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첫사랑이라는 열병과
운명적으로 만난 것은
강릉상고 이학년 봄이었다.
친구들과 금산 소나무 숲에서
마실 줄도 모르는 소주를
한 모금씩 홀짝거리고 있었다.
독약을 마시는 기분이었다.
쓰고 차갑고 화끈거리는
그 맛이야말로
우리들의 인생일 수도 있다고
우린 멋대로 단정하고 있었다.
그때 그 여자가 왔다.
머리에 노란색 모자가 나비처럼
사뿐히 올려 져 있었다.
꽃 한 송이를 들고 소나무 숲
입구에 나타난 그 여자의 모습을
그때의 기분으로 그대로 말하자면
그 여자의 손에 들린 꽃보다도
그 여자가 훨씬 아름다웠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전력 질주했다.
여자가 놀라서 비켜서는 순간
나는 여자의 손에 들린 꽃을
채뜨려 빼앗았다.
꽃줄기가 툭 부러졌다.
내 첫사랑처럼.
“그냥 달라고 하지.”
나중에 여자가 말했었다.
독배를 들 듯 소주를 마시다
부려본 만용이고,
환상이었던 나이였으니까,
나는 여자를 누나라고 불렸다.
이따금 찐빵을 잔뜩 사주곤
엄마 같은 얼굴로 웃기만 했다.
“귀여워…”
내가 너무 급하게 먹다가
목이 메인듯하면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주면서 말하곤 했다.
요즘에도 꿈을 꾸면 꿈속에
언제나 흰 칼라가 달린
강릉여고 교복을 입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바람처럼 지나서
내가 마음대로 소주를 마시고
담배도 태우게 됐을 때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는
첫사랑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내 신체의 어느 부위에
조그맣게 살아남아서
때때로 내 젊은 한 시절을
수줍게 일깨워주는 것이다.
오늘 친구들과 금류골에서
맛있는 안주를 먹을 때마다
친구들에게 맛있는 안주만을
골라 사주고 싶은 심정으로
과거사를 고백합니다.
동네어귀에 모여 놀던
어린 시절이 그립습니다.
산도 좋고, 술도 좋아라~
우리가 만나면 만날수록
왜 이리 기분이 좋을까요?
우리들 서로가 소중해서겠지요.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건
마음을 나누며 함께 갈 수 있는
마음의 길동무 입니다.
-흐르는 곡 -
♬ 우리들의 멋진 날 ♬
카페 게시글
우리젊은날
친구와 함께면 더위쯤이야 별건가요.
박 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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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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