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밑밥을 뿌려본 일이 있는가. 꾼 중에는 입질이 없을 때 떡밥 덩어리를 한 움큼 던져주는 이가 있다. 밑밥으로 던진 떡밥의 냄새를 맡고 붕어가 몰려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한밤중, 어디선가 '풍덩 풍덩'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서 보면 틀림없이 밑밥을 던지는 꾼을 발견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붕어를 낚으려는지 상당한 양의 떡밥을 쉴새 없이 던지고 있다.
과연 이런 식의 밑밥으로 재미를 본 꾼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낚시 도중 주위에서 밑밥을 던져주는 이가 있으면 기분이 언짢아진다. 주변에 있는 다른 꾼은 의식하지도 않고 자기 혼자만 낚시를 하는 양 자꾸 텀벙거릴 땐 짜증이 나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경우까지 생긴다.
남의 밑밥으로 재미본 적 있다
나도 밑밥 때문에 재미를 본 적이 있다. 아마 구례 섬진강이었을 것이다. 일행과 함께 포인트를 찾다보니 누군가가 닦아놓은 널찍한 자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곳에는 황토와 깻묵가루 부스러기가 널려 있었다.
그런데 주섬 주섬 낚싯대를 펴고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중치 붕어가 연거푸 올라 오는 게 아닌가. '오늘 내가 포인트를 잘 잡았구나!'하고 신나게 낚아 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입질이 조금 뜸하다 싶을 때 어떤 현지꾼 한 명이 다가왔다.
그는 붕어로 가득한 내 살림망을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깜짝 놀랐다. 바로 이 자리에서 며칠 전부터 날마다 낚시를 했지만 잔챙이 몇 마리만 낚았을 뿐 잡고기만 설쳐댔다는 것이다. 밑밥을 수 없이 주며 하루 종일 낚시를 했는데도.
그제서야 남의 밑밥으로 재미를 본 사실을 알았다. 근처에 앉은 다른 일행들은 모두 못 낚았는데 어쩐지 나만 많이 낚이더라. 그 현지꾼은 자기 붕어를 내가 다 잡았다며 살림망을 몇 번 더 들여다 보다 씁쓸히 다른 곳으로 갔다.
꾼들은 밑밥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입질이 없으면 '혹시!' 하는 심정으로 밑밥을 던져주곤 한다. 그러나 꾼의 희망과는 달리 밑밥이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자꾸 풍덩거리는 소리에 근처에 있던 붕어도 놀라 도망가 버리고, 오라는 붕어 대신 피라미 등의 잡어만 설쳐대기 일쑤이다. 생각해 보면 그냥 낚시했으면 몇마리라도 낚을 붕어를 무심코 뿌린 밑밥이 화근이 되어 낚시를 망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밑밥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붕어가 왕성히 회유하는 계절(여름·가을)에 써야 한다. 그것도 붕어가 몰려 다니는 강이나 대형 댐 같은 장소에서 사나흘 정도 여유있게 낚시를 해야 그 진가가 나타난다.
밑밥에도 궁합이 있다
떡밥낚시를 하는 꾼이 떡밥을 밑밥으로 던지는 경우, 물 속에 뿌려진 많은 양의 밑밥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몇 개 없는 미끼보다 밑밥을 먹을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밑밥으로 뿌려주는 떡밥이 더 먹기 쉬운 상태이므로 붕어가 미끼를 거들떠보지 않을 수도 있다.
밑밥은 미끼와는 달라야 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잘 어울려야 한다. 지렁이 미끼에 떡밥 밑밥처럼. 그밖에도 새우나 참붕어 미끼에 겉보리나 황토, 새우나 콩 미끼에 겉보리 등도 궁합이 잘 맞는다.
꼭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떡밥이나 펠렛 어분(일명:짜개)등을 바늘에 달지 않고 물 속에 뿌리면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97년 3월 1일부터 시행중인 호소수질 관리법 13조의 시행규칙 6조에 의해 벌금을 물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 꾼은 별로 없다.
낚시용 밑밥은 대다수의 꾼들이 그렇게 느끼듯 낚시하는 동안에 바늘에 달아 던지는 몇 번의 헛챔질이면 충분하다. 굳이 덩어리 밑밥을 주지 않아도 한 자리에서 꾸준히 낚시한다면 얼마든지 붕어를 모아 두고 낚을 수 있다.
꼭 밑밥이 필요할 땐 황토를 뿌리자. 잉어낚시에서 효과 좋은 밑밥으로 정평이 나 있는 황토는 집어력이 뛰어난 좋은 밑밥이다. 특히 바닥에 청태가 깔리거나 수초로 덮힌 곳에서 사용하면 더욱 밑밥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자체에 산소를 많이 내포하고 있어 정화능력도 뛰어나니 얼마나 좋은 밑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