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하면 길은 열려있다
초등학교 선후배 여섯 명이 4월 14일부터 18일 까지 해외여행을 간다. 환전을 하기위해 농협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전화가 왔다. 스마트 폰에 뜬 이름을 보니 이호철 선생이다.
“ 교장선생님!” 바리톤 낮은 음성이 독특하다.
“ 잘 있니?”
“예”
“요즈음, 어느 학교에 근무 하느냐?”
“그만 두었습니다”
나는 좀 망설이다가
“왜 그만 두었어? 지금까지 노력하여 쌓아온 공이 아깝지 않니?”
“사실 금년에 진주교육대학교 체육과 교수로 전직을 하였습니다.”
“ 잘됐다. 축하한다. 다음에 내가 찾아가면 커피나 한잔 다오.”
“예”
이호철 교수는 내가 양산 서남초등학교 교감으로 근무할 때 함께 근무했다. 처음 양산에 갔을 때는 이웃 학교인 물금초등학교에 근무했다. 배구를 아주 잘 했다. 진주교육대학교 동창회가 주관하는 시군지부별 배구 대회가 있는데 양산지부 레프트 주공격수다. 기본기가 튼튼해 어느 포지션도 잘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나도 배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유독 마음이 끌렸다.
그를 좀 더 가깝게 대할 수 있었던 계기는 범어지역 기관장들이 한 달에 한 차례씩 모임을 갖고 사회정화 캠페인을 벌렸는데 나는 교장을 대신하여 참가 했다. 그런데 이선생도 대신 참가한 것으로 기억된다. 술좌석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촉이 살아있었다. 그리고 영민했다.
그 이듬해 내가 근무하는 학교로 전근해 왔다. 그때 우리학교는 주5일제 수업 연구학교였다. 다른 학교와는 달리 매달 2주와 4주 토요일을 휴무일로 정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하루는 이 선생이 내게 찾아와 자신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부산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자 하는데 학교에서 편의를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법이 허용하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도와주겠다고 흔쾌히 대답했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자신을 계발하겠다는데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시적으로는 조직에 다소 누가될 런지는 모르지만 먼 안목으로 보면 개인적으로나 교육발전적인 면에서 유익함이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박사과정을 밟는데 토요일에는 출석 수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주 5일제 연구학교이기 때문에 2주 토요일과 4주 토요일은 휴업일이기에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 1주와 2주가 문제였다. 학급을 담임하면 토요일 수업 때문에 교사의 직분으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연가를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수업은 체육전담을 맡겼다. 그리고 학급 담임들의 협조를 얻어 시간표를 작성할 때 토요일은 체육수업을 배정하지 말도록 했다. 그렇게 함으로서 토요일은 수업이 없도록 했다. 그리고 출석 수업에 참석할 때는 반일 연가를 내고 수업에 임하게 함으로써 교육과정 운영과 근무 규정을 지키면서 박사과정을 밟게 된 것이다.
그는 모교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내가 그에게 진주 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에 지원할 것을 권했다. 지원에 필요한 구비 요건을 알려주고 준비하도록 조언 했다. 왜냐하면 교사가 교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도록 무장을 시켜주는 곳이 진주 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인맥을 맺을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또한 그곳이다.
그는 부설초등학교로 전근을 가서 근무할 때 조직구조의 경직성에 회의를 느껴 방황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래도 그곳에서의 경험이 스스로를 단련시킬 수 있었을 것이 분명하고 교육대학교 강사의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호철 교수의 부산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초등 초임교사의 체육수업 교수행동에 관한 해석적 실행연구’ 이다.
교육대학교 체육교수의 주제로서 이보다 더 적절한 주제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초등학교 체육전담을 다년간 한 경험까지 있다. 그야말로 이론과 실기와 경험이 응축된 내공의 소유자이기에 존경받는 교수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인생살이에서 Storytelling 있다는 것은 그가 개척한 분야에 조예가 깊다는 의미다. 무난하게 공부하고 무난하게 직업을 얻고 무난하게 가르치는 것은 제자에게 줄 수 있는 울림 또한 무난할 뿐이다.
인고의 연륜이 겹겹이 쌓인 내공을 가지고 후세를 지도하면 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 또한 분명하다.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항상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존경받는 교수의 명성이 드날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젊은 시절 차원 높은 이상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길은 어디에서든지 열려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노력하면 오를 수 있고, 또 절실해 지면 없던 길도 새로 생기지만 안일한 생각으로 목표의식이 분명하지 않으면 있던 길도 없어진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증명해 보인 사람이 이호철 교수다.
그의 이름 앞에 영광이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