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9개 시·군을 강타한 수해가 곳곳에서 심각한 간접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동해안 여행·관광업계는 수해 이후 거의 개점 휴업 상태고, 횟집과 숙박업소들도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침수 및 유실피해가 심한 강릉 경포 일대와 열차가 아예 두절된 정동진 등 주요 관광지는 간접피해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96년 북한 잠수함 침투때보다 더 심각한 불황이 빚어지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 표정
지난31일 폭우로 영동선 철로가 유실되면서 열차운행이 중단된 강릉 정동진은 '모래시계' 이전처럼 썰렁하다.
정동진역 관계자는 "하루 3천500∼4천여명에 달하던 해변 입장객이 요즘은 20∼30여명"이라며 주변 상인들의 영업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동진은 역 이용객만을 기준으로해도 지난해 하차 관광객이 50만명, 승차가 31만1천800명에 달하고, 열차를 이용하지 않고 해변으로 나가는 입장객도 71만8천명이나 돼 한해 150만명 이상이 연중 북적대는 명소였다.
동해안 최대 해수욕장과 호수를 끼고있는 강릉 경포는 7번국도에서 연결되는 벚꽃 진입로가 이번 수해로 곳곳이 유실 또는 파손된데다 해변 상가와 숙박업소들의 침수피해도 심각해 이중고가 심화되고 있다.
경포번영회 관계자는 "진안상가 주변을 중심으로 아직 60여곳이 영업도 못하고 있고, 횟집 숙박업소들이 대부분 침수피해를 입었다"며 "복구지원을 위해 찾는 자원봉사자 외에 일반 관광객은 거의없어 더 애가탄다"고 말했다.
◆여행·관광업계
고성∼삼척까지 동해안 관광업계는 이번 수해로 직격탄을 맞았다. 9,10월에 예약됐던 관광 일정이 결혼식 외에는 한건도 예외없이 모두 취소됐고, 가을철 수학여행도 기대하기 어려워 한숨뿐이다.
강릉 뉴동방관광 金윤영 이사(53)는 "강릉은 계 동창회 등 모임이 많은 곳인데 회원들이 수해를 입다보니 여행 계획 자체가 모두 무산돼 전세버스 운행도 멈춘 상태"라며 "지난96년 잠수함 침투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金이사는 "내년봄까지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관광업계는 재기 불능"이라고 말했다.
동해시 미래관광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이후 연말까지 예약은 모두 취소됐다"며 "수해 피해를 눈으로 보면서 관광 가라고 홍보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기 때문에 속앓이만 심화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숙박·음식업계
강릉 정동진의 Y여관은 지난주말부터 다시 문을 열었는데, 방 24칸 가운데 하루 1∼2칸 숙박이 고작이다.
강릉시 안현동 E여관은 그나마 수해 복구를 돕기위해 찾아온 자원봉사자들 때문에 방 46칸 가운데 하루 10칸을 채우는 것이 전부다.
업소 주인 孫모씨(67)는 "주변 20여개 여관들도 대부분 침수피해를 입은데다 투숙객이 없어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라며 "기대했던 도민체전도 수해로 취소됐기 때문에 언제 이 불황의 늪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릉시 강문동 M횟집 관계자는 지난 13일 오후 "손님이 있느냐"고 묻자 "아직 개시도 못했다"고 말한뒤 "하루에 손님 1명도 받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고 발을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