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100대 사건의 하나로도 꼽히는 비틀즈의 미국 상륙, 이른바 브리티쉬 인베이젼 (British Invasion) 40주년을 맞아, 그들이 세계 음악계나 문화사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했는지 여기서 새삼 다시 언급한다는 것은 입 아픈 일이다. 다만 이 40주년의 크나큰 셀리브리티와 그 영광의 나날들을 회고해야 할 주역들 중 두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플 따름이다...
80년 맨해튼에서 팬의 총격에 의해 비명에 간 존 레넌의 죽음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황망한 사건이며... 2001년 11월 29일 오후, 암 투병 끝에, 그것도 두 세가지 암이 계속적으로 발병하는 그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음악적 열정을 잃지 않고 싸워내던 조지 해리슨이 조용히 눈을 감은 일은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잠시 음악 듣는 일도 집어치우고 그 좋아하던 afn 라디오도 듣지 않고 지내던 무렵이었지만, 조지 해리슨의 사망 소식은 락 팬으로서 정말 눈물 쏟아지는 슬픔이었다. 사실 락 팬을 떠나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던 밴드인 비틀즈의 멤버라는 사실만으로도 수 많은 이들이 애도를 금할 수 없는 실정이었지만, 조금 파고 들어가보면, 콰이어트 비틀 (quiet beatle)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내성적인 타입이었던 조지 해리슨의 생전의 음악세계가 고요하지만 얼마나 순수하고 지속적인 열정으로 점철되었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미 CBS가 보도한 일화로 이런 것이 있다... 프랭크 시내트라가 'Something'을 처음 듣는 순간 지난 50년간 작곡됐던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중 하나라고 극찬을 했으나, 오랜 기간 시내트라는 그 노래가 많은 다른 노래들처럼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작품인 것으로 생각했다...
조지 해리슨이 레넌과 매카트니의 그늘에 가리워 제대로 뜻을 펴지 못했다는 것도 이미 세간에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틀즈 시절 주옥 같은 명곡들의 중심에는 엄연히 조지가 만든 노래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솔로 활동 시에도 차트 넘버 원 곡들을 비롯하여 많은 역작들을 발표하였고, 에릭 클랩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당대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로서의 자신의 재능을 진솔하게 펼쳐 보였다...
얼마 전 중고 시디점 메타 복스에서 조지 해리슨의 76년도 베스트 컴필레이션인 "The Best of George Harrison" 중고 시디를 손에 넣었다. (지금 시중에서 구하려면 쉽지 않다 이거지-_-...) 시디 케이스 백 커버의 곡목 부분에는 누군지 친절하게도 사인펜으로, 히트 싱글들의 차트 순위까지 써 놓았다^^.
아무튼 그의 솔로 앨범들을 따로 구할 수 있다면야 더할 나위 없는 일이겠지만, 일단 이 컴필레이션을 놓고 보면 비틀즈 시절부터 솔로 시절 동안 발표된 그의 주옥 같은 작품들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매리트가 부여되고 있는 앨범이다. (76년도 앨범이므로 80년대까지 히트곡들을 낸 조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말이다...)
궁극의 러브송인 'Something'을 필두로 비틀즈 앨범들에 수록되었던 조지의 명곡들인 'Here Comes The Sun' 'If I Needed Someone' 'Taxman', 그리고 명상적 감동의 지존인 'While My Guitar Gently Weeps'가 이어지고 나서...
바로 'My Sweet Lord'의 애틋한 감동이 물결친다. 그의 첫 솔로작 "All Things Must Pass"- 솔로로 나선 비틀즈 멤버들 가운데 조지로 하여금 가장 먼저 앨범 차트 넘버 원의 영광을 차지하게 했던 바로 그 앨범-의 수록곡이다. 신에 대한 사랑과 갈구를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러나 이 곡은 한 때 표절공방에 휘말려 조지가 민사소송에서 패하는 약간의 불명예와 엮이기도 했다...)
명상계에서는 거의 구루의 경지로 인정 받았다는 조지의 내공이 애잔한 감동으로 어우러지는 'Give Me Love', 그리고 특별한 가사 없이 밝고 아스라한 멜로디와 그 필만으로도 가슴 뛰게 만드는 넘버 'You'...
그의 내공이란 다름아닌 사랑의 내공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신을 향한 사랑, 이 세계에 대한 사랑,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사랑... 인도철학과 음악에 깊이 심취했었다는 그의 경지를 감히 파악할 순 없지만,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강조했었다고 한다...
싱글 'Bangla Desh'는 그가 지난 1971년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방글라데쉬의 기아퇴치를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고 발표했던 곡이다. 음악사에 길이 남을 자선 공연 중 하나로 기록될 이 콘서트에서 조지는 성심을 다했으며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잘 기울이는 관대함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고 전해진다.
역시 "All Things Must Pass"의 수록곡인 'What Is Life'로 이 컴필레이션 앨범은 감동의 막을 내리고 있다...
생전에 레넌과 매카트니의 천재성과 어떻게 자신을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던 조지 해리슨... 스타로 살기에는 너무 겸허하고 수줍은 사람이었지만, 뮤지션으로서 또 예술가로서의 그는 58년의 길지 않은 삶을 통해, 세대를 초월하는 지순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들려주고 떠난 존재였다...
2000년 비틀즈 컴필레이션 앨범 "One(1)"이 다시 밀리언 셀러가 된 뒤 가진 한 회견에서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우리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던 조지 해리슨...
다음은 그가 숨을 거두면서 가족들에게 남긴 유언이다.
-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지만 신에 대한 탐구만큼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서로 사랑하라...
첫댓글 저도 소식듣자마자 놀래서 한동안 맹~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