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들을 위한 주간신문 '세미나리뷰'에서 퍼온 글입니다.
'홍선생의 사는 이야기'란 연재 칼럼 중 하나이지요.
잘 읽어 보시고, 나는 왜 치과의사가 되고 싶은건지 다시 한번
찬찬히 따져 보세요. 이 글을 쓰신 홍성우선생의 홈은 edoctor.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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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공부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시군요.
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한국이 싫다며, 한국의 비리를 낱낱이 열거하고 난 후, 이민을 계획중이라는 한 시민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시는 분이 한국을 떠나버리면, 또 한국이 싫다고 떠나버리면, 한국에 계속 남아있는 우리는 뭐고 또한 우리나라는 뭐가 되겠습니까?
왜 이 이야기를 하냐구요?
우리네 의과, 치과 현실하고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최대이점은 투자한 만큼 벌어들인다는 것입니다.
의사의 재산이라고는 오로지 머리 속에 든 지식과 손기술 밖에 없습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즉 머리 속에 지식을 담고 손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기나긴 세월이 요구되고, 젊음과 정열도 담보로 잡히고, 경제적인 손실 또한 따르게 됩니다.
이를 무릅쓰고 의사나 치과의사가 되려고 함은 그에 따른 부가가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대학입시 성적을 보면,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은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머리 좋은 학생들이 지금도 지원하는 것을 보면, 적어도 나까지는 내가 늙어서 이 사람들에게 내 몸을 맡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명감이 마음속에 꿈틀거리고 있다면 의대나 치대를 지원하십시오.
하지만 경제적인 풍요를 바란다면 재차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치과에서는 보일러를 놓아야할지, 아니면 석유를 때야할지 고민하는 곳이 많습니다.
아픈 사람을 끝까지 웃는 얼굴로 사랑할 자신이 있으면 지원하십시오.
어느 통계에 따르면 치과의사의 평균수명이 만 55세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건강에 자신이 있다면 지원하십시오.
남을 치료하기는커녕 자기병원보다 다른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친척 중에 공무원이 있으면 편합니다.
세무관계가 얼마나 골치 아픈지, 모이면 세금문제로 서로 고민하곤 합니다.
고민해 봤자지만….
기억력은 공부할 때만 필요합니다.
근무하다보면 잊어버릴게 너무나 많습니다.
치료비 외상값도 잊어버릴 것 중 하난데, 1 년이 넘었다면 포기하십시오.
돈을 모으고 싶으면 절대 사람들을 사귀어선 안됩니다.
축의금, 조의금 등 장난이 아니며, 다른 사람과 같이 내면 내고도 욕먹습니다.
두루뭉실한 성격이 되십시오.
정신과의사가 미쳐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단 치과의사나 의사가 되고서도 공부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주사바늘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0년 밖에 안 된 지금, 너무나 급속히 변하는 의술로 인해, 조금만 방심하면 남들이 안 알아줍니다.
마지막으로,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다면 님께서는 의사나 치과의사가 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더라도 절망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하려고 하면 할 게 많고, 열심히 하다보면 보람만큼은 큰 직업이어서 업보도 그만큼 빨리 탕감되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일단 이쪽에 발을 들여놓으면 단단한 각오를 필요로 합니다.
각오가 안되어 있다면, 살아가는 도중 저절로 각오를 요구 당하게 됩니다.
각오를 여러 번 하다보면, 사람도 달라지고 직업에 없던 정도 생깁니다. 그리고 사는 재미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며, 또 그러다 보면 그 재미가 커지게 되죠.
하지만 각오하기를 거부하면 이것처럼 불쌍한 직업도 없습니다.
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거듭 건강을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