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동의 봄
(훈장박탈)
망월동.
이곳에서면 벼처럼 고개 숙이는 가을이다.
언제나 이곳에 서면 솜털이 일어서는 겨울이다.
시류를 잡아타고 우뚝 서려는 교만한자는 감히 들어 설 수없는 성역이다.
자유의 띠를 두르고 가슴엔 뜨거운 피를 담았던 자만 누울 수 있는 한 평반이다.
말없이 따뜻한 남쪽나라 향해 누어 드넓은 하늘 바라보며
먼저 온 순서와 상관없이 덜 자란 새순과 백발도 상관없이
오직 총칼 앞에서 가슴을 내민 자만이 묻힌 곳이다.
꽁꽁 언 자유, 꽁꽁 언 겨울........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려니 기와지붕에서 꽁꽁 얼었던 백설이 녹아 긴 미끄럼을 탄다.
쳐르르.......철퍽 쳐르르........철퍽.
오월 그날에 들었던 전차 구르는 쇳소리로 얼었던 겨울이 떨어지고 파편 튀는 소리는
어느 젊은이의 팔이 떨어지고 가슴 터지는 소리로 들려온다.
깜깜한 어느 날.
‘여기 병원이 어디 있어요, 저 좀 살려 주세요........’절규하던 젊음은 꽃처럼 떨어졌다.
아, 그 피위에 붉은 꽃이 피는 봄은 왔는데 원수여, 겨울이여........역사가 흘렀다고
뒤안길에서 너는 감히 고개 들지 마라.
봄이 올 때마다 개나리보다 더 노래진 얼굴로 부끄러워하고 홍매화보다 더 붉은
부끄러움으로 사색이 되어야한다.
망월동.
이곳은 깨인 자들의 무덤이어야 한다.
진정 겨울을 이겨낸 봄꽃들이 만발한 곳이어야 한다.
깨어라.
피어라.
척박한 땅에 짓밟아도 피는 빛고을에 찬란한 들꽃이여........
*******서훈 박탈, 역사 앞에 부끄러운 훈장은 당연히 박탈되어야한다.
몇 년 전 망월동에 갔다가 쓴 시로 서훈 박탈뉴스에 문득 생각나 메모를 찾아 옮겼다.
2006년 3월28일 옮김.
첫댓글 좋은글 퍼가요.
역시 넌 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