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쥐똥나무꽃

털중나리꽃

산수국

자귀나무꽃

꿀꽃

큰까치수염

엉겅퀴꽃

126차 잔뜩 찌푸린 날씨이지만 전주시내와 사방을 둘러싼 산들의 고운 선
과 들꽃을 맘껏 즐긴 기린봉 일주 산행
산행지 : 기린봉(아중리 산장-약수터-기린봉-중바위-동고사산성터-약수터-아중리
산장)
산행일시 : 2008년 6월17일 화요일 흐림 17:15-19:20
참여 : 전귀옥, 김자미, 김몽현, 한태순, 김수영(5명)
차량 : 전귀옥, 김수영
여느 때보다는 빨리 장마전선이 상륙하여 오늘부터 내륙지방을 더듬고 올라온다는 기
상예보가 적중하는지 엊저녁에는 달빛까지 보이더니만 날이 밝아오면서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려 금방이라도 빗줄기를 쏟아 부을 것만 같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출근하면서 산행준비를 갖추고 출근하여 창 너머로 하늘을 주시하
노라니 빗줄기는 보이질 않는다.
점심시간에 급식소에서 만난 회원님들이 오늘 산행 어떡하느냐고 묻기에 무조건 강행
한다며 강공으로 밀어 부쳤다.
퇴근 시까지 하늘은 변함없는 빛을 머금고 있는 차에 막내가 메시지로 5시부터 큰 비
가 온다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데 그 말속에는 오늘 그만 쉬었으면 하는 뉘앙스가
물씬 풍겨온다. 가방을 들고 교무실을 나서는데 김자미님의 옷차림이 예쁜 등산복 차
림으로 바뀌었기에 힘내어 차속에서 산행복으로 갈아입고 나서니 전귀옥, 김몽현, 한
태순님들께서 당당하게 나서기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교문 밖을 힘차게 기린봉을 향
하여 가는데 아중리 저수지 도로를 따라 가는데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노라니 그저 좋
기만 하다.
잔잔한 호수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어 詩心을 불러일으킨다.
그 시심으로 시 한편도 써보지 못한 주제에 그저 설렘만 지닐 뿐이다.
낚시광이었을 시절엔 이 아중리 저수질 밤중에 혼자 찾아와 날밤도 몇 날 세워 붕어와
싸우면서
“붕어 니가 이기는가 내가 이기는가 시합하자.”
며 버티었건만 아침 동틀 무렵엔 빈 다래끼를 들고 힘없이 자전거 패달을 밟은 일이 어
디 한두 번이던가.
한 때는 아중리 저수지에서 전국에서 48cm의 거대한 붕어가 낚시에 걸려 전국의 조사
(釣士)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여 전국의 내노라하는 조사들이 이 곳을 찾아 들지 않았던
가.
초등학교 때에 우리 옆집 아저씨가 방울낚시로 잉어를 낚아와 큰 함지박에 물을 채워
넣었는데 잉어가 어찌나 큰지 대형 함지박 밖으로 꼬리가 나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기억이 난다. 난 기술이 없어서인지 아중리 저수지에서 20cm 이상의 붕어를 낚아
보질 못했다.
빈 다래끼로 집에 오는 경우가 허다하여 내자가 나에게 묻기를 번번이 밤새 허탕 치면
서 무슨 재미로 낚시하느냐고 물으면
“난 고기를 낚으러 가는 게 아니라 밤의 자연을 낚으러 가는 것이라오.”
“누가 국어선생님 아니랄까보아 그렇게 말하는구려.”
이런 대화가 꼭 오고 가며 낚시를 총마무리 하는 것이다.
10년 전 담배를 끊은 후부터는 그 좋아하는 낚시, 고스톱 등을 일절 삼가고 산행을 하
고 있는 게 조금도 후회를 하지 않는다.
낚시나 고스톱 등은 담배를 무척 당기게 한다.
이러한 상념에 젖어가며 호수를 바라보노라니 차는 어느새 아중리 산장에 도착하여 널
찍한 주차장에 주차하고 길을 따라 오르는데 山色이 너무 좋다.
숲속에만 들어서면 연인의 포근한 가슴에 안긴 것처럼 황홀감에 그저 눈이 감길 정도
로 아늑하기만 하다.
나만 그러한 줄 아는데 우리 일행 모두가
“야, 그저 좋다!”
라는 감탄사를 토한다.
가파른 길 따라 오르는데 오늘 습도가 높아서인지 등에서는 땀 구슬이 계속 또르르 또
르르 굴러 팬츠 속으로까지 스며들어 오고 있다.
약수터에 도착하여 시원한 약수로 화끈거리는 입속을 식히니 온몸까지 시원해진다.
김몽현님과 나는 물통을 비우고 이 약수로 물병을 가득 채우고 기린봉으로 올라서 시
야가 툭 터진 전주 시가지와 주위 노령산맥이 알몸을 드러내 놓고 저물녘의 열기를 식
히고 있다.
아늑한 정경을 보고 난 후 하산하는 중에 김자미님이 비도 올 것 같지 않고 오늘 운동
량이 부족하니 산행을 좀더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에 모두가 의기투합하여 중바위쪽
으로 가는데 역시 육산의 오솔길이 그저 좋기만 하다.
중바위에 이르는데 나무 계단으로 아담하게 가꾸어 편하게 올라 전망대에서 시가지와
바로 앞 고덕산의 위용을 보고 다시 동고사 산성터를 거쳐 다시 약수터 쪽으로 가는데
앙증맞은 산수국 털중나리 까치수염들의 들꽃과 쥐똥나무의 하얀 꽃들이 아낌없이 풍
기는 향기에 취한 듯 그저 몽롱한 발걸음으로 하산하다 보니 어느새 출발점인 주차장
에 이르는데 배가 몹시 출출하다.
총무님이 오늘 비가 올까보아 간단히 산행할 것 같아 간식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그래
서인지 배가 더 고파온다. 중간에 쉬면서 김자미님이 배낭을 샅샅히 뒤져보니 초코파
이 한 개가 나와 5명이 조금씩 맛보는데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단 훨씬 낫다.
아무튼 오늘 산행은 두 시간인데 여느 때보단 짱짱한 두 시간이다.
간식 시간, 기념촬영 시간도 없이 2시간 옹골지게 산행한 것이라며 오늘 뿌듯한 산행
이었다고 김몽현님은 오늘 산행을 총평하며 마무리 한다.
아중리 부근의 음식점은 많건마는 적당한 음식점을 몰라 망설이는데 김자미님이 한 마
디 던진다.
“이럴 때 권양 선생님이 계셔야 하는 건데 정말 아쉽다.”
그 말에 우리 모두 동감이다.
우리는 앞서는 전귀옥님을 따라 호성동 돼지갈비 집에 가서 주문하고 막내를 불러냈
다.
막내는 오늘 같이 동참하려고 뒤따라오다가 오늘 우중 산행을 심란하게 여겼던지 전주
역 앞에서 고뇌어린 회군(?)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막내와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를 정겨운 담소와 맘껏 비벼 먹으며 오늘의 山行三樂을
마무리하고 나서니 장맛비가 자동차 유리를 흠뻑 적셔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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