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까닭없이 무언가에 대하여 증오가생긴다. 그것도 세상살이가 어려우면 더욱 그렇다. 예전엔 정치나 경제 등 국내문제에 대하여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자신과 생각이 조그만 틀리면 반대 세력으로 매도해 버리고 증오심을 나타낸다.
왜 그럴까? 물론 그것은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이 물 흐려놓은 결과라는 생각이 앞선다.
미국 터프츠 대학교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는 로버트 J. 스턴버그ㆍ카린 스턴버그는 그의 책에서 증오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증오의 삼각형 이론'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증오는 친밀감의 부정(否定), 열정, 결정·헌신 등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세 요소의 조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증오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극(極)과 극은 통한다'며 내세우는 '사랑의 삼각형'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여기서 삼각형이란 기하학 도형이라기보다 일종의 비유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증오의 첫 번째 요소인 친밀감의 부정은 반감과 혐오감이다. 홀로코스트 기간에 유대인과 그 밖의 다른 집단을 향한 친밀감 부정을 조장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선전(宣傳), 학교 교육, 동료 집단의 상호교류, 가정학습 같은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었다. 선전은 증오의 대상집단 또는 대상문화를 '전염병 같은 유대인' '탐욕스러운 유대인'처럼 개인 특성을 나타내는 수식어로 단정 짓는다. 괴벨스는 유대인을 인간 이하의 존재, 즉 더럽고 질병이나 옮기며 깡그리 없애야 하는 벌레들이라고 비난했다. 사람들은 그런 수식어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그저 남에게 들은 선전구호를 무관심하게 받아들이고 반복했다.
증오의 두 번째 요소는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서 강렬한 분노 혹은 두려움 형태로 표현되는 열정이다. 오늘날 이라크에서는 여러 종파 사람들끼리 서로 상대 종파 사람을 두려워하는데, 이곳에서의 선전은 각 집단 구성원들이 상대 집단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도록 부추긴다. 수니파는 몇십 년 동안 시아파에 정치적ㆍ경제적 손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나라를 통치하다가 한순간에 그 힘을 잃었다. 비주류로 밀려난 수니파는 주류의 자리를 차지한 시아파에 대항했고, 시아파 역시 수니파에 맞서 싸웠다. 저자는 "다른 집단과의 접촉에서 혐오적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경험하는 불편함과 불안은 점점 더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분노로 변질되면서 위협과 자극을 더욱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증오의 세 번째 구성요소는 결정·헌신이다. 단기적으로는 특정한 타인을 증오하겠다는 결정이고, 장기적으로는 그 증오에 지속적으로 헌신하는 것이다. 증오에 대한 결정·헌신의 특징은 대상집단의 평가절하와 경멸을 통한 가치축소다. 증오하는 사람은 증오 대상인 개인이나 집단을 인간말종이나 인간 이하로 깔보며 경멸한다. 자기집단 구성원들에게 증오심을 부추기는 사람들의 목적은 대상집단을 하찮게 보도록 자기집단 사람들의 사고과정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학교에서든 밖에서든 교훈적인 방식 혹은 세뇌교육처럼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저자는 이러한 증오 이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학살, 캄보디아크메르 루주의 대량학살, 르완다 내전, 9·11사태 등을 분석한다. 그렇다면 이런 증오심을 치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다분히 심리학적인 처방전을 내놓는다. 증오심을 가라앉히거나 차단하는 방법으로 편견의 축소,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하려는 노력 등을 강조한다. 또한 마하트마 간디, 마더 테레사, 넬슨 만델라 등을 언급하며 "증오와 싸우는 최선의 방법은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적인 사람들은 증오할 수 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증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명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을 염려하는 만큼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행복도 염려하기 때문에 타인을 증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이론에 사례를 끼워맞추는 억지스러움이 더러 느껴지지만, 증오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