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4일 간의 짧지 않은 여행,,,
자주 가는 제주에서 뭘 그리 볼게 있어 4일이나 견디냐는 핀잔을 가끔 들었지만 놀 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 치부하고 아쉬운 마지막 날을 알차게 보낼 궁리를 한다.
끊임 없이 날리는 눈발에도 아침 일찍 물질을 나서는 해녀-멀어서 나이를 짐작하긴 어렵지만 아마도 할머니 해녀겠지-, 어제 저녁 몇 대 주차돼 있던 차들도 아침 일찍 떠나고 우리 차만 남았다. 세찬 바람에 파도소리 들으며 아침밥을 알뜰하게 지어 먹고 숙소를 나서면서 주인아줌씨께 선인장 자생지를 물으니 그냥 월령리 이 동네가 자생지란다. 그러고 보니 온통 선인장이다. 길 가에 난 것도 있고 재배하는 것도 있고.
경치 좋다며 망아지마냥 갯바위로 뛰어나가는 마눌, 눈보라에 심한 바람과 파도가 무섭지도 않은지 제 정신이 아니다.^^ 돌이켜 세우고 사진 한장 찍고 둘러보니 이 곳이 올레길 14구간이다. 저지마을회관에서 시작하여 이곳 월령포구를 지나 협재해수욕장, 한림항까지 이르는 19킬로미터의 코스로 지금은 겨울이라 아쉽지만 싱그런 초록과 바다의 푸름에 반하는 길이란다.
눈보라는 다소 그치고 바람만 세찬 바닷가, 제주 특유의 돌담길을 따라 울퉁불퉁한 돌길을 걷는다. 왼쪽으로 아름다운 섬 비양도를 바라보며 걷는데 차가운 바람이 시간을 일깨운다. 두어 시간 느릿 느릿 걷는데 평일이라 올레를 찾는 사람이 뜸하여 두 팀만을 만났다.
사흘 간 많이 걸었으니 오늘은 드라이브나 할까나. 월령코지 숙소를 떠나 월령마을을 지나는데 온통 선인장이다. 월령코지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몇 년 전 아이들과 같이 와서 묵었던 IGH펜션이 그 모습 그 대로 자리잡고 있다. 새삼 추억이 떠올라 낭만에 젖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한참 동안 바라본다. 큰 길로 나서서 이국적 풍차가 우뚝 선 신창-용수간 해안도로로 접어드니 시원한 바닷길과 저 멀리 차귀도가 바라보인다. 하얀 등대와 까만 현무암의 선명한 대비, 간간이 휘날리는 하얀 눈발과 갈매기의 날개짓, 지난 해 수월봉에서 바라봤던 한라산의 설경이 가슴 속에 맴돈다.
차귀도 선착장에는 아침 물질 나갔던 해녀 할머니들이 망태 한 가득 해산물을 캐서 몇 사람은 트럭에 또 몇 사람은 걸어서 어디론가 부지런히들 달려 가는데 무엇을 잡았나 궁금해서 따라가봤더니 거의가 소라다. 그 사이에 요상하게 생긴 놈이 해삼이라는데 참 맛있단다. 한 마리에 이만원 정도. 잡아온 할머니는 점심 식사를 하러 가고 구경꾼만 두엇 서성거리고 차귀도 잠수함 타러 갔던 관광객이 한 무리 우르르 사라진다.
길을 되짚어 제주시로 돌아와 러브랜드로 향하는데 어린아이 주먹만한 눈발이 금세 도로를 덮는다. 이러다 비행기도 못 뜨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드는데, 뭐 걱정이 있나.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루 더 놀지뭐^^
19금 러브랜드에는 내리는 눈발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붐빈다. 눈을 덮어 쓴 그렇고 그런 조각상들 앞에서 제각각 분위기 살피며 키득거리는 사람들...
제주 시내에서 갈치조림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공항으로 고고씽, 저녁 6시 30분 집에 도착. 여행의 아쉬움과 우리집의 포근함이 교차한다.
펜션 난간 너머로 새파란 이끼가 싱그럽다.
월령마을, 부지런한 해녀 할머니들이 굵은 눈보라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물질을 나가신다.
눈보라, 안개, 세찬 바람이 빚어내는 하모니
강풍에 바닷물이 안개처럼 날린다.
좋아서 망아지처럼 날뛰는 마눌
월령코지펜션
제주돌담과 자생 선인장
제주올레 14코스, 비양도
선인장 여인
올레꾼
월령코지펜션 뒷모습
아름다운 바닷길... 뒤로 보이는 섬이 비양도...
바람 많은 제주도, 풍력발전기가 참 많다.
돌담과 잘 어울리는 올레 안내
몇 년 전 아이들과 머물렀던 igh펜션, 그 때 지은지 며칠 되지 않았었는데...
눈이 즐거운 하얀 등대와 까만 현무암의 대비
트럭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해녀
차귀도 해녀할머니가 잡은 해삼
협재해수욕장
제주시 러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