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환골탈태한 E 클래스의 인기 성적은 실로 눈부시다. 간단히 국내만 보더라도 최근 조사된 수입차 판매대수에서도 메르세데스 벤츠의 강세는 새로운 E 클래스가 주연을 맡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만의 브랜드 밸류와 더불어 더욱 세련되진 E 클래스의 자태를 보고 있자면, 그 뜨거운 인기는 당연한 결과로 인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E 클래스에 또 한번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지난 2004년 W211 E 클래스의 플랫폼으로 4도어 쿠페라는 신개념 모델 CLS를 만들어내더니 2009년에는 새로워진 W212 E 클래스의 쿠페 버전을 부활시켰다.
이번에 카이슈에서 시승한 모델은 E 350 Coupe이다. 지난 번에 E 300 모델을 시승했던 터라 E클래스 세단과 쿠페를 비교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으로 대표되는 E클래스의 이미지에는 온통 세단의 표본의 모습이 오랫동안 풍겨져 나온다. 그만큼 E클래스는 세단이라는 레이아웃에서 안방마님의 자리를 언제나 대표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7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를 통해 탄생한 뉴 E클래스는 “쿠페”라는 바디타입을 도입하며 우아한 자태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E클래스의 4세대 모델인 114 시리즈와 5세대 모델인 115 시리즈에서 활약하던 E 클래스 쿠페의 화려한 부활이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Exterior – 엘레강스 디자인의 표본
E 350 Coupe의 외관은 기존의 E 클래스 세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분명히 두 개의 도어를 가지고 쿠페의 모습임을 확인했건만 세단모델과 쿠페모델 사이에서 어색함을 찾을 수 없다. 그만큼 이번 E 클래스의 본래 디자인은 날렵하고 우아한 쿠페룩을 지향하고 있어 세단과 쿠페 사이를 확연하게 구분 짓지 않는다. E 350 Coupe의 전면은 E 클래스 세단과 꼭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사각형으로 날카롭게 빚어낸 더블 헤드라이트와 사다리꼴로 점점 넓어지는 범퍼의 형상은 당당하고 예리한 인상을 유감없이 강조하고 있다. E 350 Coupe에서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차이점은 스포츠 모델에서 어김없이 빛나는 메르세데스-벤츠만의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전면부를 가득 메우는 “Three pointed Star” 앰블럼은 정 중앙에서 고유의 위엄과 권력을 과시하고 있다.
E 350 Coupe는 측면으로 가면서 자신이 본격적인 쿠페임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두툼하게 올라와있는 보닛부터 A필러를 타고 시작되는 루프라인은 B필러를 생략한 채 C필러를 이어나간다. 대략 트렁크 직전까지 유연하게 뻗어있는 루프라인은 윈도우를 감싸는 크롬 몰딩과 함께 일체감을 이루며 우아한 자태의 핵심으로 자리잡는다. B필러를 생략하고 프론트와 리어 윈도우를 하나로 마감한 디자인 구성은 E 350 Coupe의 시원한 몸매를 한껏 강조하고 도어 그립과 하단에 뻗어있는 크롬 사이드 몰딩은 시원스레 새겨진 캐릭터 라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E 350 Coupe의 우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은은하지만 정확하게 윤곽을 드러내며 부풀어 오른 리어 펜더에서 절정을 이룬다. 게다가 AMG 스타일 패키지에 포함된 18인치 알로이 휠은 절제된 스포티한 감각을 보기 좋게 표현하고 있다.
E 350 Coupe의 후면에는 부드럽게 떨어지는 리어 윈도우가 우아한 모습으로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진다. 게다가 파노라마 루프를 적용한 E 350 Coupe는 윈드실드부터 리어 윈도우까지 통일감을 이루며 덕분에 흑백 대비를 이루는 모습은 쿠페만의 수려한 루프라인과 배합되어 럭셔리함과 아름다움을 공존시킨다. E 350 Coupe의 테일 램프는 세단의 그것보다 얇고 예리하게 다듬고 모서리를 향하면서 예리함을 잃지 않았다. 게다가 범퍼 하단에는 두툼한 디퓨저를 추가하고 듀얼 머플러를 드러내면서 스포티한 이미지를 물씬 풍기고 있다.
Interior – 정직한 라인만큼이나 스포티한 인테리어 감성
E 클래스의 외관에서 보여주는 직선적인 외형만큼이나 인테리어에서의 직선적인 디자인은 과감하게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시원시원하게 뻗어가는 실내 트림과 디자인은 남성적인 느낌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이전의 세단에서 적용되었던 우드트림은 실버메탈 트림으로 탈바꿈하면서 자신의 쿠페임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과 모습은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건 센터콘솔 앞에 자리잡은 셀렉트 레버이다. 세단인 경우에 스티어링 컬럼에서 제 역할에 충실했던 셀렉트 레버는 스포티한 속성을 대변하기 위하여 중앙으로 옮긴 것이다. 덕분에 컵 홀더의 위치도 바뀌고 센터콘솔의 생김새도 바뀌었지만, 스포티한 드라이빙 감각은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
E 350 Coupe의 계기판과 전면 디스플레이 구성도 세단과 동일하게 이어지고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잡은 커맨드 시스템과 센터 콘솔에서 다이얼 콘트롤러로 조작되는 방법에도 변화가 없다. 다만, E 350 Coupe의 스티어링 휠 에는 날렵하고 스포티한 느낌의 3스포크가 적용되고 스티어링 휠의 형상에도 더 나은 그립을 위해 손 모양에 맞게 제작되었다. 게다가 에어벤트에서 시작되었던 우드트림 대신에 대시보드 하단과 도어 패널에는 메탈트림으로 포인트를 더한다. 덕분에 메탈로 장식한 브레이크, 액셀 페달과 셀렉트 레버가 담겨있는 실내에서 고급스러움과 더불어 멋들어진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역시나 전형적인 쿠페의 모습으로 돌아온 E 350 Coupe의 인테리어 백미는 스포츠 시트에 있다. 세단의 것과는 비교되는 얇고 육감적인 E 350 Coupe의 스포츠 시트는 2+2 구성으로 질감 좋은 펀칭 가죽으로 마무리가 되 있다. 자칫 장거리 운전이 불편해 질 수 있는 스포츠 시트는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기가 막힌 솜씨로 최적의 타협점을 표현하고 있다. 덕분에 몸을 감싸는 스포츠 시트의 좌착감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이다. 게다가 적당히 단단하고 깊이 있는 등받이와 비죽 튀어나온 볼스터, 그리고 허벅지를 지탱하는 시트 부위는 측면에 위치한 네 개의 콘트롤러로 에어쿠션을 조정 할 수 있다. 한마디로 E 350 Coupe의 스포츠 시트는 “맞춤 시트”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E 350 Coupe 인테리어의 또 한가지 핵심에는 럭셔리를 빼놓을 수 없다. 여느 메르세데스-벤츠 모델들과 같이 E 350 Coupe의 실내 사양은 최첨단의 커맨드 시스템과 다루기 쉬운 듀얼존 A/C 컨트롤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고급스러운 실내 내장재와 탑승자를 배려하는 편의 장비는 훌륭한 감성품질을 실감케 하고 있다. 실례로 운전석에 몸을 담고 도어를 닫으면 상대적으로 안전벨트의 위치가 좌석보다 뒤에 있는 쿠페 임에도 불구하고 안전벨트를 연장하는 섬세함을 보여주고 뒷좌석의 편안한 승차를 위해 이지-엔트리(EASY-ENTRY) 시스템이 적용되어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적극적인 폴딩 효과를 보여준다.
Powertrain
E 350 Avantgarde 세단과 똑 같이 적용되는 E 350 Coupe의 엔진은 이전부터 애용되던 V6 엔진으로 배기량은 3,498cc 이고, 최고출력은 272마력/6,000rpm을 기록하며 최대토크는 35.7kg.m/2,400-5,000rpm을 발휘한다. 이 수치는 E350 Avantgarde 와도 똑 같이 해당되고 카이슈에서 시승했던 E 300 모델과는 각각 41마력/5.6kg.m 정도가 더 높은 수치이다. 하지만 E 350 Coupe 경우에는 차량중량이 1670kg으로 가벼워지면서 정지가속 0-100km/h는 6.3초로 단축되었다. 또한 자동 7단 변속기는 출발부터 고속까지 부드러운 변속을 실현하며 항속 기어비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효율적인 연비를 이끌어낸다.
Road Impression
E 350 Coupe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에서 눈을 떼기 힘들다. 더욱이 고급스러운 화이트 색상으로 치장한 E 350 Coupe의 모습은 미끈하게 빠진 턱시도를 걸친 신사의 모습이 자꾸만 연상된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E 350 Coupe 모델을 감상하는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바람에 자연스레 평소보다 꼼꼼하게 둘러보게 된다. 이곳 저곳에서 발견되는 E 350 Coupe만의 디테일 디자인은 어색함 없이 절묘하게 성형되어 쿠페만의 날렵함과 스포티한 느낌을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 특히 B필러 없이 시원하게 이어진 측면 윈도우 패널은 여러 번 봐도 아름답기만 하다.
길어진 도어를 활짝 열어보자 E 350 Coupe만의 스포츠 시트가 착석을 재촉하고 있다. 확실하게 구분되는 스포츠 시트에 몸을 맡기자 적당히 탄탄한 감각이 거부감 없이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트 포지션을 맞추며 4개의 에어쿠션까지 조정하자, 비로소 완벽한 운전 자세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쿠페의 자랑스런 전유물인 필러리스 도어를 닫았더니 안전벨트를 연장시키며 벨트 체결을 손쉽게 도와준다. 이미 CLK를 통해서 경험해보았던 배려지만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서비스임에 틀림없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묵직한 리모컨 키를 절도 있게 돌려나가면 자동 이그니션으로 3.5리터 V6 엔진은 조용하게 숨을 쉬기 시작한다. 아이들링 엔진 사운드는 지극히 정숙한 소리로 일관하지만, 액셀 페달에 반응하는 배기음은 은근히 쿠페임을 강조하듯이 고급스러운 음색으로 사운드 튜닝이 되어있다.
손맛의 느낌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센터콘솔 앞으로 옮겨진 셀렉트 레버를 D에 고정하고 부드럽게 출발을 재촉하자 무거운 액셀 페달에서 반응하기 시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 고유의 무거운 액셀 반응은 마치 수동변속기 차량으로 천천히 클러치를 연결하는 느낌하고 흡사하다. 물론 이 느낌을 처음 접해보는 운전자는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고유의 부드러운 초기반응에서 경박하거나 방정맞은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이미 오래 전부터 메르세데스-벤츠만의 특유한 액셀 감각으로 대표된다. 얌전하게 출발하는 E 350 Coupe는 부드러운 가속으로 이어나가며 쓸데없는 충격과 소음은 철저히 배제한 채 정숙하게 주행하기 시작한다.
E 350 Coupe의 3.5리터 V6엔진은 익히 경험해본 성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부드럽게 솟아오르는 Rpm에 따라서 회전 한계 직전까지 힘을 잃지 않고 고르게 토크를 발휘한다. 따라서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가속성능 또한 여유롭게 고속을 향하여 돌진하는 느낌이다. 다만 안정적인 하체느낌과 정숙한 주행감각 덕분에 체감 가속성능은 실제보다 훨씬 못 미칠 뿐이다. 본격적인 가속성능을 맛 보고자 적극적인 액셀에 응답하는 E 350 Coupe는 변속을 뒤로 미루고 시원하게 힘을 쏟아내며 금세 고속으로 질주를 시작한다. 확실히 이전에 시승했던 E 300 모델과는 풍부한 가속력을 보여주고 더욱 가벼워진 차량 무게에서 비롯되는 순발력도 한 수 위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E 350 Coupe가 고속주행에서 보여주는 주행감각은 그야말로 탁월하다. 이미 고속의 상황에서도 끊임없는 출력은 지칠 줄 모르고, 세단모델보다 더욱 탄탄해진 스포츠 서스펜션은 믿음직한 느낌으로 고속주행 안정성을 실현하고 있다. 덕분에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예리해진 코너링 성능은 덤으로 챙기게 되었고 무엇보다 스포츠 시트가 지탱해주는 횡 G를 만끽하는 짜릿한 경험도 E 350 Coupe에선 가능하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에 달려있는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면 어느 구간에서도 한결같이 부드러운 변속을 실행하고 은은하게 들려오는 스포티한 배기음은 가솔린을 태우는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든다.
The Luxury Coupe
더 이상 고리타분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브랜드 이미지는 E 350 Coupe모델로서 완전히 졸업한 모습이다. E 클래스가 보여준 혁신적인 디자인의 변화는 쿠페를 만나면서 절정의 모습을 자랑한다. 마치 쿠페의 디자인을 완성형으로 주장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만큼 E 350 Coupe의 디자인 완성도는 최고 수준에 이르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섬세한 편의 장비까지 두루 갖춘 E 350 Coupe에는 스타일과 더불어 감성을 자극하는 매력 포인트가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메르세데스-벤츠만의 브랜드 밸류까지 더 한다면 E 350 Coupe야 말로 럭셔리 쿠페의 정점에 위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