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위한 환상곡 ♬-3
(음악-O Fortuna 운명의 여신이여)
서양화가 오 세 효

해일이 일던 날
남해안 일대 바다를 소재로 스케치 여행을 다니던 때가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즐거움도 있었지만 온갖 수난과
고역을 당한 일이 수없이도 많았었다.
더구나 그 당시에는 바다를 잘 모를 때라 겁없이 젊은 혈기에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세찬 풍랑과 조류에 떠밀려 어처구니없이 그립던 연인을
잃어버리고 그로부터 오늘날까지 잊을 수 없이 머나먼 푸른 바다만
쳐다 보면 남달리 애절한 사연과 깊은 연정을 가지게 되는 하나의 환상적
동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몇 해 전 남해 고도들에서 해일을 만나 매물도에서 12명,
그 외 미 등록된 사람 줄잡아 30여명이 한꺼번에 거센 파도에 휘말려
아까운 생명 을 잃게 되었을 당시 18시간이나 암벽에 매달려 밤새
파도와 풍랑에 시달리면서 구사일생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적도 있었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오히려 바다를 자주 찾게 되었다.
아름다움을 맛보려면 많은 장애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듯 한바다라는
곳은 고생 끝에 겨우 얻어낼 수 있는 그런 모험적 체험장이며 하나의
수련과 훈련을 쌓아가는 나 자신의 유일한 무대이자 정신적 육체적
극기 훈련 도장이였다. 바다라는 곳에는 누구도 달랠 수가 없는 신에의
도전처럼 깊은 심음이 잠재되어 있기에 전쟁에 나가려면 한 번 기도하고
바다 에 나가려면 두 번 기도해야 한다는 오딧세이의 말이 기억된다.
그만큼 한바다에 나가려면 많은 세월동안 경험과 체험이 필수적으로
따라야만 가능할 줄로 안다.

장덕이 암초섬 대물 포인트
 1985. 백도에서 조난당시(풍랑에 텐트가 휩쓸릴때)
한때는 등산을 하면서 고산지대를 종주하는 멋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람 들이 쉽게 접할 수도 없는 머나먼 한바다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아직도 순수한 원시적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은 흔적들과
만나게 되고 천혜가 빚어낸 자연경관 들에 도취되다 보면 험준한 기암괴석
암초들로 형성되어 있는 무인고도 들의 웅위한 자태에 엉뚱한 모험을
걸어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 곳에서 야영을 하면서 밤이면 한치 앞도
쳐다볼 수도 없고 불빛 하 나 없는 밤바다의 적막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한 그곳들의 절경과 원초적 인 생태계에서 엄습해 오는 어떤 묘한
신비에 찬 황홀경을 맛볼 때 야릇 한 기분으로 지샐 때도 많다. 남들이
잘 감지 못하는 그러한 분위기들을 소재로 삼아 몇 장씩 화폭에 담아
보는 마음이야 이루 비할 수 없는 나 의 별난 취향이랄까, 유일한 낭만이자
하나의 작품세계의 신념으로 등장 하게 된 것 또한 부인할 수가 없었다.

저 멀리 국도가보이는
그런데 자연을 찾는 것도 좋지만 바다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우리를 받아
주지 않는 것이 흠이다. 그 곳들을 찾게될 때 까지는 너무나도 까다로운
조건들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기후에 능숙해야 되고 해조류 의 흐름과
월력의 조차와 기압의 형성 과정이라든지 계절적 풍속 풍향과 파고의
형태에 대한 분석과 솟아 있는 섬들의 지형적 조건, 보이지 않는 해저의
암초들, 그 무엇들을 대략적으로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일주일 전부터
주변 국가들의 기상 상태와 국내 기상처의 예보에도 자 기 나름대로
변용이 따라야 하고, 거기에다 여러 가지 지질학적인 분야와 지역적인
자료들에도 능통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암벽을 오를 수 있는
각종 등반장비와 훈련을 쌓아야 되고, 거기에 따른 다양한 사전 예비지식이
없이 무조건 접한다는 것은 아예 자살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 드는 것과
같은 경우가 되기 때문이다.
.

최남단 무인고도 좌사리 폭풍이 일던날
바다 하면 인파가 많이 몰려드는 해상관광 단지라든지 해변에서 밀려 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연인과 함께 백사장을 걸어 보는 기분,
또한 어촌 섬 마을에서 민박이나 즐기면서 바캉스 기분 내는 바다
여행을 연상하게 되지만 그런 한가로운 바다 하고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나 할까.
우리나라 남단에 차지한 그 곳들의 섬들은 마치 오목 조목 짝짓기도 하고
외따로 떨어져 주마등처럼 홀로 고수하는 신들의 자연과도 같이 어떤 때는
안개에 가리워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다워 보인다. 때로는 동화
속에서 보는 것처럼 하늘에 솟아 뭉게구름 속으로 보일락 말락한 보물섬
처럼 생긴 그런 섬들을 향해 실제로 배를 타고 그곳까지 항해를 하다보면
마치 환상의 무지개 어린 꿈속을 헤매 이는 듯 어떤 때는 외롭고 고독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그토록 신비롭기만한 황홀경에 넋을 잃을 때도 있다. 어떻게
보면 뻗어 내린 언덕의 허리에 하얀 구름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그 아래로
기암절벽으로 빚어진 하늘 높이 우뚝 솟은 천혜의 조각 작품과도 같은 벽들이
수 영겁을 지새우면서 푸른 파도를 만들어 내어 멀고도 가까운 곳들에 크고
작은 섬들을 하나씩 절묘하게 수놓은 듯 갈라놓은 것 같다.
한편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뱃전에 휘몰아치고 노도와 같은 폭풍우가 뒤덮칠
때 유별나게 매섭고 따가운 체감을 느끼게 하고 만경창파에 일엽편주
마냥 드높은 파도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순간에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공포감이 엄습해 오고 사실 몇 번이고 조난을 당하면서 느꼈던
그런 위험들을 새삼 느끼게 하는, 더구나 파도 소리가 아닌 심해의 음울한
울음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전율을 느끼면서 항해 한다는 것은 말로써는
이루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매물도와 욕지도 남단일대에서 30명을 았아간 해일을 만났을 때
어떤 때는 옛날 심청전에서 제물로 바치기 위해 한바다에 그토록 폭풍우에
던져진 사연과 신에 의해 파란만장의 소용돌이가 숙명적으로 하늘과 바다가
뒤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베토벤, 브람스, 시벨리우스 등에서 가장 숨 막히고
격동 되어지는 육중하고도 베이스적인 악장과도 같은 마치 운명의 순간처럼
달아오르는 그런 절박감을 맛보게 될 때 아마데우스의 진혼곡에서 실제 죽어
감으로써 그들의 의미를 느꼈듯이 그런 경우처럼 바다의 항해에 어떤 환상곡의
매력을 체험해 본다는 것은 진정으로 부딪혀 보지 않으면 그 진가를 느껴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괴 망칙한 취향에 의아스럽게 여겨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다시는 바다와는 영영 결별할 것처럼 생각조차 하기 싫어지다가도 하루 이틀
지나면 새삼스럽게 그 지긋지긋한 환상의 소용돌이가 뇌리 속에 용솟음치기
시작하면서 재도전을 하고 싶은 욕망에 싸이면 그 광활한 푸른 바다의 진폭이
마치 꿈속에서 부르는 것처럼 바다를 향해 나를 불러내어 지는 것에는 별
도리가 없게 되어 버린다.
오늘도 명성호의 객선에 올라 섬과 섬 사이로 푸른 파도를 가르면서 바다의
환상을 더듬으면서 유서 깊은 뱃길을 따라 유연한 음율이 흐르듯 일렁이는
물결에 몸과 마음을 띄워본다.

최남단 좌사리 무인고도(당시 일행 5명이 한꺼번에 실종당한 곳)
누구나 자연을 대하는 각도는 별의별 의미를 제 나름 대로 갖게 되지만
나는 그림을 그리고부터는 뭔지 모르지만 자연에서 얻어지는 진리와
생태계의 섭리 속에서 더욱 깊고 간절한 흔적들을 음미해 보면서 심상의
감화와 무한한 화성에의 영감을 풍요롭게 받아들일 수 있고 꿈과 낭만을
가꾸고 그들 속에 잉태되어 있는 추상적 심상의 의미를 항시 염원해
보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무슨 회화적 이야기 거리 같지만 누구나 그런 의미로운
사색 속에서 조용히 진실 된 자연을 대하다 보면 어떤 환상곡이 전설처럼
빠져나와 마치 예술적 심화된 차원에서 현실에서는 완결될 수 없는 이상향의
이미지를 새롭게 감지해 낼 수 있고, 이러한 감각적 바탕에서
자아의식이 어떠한 한계를 초월해 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승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극치의 심화성을 맛보게 될 때는 언제나
위험을 수반하는 일들이 따르고 취미로 하는 일에 너무 지나친 만용이란
항상 생사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행위에 명분이 결코 즐겁기만한
것이 아니고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참돔 포인트
다만 그것들의 취향이란 그 자체가 삶의 가치를 좀 더 진하게 발견해 보고자 하는
행위이지 거기에 목숨을 걸만한 가치를 지닌 행위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오로지 언제나 외로운 고도들에서 일어나는 과정
하나 하나에 혼자만의 고수를 수반해 보는 자기 자신과 자연의 대결에서 나의
예술적 안목을 습작해 보고자 지금도 뱃전에 부딪혀 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점점 거세지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6월의 선상에서
|
첫댓글 젊은 한 때의 모험과 낙만 .... 지난세월의 추억이 아름답씀니다.
벌써 바다의 계절이라 바다이야기를 더듬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