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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낭송과 암송의 문화가 급속히 사라져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시나 연설문을 낭송하고, 가능하면 암송하라는 권고가
무척 생뚱맞고 구닥다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호메로스의 시들을 암송하며
이성적 인간으로 향하는 길을 닦았고,
우리 조상들도 어릴 때부터 천자문에서부터 시작하여
한시와 사서삼경들을 낭송 또는 암송하며 바른 인간(군자)의 길을 갔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생각의 시대,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와 만나다' 중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하면 온갖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외우는' 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시를 외우고 좋은 문장의 구절들을 암송하던 때가 있었다.
나 또한 윤동주의 서시', 류시화 시인의 목련, 조지훈의 승무,
이육사의 광야를 즐겨 외우며
마음을 가다듬고, 나를 돌아보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시 네 편을 한번 읽어보자.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
#.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는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 류시화, 목련
#.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 승무
#.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광야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으로 책이 대중화되면서 꺾이기 시작했던 암송의 문화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더욱 쇠퇴하고 있다.
하지만 1%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암송해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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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도 영토도 없이 문화와 전통을 수백년동안 이어온,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민족. 누구일까? 바로 유태인이다.
유태인의 저력과 탁월함은 이미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인구의 0.5%도 안 되는 인구로 노벨상의 25% 이상을 석권하고,
초강대국 미국의 정치, 금융, 교육, 언론을 좌지우지 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 전세계 유태인 총인구: 약 1,500 만명
- 미국내 유태인 인구: 560만 (미국 인구의 2%)
- 노벨상 수상자의 25-30%가 유태인 및 유태인 혈연이 있는 사람
- 미국 GNP의 15%를 미국내 유태인들이 만들어 냄.
- Fobes 선정 미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12개가 유태인 창업 및 소유 기업(2003년 통계)
미국내 영향력
언론 : CNN, NBC, ABC 방송, 뉴욕타임즈, 월스트리스 저널, 워싱턴 포스트, 뉴스위크, 타임이 유태인 소유이거나 유태인 자본의 영향력에 있음.
할리우드 : 워너브라더스(WB), 파라마운트, 12세기 폭스, 드림워크등의 영화사가 모두 유태인 소유이거나 유태인 자본에 기초함
금융: 사실상 월 스트리트는 유태인들에 의해 세워짐,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 솔로몬 브라더스 등이 유태인 소유,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조지 소로스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리처드 팔머: 빌게이츠와 함께 MS를 세움), 델 컴퓨터(델), 인텔(앤디 그로브), 스타벅스(하워드 슐츠), 리바이스(리바이스 스트라우스)
학계: 칼 맑스, 프로이드, 스피노자,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셀먼 왁스먼 (항생 물질 개발)
하바드에서 유대인들은 왜 천재들이 되는가? 라는 분석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테필린"이 있었다.
유대인들은 태어나서 죽기까지 '테필린' 교육을 받는다.
이스라엘이나 유태인이 많이 활동하는 미국의 특정 지역에 가면 유태인을 상징하는 키파(머리에 쓰는 동그란 모자)를 쓰거나 유태인 복장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벽을 바라보고 몸을 앞뒤로 흔들며 토라(모세 오경 중심의 구약)과 탈무드를 암송하는 유태인을 보게 된다.
<<왜 유대인은 노벨상을 많이 받았을까>>의 저자인 아오키 아시쿠는
그 책에서 유태인 금요일 회당 예배에 참석해서 본 놀라운 광경을 묘사한다.
"금요일 밤, 유대교회당 열린 예배에 참가했을 때 기도서는 것을 받은 적이 있다. 이 기도서는 토라를 바탕으로 쓴 책인 만큼 토라의 내용이 군데군데 들어가 있다. 그들 예배는 기도서에 의해 진행되는데 읽는 속도가 너무 빨라 내용을 놓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유태인들은 둘러보니 그들은 기도문을 보면서 읽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눈을 감고, 어떤 사람은 천장을 쳐다보며 기도서를 외워서 읊고 있었다. 그들은 160쪽이나 되는 기도서를 통째로 외워버린 것이다."
그리고 유태인들은 160쪽 분량의 기도서 뿐 아니라 1,200 쪽에 이르는 토라까지 통째로 외운 사람도 많다. 심지어는 그 두꺼운 성경을 통째로 암송하고 있는 유대인들도 많다.
유태인 특유의 암송교육, 그것이 바로 테필린이다.
유대인의 공부법은 철저한 음독과 암기다. 단순한 음독도 아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동시에 몸을 움직이고 때로는 읽는 문장에 가락을 붙여 노래하듯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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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키아즘구조, 즉, 문장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많은 문장을 암송할수록 두뇌의 더 많은 부분이 개발되고, 점차 뇌 활용의 우월성(일반 사람들은 이것을 '천재성'이라고 부른다.)을 발휘하게 된다. 유대인의 천재교육의 근간도 바로 텔필린 교육 때문이다.
(또한 당연히 언어구사능력도 높아진다. 많은 유태인들은 영어는 기본이고, 다른 언어를 2-3개 이상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이렇게 외국어에 능한 것은 암송을 통한 언어의 문장구조로 사고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비롯 간단한 스페인어와 일어, 불어를 구사한다. 많은 외국어를 익히는데 그리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문장 구조로 사고하는 훈련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유태인 교육의 또 하나의 특징 중 하나는 TV나 영상 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영어 DVD나 비디오를 얼마나 틀어 주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런데 될 수 있으면 12살 이전까지는 영상 자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책을 보지 않고, 집중을 잘 못하던 아이들도 TV를 보거나 비디오를 틀어 주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다. 이는 아이가 집중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TV가 아이의 후두엽(뇌의 뒷부분으로 시각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 부위)을 꽉 틀어쥐고 다른 사고나 판단을 할 수 있는 뇌의 영역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영상과 다르게 글은 뇌의 전 부분을 발달시킨다. 눈에 들어 온 글자는 뇌의 뒷부분인 후두엽으로 가서 인식이 되고, 이 정보는 두뇌의 사령관이라고 불리는 뇌의 앞부분, 인간의 뇌인 전두엽으로 가서 처리가 되고 지식이나 정보로 체계화 된다. 그런데, 영상 자료를 보면 후두엽만 자극되고, 전두엽은 자극이 되지 않아, 궁극적으로 전두엽이 발달이 위축되는 결과가 생긴다. 전두엽은 자기 통제, 판단력을 담당하는 뇌의 관제 센터 같은 곳인데, 전두엽 발달이 더딘 아이는 자기 통제능력이나 집중력, 판단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중학교 이상의 고급 학습 내용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진다.
유태인 아이들이 보는 영상 자료는 동화책이나 그림책에 있는 그림뿐이다. 그리고 문자이다. 오로지 책이라고 하는 아날로그 자료만 가지고 교육을 하고 있다. 그 책을 주로 아버지가 자기전의 아이에게 읽어 준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나 안식일에 아버지는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놓고, 유태교 경전인 토라와 탈무드를 읽어 주어 그 내용을 설명하거나 같이 토론을 벌인다.
유태인은 2,000 년 동안 나라 없는 민족으로 살면서 수많은 박해를 받았다. 그들은 언제 생명과 재산을 빼앗길지 몰랐다. 그래서 그들이 생존의 길로 택한 것은 바로, 자식을 교육하는 것이다. 비록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쫓겨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에 든 지식과 암송한 토라와 탈무드를 중요시 했다. 그리고 그 전통은 천재성을 낳았다.
암송은 천재를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부터인가 암송이 주입식 교육의 상징이 되었다. 이유도 모르고 조선 왕들의 이름을 "태정태세 문단세..."로 외우고, 몇몇 의미 없는 문장을 외워왔다. "나라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하는 훈민정음이나, 기미독립선언서, 관동별곡이나 김소월의 시도 국어 시간에 많이 외웠다. 우리 이전 세대가 외운 훈민정음이나 국민교육헌장도 좋은 문장이고, 되 새김질 할 만한 좋은 내용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더 이상 교실에서 낭독을 하고 같이 암송을 하는 전통이 사라졌다. 그 대신 수많은 난잡한 정보들이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기른다는 명분으로 교실에 유입되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정보들은 암송할 만한 것들이 못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은 시험을 치르고 그냥 사라진다. 우리들은 언젠가부터 단순한 정보들을 잠시 머리속에 넣어두었다가 금새 잊어 버린다.
암송은 주입식 교육이고, 창의력을 억제하는 걸까?
하지만 암송에 기반을 둔 유태인식 교육을 받은 수많은 유태인들이 남들이 사고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 해고,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프란츠 카, 토마스 만 과 같은 문인에서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노벨상을 받은 151여명의 유태인들(생리의학 48, 물리학 44, 화학 27, 경제 20, 문학 12, 평화상 제외, 2006년 이스라엘 정부 발표 통계), 스티븐 스필버그에 이르기 까지 대부분의 유태인들은 어려서부터 매일 저녁 혹은 매 주 안식일 마다 토라를 암송하며 성장했다.
암송하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두뇌에 각성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몰랐던 내용들이 한꺼번에 이해되기 시작하고, 잠재된 천재성을 발휘하게 된다. 마치 초등학교때까지 멍청한 아이로 놀림을 받았던 아인슈타인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수학과 물리학의 천재성을 발휘하게 된 것처럼.
아인슈타인과 테필린
1879년 독일 남부 울름의 유태인 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아인슈타인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생후 1년이 채 못 되어 뮌헨으로 이사했다. 유년 시절에 부모가 걱정할 정도로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장이 늦었던 그는 1889년 뮌헨의 루이트폴트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당시 10세 때 뮌헨의 교장이“너는 절대 나중에 어른 구실을 못할 것”이라고 가혹하게 말했다고 한다. 김나지움을 중퇴했지만, 훗날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세계관을 바꿨다. 물론 독일의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인슈타인을 걱정한 어머니의 권유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 점이 그의 정서에 많은 도움을 주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아인슈타인은 유태인 가정에서 테필린 교육법으로 성경학습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그의 천재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테필린을 학습하는 방법은 '학가다’이다. 히브리어로 '반복'이라는 뜻이다. 교수법으로 보자면, 밭의‘고랑파기’원리와 같다. 한번 고랑을 파두면 다음부터는 농작이 훨씬 수월해지는 것처럼 내용을 하루에 한 절씩 늘려가며 반복적으로 외우고 암송하다보면 구절이 많아질수록 기억력에 고랑이 패여 점점 수월하게 암송하게 되는 것이다.
유대인식 성경암송으로 예를 들면 첫째 날 잠언 1절, 둘째 날 잠언 1+2절, 셋째 날 잠언 1+2+3절... 이런 식으로 한 구절씩 늘려나가면 어느 덧 성경 한 권을 쉽게 암송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7막 8장의 저자 홍정욱의 부모도 홍정욱에게 성경을 영어로 외우도록 훈련시켰다.
칸트도 라틴 고전 작품을 단 한 줄도 틀리지 않고 암송하기로 유명했고, 링컨은 데모스테네스, 키케로, 세익스피어 등의 작품을 암송하는 것을 평생 취미로 삼았다.
나 또한 외우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테필린을 위해 선택한 "애씀없이 암송하는(높은 ROI)" 방법은 2가지이다.
첫번째는 글을 쓰는 것,
두번째는 가르치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여러번 고쳐쓸 수밖에 없고, 좋은 글을 쓰려면 수사학적으로 뛰어난 많은 책을 읽고 닮아갈 수밖에 없다. 글을 잘 쓰는 가장 빠른 방법은, 뛰어난 문체들을 자꾸 따라쓰는 것이다. (고대부터 유명한 교육법이다.)
자꾸 보고, 인용하고, 고치고, 다시 읽는 과정에서 수 많은 문장들이 자동적으로 암송된다.
가르치다보면, 똑같은 내용을 자꾸 반복해서 말할 수밖에 없다.
수 많은 문장들이 자동적으로 암기된다.
과제 1)
내가 암송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적어보라.
예를 들어 조선왕조(태정태세문단세..), 천자문순서(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룰황, 집우 집주 넓을홍..), 애국가 4절, 국민교육헌장, 훈민정은 서문(나랏말싸미..), 시, 노래가사, 성경, 암송구절 등 생각나는 모든 것을 적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