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라고 해서 들리는 상태가 누구나 다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의 장애원인·장애정도·보청기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다 다르므로 한마디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에 만 3세 때부터 20여넌간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해 온
사또 마사유끼(佐藤正辛) 씨가 자신의 보청기 착용상태에서의
청각적 인상(印象)에 대해서 쓴 글 중 일부를 소개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경우를 보면, 수업시간에 청각을 활용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면
별로 힘들지 않는데, 청각을 활용해야만 될 때는 무척 고생스럽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말하기와 듣기가 중심이 되는 영어나 국어 수업이 문제다.
영어란, 그 단어의 철자 그대로 발음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발음하려면 청각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영어 청취면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특히 청취면에 있어서는 구별해내기 어려운 것이 있다.
예를 들면 play-pray: /l/ - /r/ 유음(流音)의 대립,
즉 혀끝의 움직임에 의한 차이. bus-bath: /s/ - /θ/ 마찰음의 대립,
/s/는 혀의 양옆만이 윗니에 닿는다.
/θ/는 혀를 윗니에 가까이 댄다.
국어(일본어)수업 때는, 한문자 읽기는 물론이고 듣기 또한 괴롭다.
예를 들면, 선생님이 "아버지와 기차를 타고 경주에 갔다"라고 읽으면,
내 귀에는 "아버이와 이타드 타오 여두에 았다"로만 들릴 뿐이다.
즉 /t?/와 같은 혀끝소리와 /k/, /g/와 같은 연구개음이 잘 들리지 않는데,
특히 이런 자음들이 모음 /i/나 /u/와 이어질 때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
아무튼, 어느 때든지 남아있는 청력을 활용해서 들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
보청기의 특성 등으로 인한 한계가 있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주위의 소음 정도에 따라서도 들리는 상태가 달라진다.
주위에 말소리를 방해하는 소음이 전혀 없이 조용할 때는 아주 또렷이 들린다.
그러나 주위가 시끄러울 때는 다른 소리의 영향을 받아 또렷이 들리지 않는다.
특히 은행이나 병원에서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버스나 전철 안에서 나는 안내방송 소리, 또 그 속에서 이야기하는 소리
등은 이지러지고 갈라져 들린다.
기차역의 안내방송이나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방안에서는
말소리가 울리고 잔향(殘響)이 있어서 역시 위와같이 들리게 된다.
< 佐藤正幸: 「補聽器の裝用と聽覺活用」, 聽覺活用をめぐる諸問題.
東京: (財)心身障害兒敎育財團, 1987, 147-1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