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K NGO 봉사단 아시안프렌즈 10기 활동가로 몽골 바가노르에 파견되어 꼭 1년 동안 청소년 꿈나무센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돌아온 최지원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지난 2022년 12월, 내 삶에 무언가 일어났다. 우연히 발견한 KOICA WFK NGO봉사단 모집 공고에 홀린듯
신청했고, 아시안프렌즈 10기 단원으로 덜컥 선정되어 퇴사 준비와 파견 준비를 병행했다.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고, 어디인지도 모르는 바가노르에 갈 준비를 하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뜬금없고 돈도 안 되는 일을 한다며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는 이번이 아니더라도 언제고 찾아올 변곡점이었다.
파견 직전과 직후엔 제대로 봉사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정의할 수 없었다. 괜히 내가 한다고 나서서 더 좋은 단원이 올 기회를 뺏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날도 많았다.
낯선 환경과 여러 불확실성,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자신에 대한 확신 없음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무미건조했던 삶이 선명한 색으로 칠해지는 기분
얼떨떨한 상태로 파견된 현지에서 이러한 불안을 없앤 방법은 나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여러 교육을 찾아 들으며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알아가고, 이를 통해 상대를 정말로 위하는 도움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심은, 조금 냉정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장의 작은 사탕 1개는 10초짜리 미소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10년 혹은 그 이상의 미소를 안겨주기 위해 좀 더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이런 노력에 대한 응답으로 주민의 미소와 감사 인사가 점점 늘어났다. 원래 해오던 한국어와 컴퓨터 교육 활동 외에도, 직접 기획한 교육 프로젝트와 사업이 선정되며 아이들의 성장이 측정되었다. 이를 통해 그들의 미래가
아주 조금씩이지만 차츰 선명해졌다. 글을 읽지 못하던 아이가 문해 교육 수료식에 엄마와 함께 찾아와 인사할
때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무미건조했던 내 삶이 선명한 색으로 칠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실은 내가 더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가끔 페이스북 메신저엔 함께 공부했던 바가노르 아이들의 안부 인사가 뜬다.
한없이 부족한 나지만, 항상 함박웃음 지으며 사랑한다고 해주던 우리 아이들. 훨씬 더 좋은 교육을 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러 가서 나만 배운 건 아닌지 신경이 쓰여서, 그리고 또 한 번의
이별을 겪게 한 것이 너무 미안해서, 토옹 잠이 오지 않는다.
아이들의 미래는 아주 오래, 끊임없이 사랑을 쏟아부어 키워내야
아이들이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느껴진다. 내 활동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아이들의 꿈을 키워내고 계신 이사장님과 지부장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힘써주시는 자원봉사센터 선생님들, 이 모든 것이 중단되지 않도록 응원하고 후원해 주시는 모든 분의 노력이
모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나무를 키워내는 것과 같이 아이들의 미래도 아주 오래, 끊임없는 사랑을 쏟아부어
키워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가노르에서의 1년을 통해, 나는 이제 새로운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바가노르뿐만 아니라, 선택한 적 없는
배경으로 인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 살기로. 변화는 매우 느리고 작지만,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새기며 이제 다음 발걸음을 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