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군납 비리 의혹에 휘말린 국방부 차관 등 고위 관료들을 대거 교체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조처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지속적인 지원을 의식한 반부패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 군납 비리 의혹에 휘말린 국방부 차관 등 고위급 정부 인사 10여명에 대한 인사 조처를 단행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한겨레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차장, 국방부 차관, 검찰부총장, 인프라부 차관 2명, 사회정책부 차관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키이우, 수미, 자포리자, 헤르손,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등 5개 주지사 교체도 함께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정을 방해하는 내부 문제를 해소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조처는 우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하고 유럽연합 기관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사 조처는 국방부 내에서 식량·군복 등 군수품을 담당하는 뱌체슬라우 샤포발로우 차관이 군납 식비를 과대 지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이뤄졌다. 샤포발로우 차관은 부패 혐의를 부인했지만, 대중의 신뢰를 위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함께 물러난 올렉시 시모넨코 검찰부총장은 전쟁 와중에 가족과 함께 스페인에서 휴가를 즐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궁지에 몰렸다. 그는 이 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8~60살 우크라이나인 남성은 정부의 승인 없이 출국이 금지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공무 외의 출국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부터 대통령실에서 근무해온 키릴로 티모셴코 대통령실 차장도 이번 인사 조처에 포함됐다. 그의 사임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인도주의 활동용으로 제공된 차량을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바실 로신스키 인프라부 차관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된 뒤 해임됐다. 로신스키 차관은 발전기 구매와 관련해 40만유로(약 5억37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지의 정치 평론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일부 인사 조처는 오래 준비되어온 것이지만, 정부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로 인사 조처가 앞당겨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처는 부패 척결 강화인 동시에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이기도 하다”고 풀이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집권 여당은 이날 무기를 제외한 군수품 구매 가격을 정부의 조달 업무 사이트에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해 의회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의회 반부패위원회의 아나스타샤 라디나 위원장은 “부패 사건이 터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군의 군수품 조달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법안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군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2.5%에 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