은 호텔 체크아웃하고 11시 까지 크루즈배에 승선하면 된다.
늦은 아침을 먹고 호텔을 거닐다가 시간 맞춰 길을 나선다. 호텔에서 선착장까지는 걸어서 5분이면 충분하다.
호텔을 나서니 차도에 차가 하나도 없다. 교통통제를 하고 있다. 도로 양 편으로 경찰이 1m 간격으로 쭉 서서 도로를 건너지 못하게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나가신단다. 다행히 인도로의 통행은 통제를 안한다. 가는길에 조금 높은 지위에 있는 듯한 사복경찰이 이집트 국기를 건넨다. 애들이 재미 있다는듯 받아들고 흔든다. 강변에 정박해 있는 모든 배들이 일제히
뱃고동을 울린다. 아마 사전 연습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인도 한 편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깔깔거리며 대통령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1960년대에 광화문에 있던 초등학교를 다닌덕에 꽤나 자주 동원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새로운 밀레니움이 시작된지도 10년이 가까와오는 지금 여기 이집트에는 우리나라 6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암살당한 사다트 대통령에 이어 1981년 부터 27년째 이집트를 통치하고 있다. 국민들은 1달라에 자존심을 팔고 외국 관광객들에게 손을 벌리는데... 임기가 끝나는 3년내에 국민의 자존심을 되찾아줄 수 있을런지...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다니 혹시 죽기 전에는 가능하려나...

일찌감치 수속을 마치고 갑판에 올라가 여유를 부린다. 아직 대부분의 단체 승객들은 어디서 오는지 도착전이다. 딸아이의 히잡을
매만져 준 종업원이 사진까지 찍어주는 친절을 베푼다. 설마 이 사람까지 팁을 달라고 손을 내밀지는 않겠지...

집사람이 이 사진을 보고 깜작놀란다.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모습 그대로란다. 내가 봐도 기억속의 부친과 너무 닮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들은 아버지를, 딸은 엄마를 닮아가는 모양이다. 딸이 없는 모친은 어디서 당신의 모습을 찾고 계실까.
부친은 돌아가시기 전 자식에게서 당신의 모습을 보시고 흐뭇해 히셨을까 ? 아니면 그 때는 당신의 모습을 보이기에는 내가 아직 젊었을까. 주위 사람들 얘기로는 아들놈이 나를 빼다 박았다는데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정작 본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딸에게서 애미의 모습을 본다.

여전히 밖이 시끄러워 나와보니 대통령 도착이 가까와졌는지 경찰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장난기가 발동한 백씨가 남의 나라 국기를 흔들며 줄거워한다. 나중에 하는 얘기가 대통령이 지나가며 창문 밖으로 자기한테 손을 흔들었단다. 믿거나 말거나...

백씨를 닮아 당돌한 면이 있는 유씨 딸년이 무서운 경찰아저씨와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우리가 탈 배는 세번째 있는 배다. 첫번째 있는 배는 붙박이 배고 나머지 4척의 배가 모두 움직이는데 각기 행선지가 다른 것 같다.
배 이름은 crown jewelry
점심을 먹고 같이 움직일 다른 두 팀을 만난다. 호주에서 온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 모리셔스에서 왔다는 60대로 보이는 부부, 이렇게 모두 8명이 가이드의 안내로 아스완 인근의 관광지를 구경하게 된다. 가이드는 40대로 보이는 건장한 이집트 남자다.
이집트에 온 이후로 아직까지 일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여태까지 들렸던 기자피라미드, 박물관, 터미날, 이슬람사원, 바자르의
모든 가게들, 아부심벨, 카이로와 아스완 호텔, 그리고 피자헛에도 크루즈 배에도 일하는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한결 같이 남자들만 일을 한다. 하다 못해 호텔방 청소도 남자들이 한다. 아 딱 한 번 보았다. 아부심벨의 공중화장실 앞에서 돈을 받던 여자. 내가 아들놈하고 같이 이용하고 1파운드를 내자 1파운드 더내라고 소리치던 여자. 돈 없다고 그냥 가자 막 화를 내던 여자...

아스완 근교에 있는 그 옛날 오벨리스크를 만들었던 터다. 일대가 모두 화강암이다. 이 곳의 화강암을 자르고 다듬어 신전 앞에 세웠던 오벨리스크를 만들엇다. 설명에 의하면 돌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나무를 박아 넣은 다음 물을 부으면 나무가 팽창하며 돌이 잘려나간다는 얘기다. 이 방법은 피라미드를 쌓은 돌을 자를 때도 사용되었다. 태양이 바로 머리위에서 작렬하고 있다. 그 옛날 바위와 씨름하고 있는 노예들을 생각하니 땀이 절로 난다.


어디를 가나 출구는 가게들을 지나가게 해 놓았다. 어는 상점 앞에 걸려있는 커다란 양탄자 앞에서...

두번째로 들른 곳이 아스완댐이다. 뒤로 보이는 흐름이 나일감의 하류다. 지중해로 흘러 들어간다.


거대한 호수다. 가이드는 자랑스럽게 아스완댐의 역사를 설명하지만 귀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있던 아부심벨신전을 스스로 지켜내지 못하고 유네스코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힘 없는 국가의 설움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하이댐 역시 구 소련의 도움으로 건설되었다.

세번째 관광지인 필레 신전으로 가는 뱃길. 필레신전은 섬에 있다. 이 신전도 원래 있던 자리에서 옮겨졌다.



첫댓글 심각한 얼굴 보다 웃는 얼굴이 훨씬 낫소.....웃으시오...아라베스크 문양이 화려하네...미완성 오벨리스크라...서양 아이들이 안끌고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