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힘없이 잘 통하던
편지 같은 우정
어느 가을
산행을 끝으로
종무소식
인적을 찾으려
백방으로 수소문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식만 무성하고
길은 열리지 않는다.
언제 즈음이나
서로 잘 통할까
어느 해인가? 늦은 오후시간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친교를 이어 온 친구 같은 후배였습니다. 2살 정도의 나이차이가 있지만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 같은 후배는 매일 보다시피 지내며 아주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아주 친한 친구의 사촌동생을 통해 우연히 소개받은 후 생각과 행위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판단이 들면서 우정은 급속하게 쌓여가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 이란 경험을 얻게 됩니다. 리트머스 시험지에 색이 스며들듯 우정이란 동등한 의식이 각자의 마음에 쌓여가면서 동질성을 기준으로 선후배가 공동체를 이뤄나가며 소공동체를 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우정은 아주 오랜 시간 변화지 않고 이어져갑니다. 이런 배경을 지니고 있는 후배는 새로운 신앙을 받아들이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전화를 걸어 대부를 부탁해 온 것입니다. 부탁의 말을 듣는 순간 바로 답을 주지 못하고 시간을 서로 내어 만나 이야기하자 하고 약속을 정한 후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스스로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과연 나는 대부의 자격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습니다. 결점은 없는가? 하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우정은 우리들의 영역이지만 우정과 달리 代父와 代子의 관계는 신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는 성찰의 시간을 보낸 후 고민이 깊어져 갔습니다. 우정의 깊이를 가늠한다면 거절은 불가능하여 고해의 과정을 거저 응하기로 하고 만나 승낙하게 됩니다.
그리고 승낙과 함께 이어진 후배가 속한 본당을 찾아 가 함께 식을 끝낸 후 성물을 선물하고 축하의 사진도 찍으며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 나눔의 시간을 갖고 헤어진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후배는 내가 주관하는 산악활동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그 안에 회원이었던 막내라고 부르던 여인과 인연을 맺은 후 혼인하여 일가를 이루고 딸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뤄나갔습니다. 딸도 성인이 되어 출가를 시키고 큰 문제없이 살던 후배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아내의 대장암 선고였습니다. 우연히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대장암~~ 후배의 처 막내는 여성으로서의 기본이 잘 준비된 여성이었습니다. 인자하고 어질며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막내는 어릴 적부터 가톨릭 신자로서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습니다. 시련이 닥치자 후배는 아내와 함께 편백나무 숲을 찾아 장기요양을 하며 치료에도 열심히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무교였던 자신도 종교를 갖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선종을 맞게 된 막내, 후배는 상상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지게 됩니다. 혼자가 된 후배, 출가한 딸 부부와 함께 만나 위로의 시간을 갖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떨어져 살고 있던 딸은 아빠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와 아빠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 같았던 후배, 오랜만에 산행에 동행하게 되어 다들 반갑게 맞이하며 응원해 주었지만 그 뒤로 행적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제주도 이시돌 목장부근으로 이사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딸과 사위와 합가를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이후 종무소식으로 변하게 됩니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바람결에 들리는 소식뿐이었습니다. 제주도를 떠나 영국으로 갔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심지어 치매까지 걸렸다는 안 좋은 소식까지 들려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제 카톡에 무수한 동영상과 사진과 글이 쌓여 손전화기 작동에 문제를 일으켜 대청소를 하다 후배의 카톡의 내용을 살피게 되어 후배의 소식이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만 풍문으로 들었다는 이야기뿐이었습니다. 내 친김에 카톡에 글을 남깁니다.
친근감을 상기시키기 위해 후배의 이름 중 끝 자를 빌려 불러봅니다.
龍!
자네가 무척 그립네
자네의 자취가 사라진 지 한 4년이 흘러간 것 같네
어찌 된 일인가?
자네의 형상이 이처럼 사라진 적이 단연코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무슨 변고인가?
나하고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네와 직계 관계가 있던 사람들 조차도
인연이 끊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통 일이 아닌 것이라 느끼면서도
속수무책인 내가 참 미워지네
자네와 직계 선배인 태영 군을 통해 익힌
자네의 치매 관련 이야기 정말이지 믿고 싶지 않았네
듣는 순간, 그건 아니지 아니고 말고
강하게 부인하며 손사래 쳤다네
그러면서도
소식의 용처를 캐물어 영범 군이라는 소식을 알게 되어
확인하려 번호를 돌리다 멈칫
용기가 없어 등을 돌려 버렸네
그런 후 발견한 자네의 카톡방
잘 생긴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일어서면서 대화해요
하길래 반가워 몇 자 적어 놓았으니
보고, 읽고, 느낄 수 있다면 몇 자 적어 보내주지 않겠나
작은 흔적만으로도 자네를 대할 수 있다면
소중한 일이니 그렇게 해주게
자네와 나는 여러 번의 생사를 경험하며
암(巖)과 계곡(溪谷)에 새겨 놓은
불멸에 우정의 소견이 깊지 않은가
어느새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기력이 쇠퇴해져 외형마저 변하는 시기에
봉착하고 보니 자네의 안부가 더욱더 그립네
늘 그렇지만 단절은 마음의 병을 불러 일우키는 것 같아
속이 상하네
다들 자네에 대한 그리움을 한 조각씩 꺼내 드는 것을 보니
이 그리움은 나만의 병이 아니니
수습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네
평화와 선!
자네의 소식을 기다리며 어느 산막 그늘에서 代父 東勳. 적어 보내네
옛적 자네와 함께 잘 부르던 Today를 부르며 이만 내려 놓네
https://youtu.be/DSRCGHUnDoc?si=NHcsEcy8CuvOTo1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