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겨레신문을 보다가 인도의 영화배우 <이르판 칸>이 지난달 29일에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글을 읽을 때도 <이르판 칸>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가 <런치 박스>와 <라이프 오브 파이>에 출연한 배우라는 말에 누구인 줄 알게되었습니다. 겨우 54살이고 희귀암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요즘 아직 젊은 나이에 누가 죽었다고 하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인도영화 <런치 박스>는 여운이 길게 남는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훌륭한 배우가 아직은 젊은 나이인데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제서야 인도에 세명의 칸(아미르 칸, 샤룩 칸, 살만 칸)외에도 칸이 한명 더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런치 박스>에서 어린 딸을 둔 젊은 유부녀 일라가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남편에게 배달시킨 도시락이 도시락 배달꾼(인도는 도시락을 배달하는 직업이 있습니다.)이 잘못하여 퇴직을 앞둔 세무공무원인 사잔(이르판 칸)에게 전달합니다. 도시락이 깨끗이 비워져서 돌아오지만 남편은 일라가 준비하지 않은 엉뚱한 음식이야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일라는 계속 도시락을 사잔에게 보내고, 도시락에 쪽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간에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영화 내내 두 주인공이 한번도 만나지 않지만, 그 변하는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일라의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고, 사잔의 부인은 오래 전에 죽었습니다. 서로 한번 만나서 부탄에 같이 갈 계획을 세우기로 하지만, 사잔은 젊고 아름다운 일라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차마 만나지 못하고 일라를 포기하려 합니다. 사잔을 만나지 못한 일라는 딸과 함께 인도를 떠나 부탄으로 가려고 합니다. 서로간의 호감이 사랑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대로 끝날지 결론이 안나고 영화가 끝납니다. 영화에서 일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끔은 잘못 탄 기차가 우리를 목적지로 인도한대요" 그 말대로 서로 딴 길로 가는 두사람이 다시 만나서 사랑을 이루기를 기대합니다. 훌륭한 연기로 좋은 영화를 남긴 이르판 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