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비평
1. 문학과 사회의 관계
문학은 문화, 종교, 철학, 예술 등과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상부 구조)의 일종이기 때문에 궁극 적으로는 사회의 토대(경제 구조)에 의해 규정된다. 이러한 규정은 사실 문학 작품이 이념을 감각 적으로 표현한 것이자 역사적 상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는 헤겔의 미학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한 사회를 알기 위해서는 백 편의 사회과학 논문보다 한 편의 장편소설이 더 유효하다는 마르크스의 언급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문학은 다른 상부 구조와 마찬가지로 상대적 자율성 또한 가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문학의 모든 요소가 사회경제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마르크스주의 비평에서는 문학 작품이 궁극적으로 사회적 계급 관계를 복잡한 예술적 과정을 거쳐 반영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때때로 반영 이론으로 불리며, 리얼리즘(사실주의)을 옹호한다.
2. 루카치의 비평 이론
루카치는 절대적 이념 속에서 이루어지는 주관과 객관의 통일을 기본적인 전제로 설정하고 현 실의 총체적 인식을 겨냥하는 헤겔의 예술론이 ‘동일자의 사유’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으며, 또한 주관과 객관의 통일이 절대 이념이라는 관념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념적 한계를 지닌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헤겔의 이론에서 주체와 객체의 통일, 총체성 등의 개념을 수용하였다. 특히 루카치의 이론은 소설론에 집중되었는데, 그에 의하면 소설은 ‘타락한 세계에서 타락한 방법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이야기’로 정의된다. 즉, 그도 잃어버린 서사시적 총체성의 회복을 소설의 지향점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러나 루카치에 의하면, 부르주아 시대의 소설에서는 사회의 모순을 총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적극적 주인공을 발견하고 묘사하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전형적인 상황에서의 전형적인 성격’을 그리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특히 봉건 계급에 대해 투쟁하면서 진보적이었던 시민 계급이 1848년 이후 지배 계급으로서 프롤레타리아를 억압하게 되면서부터 이러한 성격은 더욱 심화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작가와 소설 작품이 결코 사회적 모순의 총체적 형상화에 도 달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소설이 자리잡고 있는 토대로서의 자본주의 사회가 지닌 물신성 때문이다.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의식』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의 기능이 상품으로 될 것’을 요구하는 생산방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사회에서는 생산자의 노동력이 단지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으로 변화하며, 생산자인 노동자의 개성으로부터 분리되는 ‘사물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사물화에 근거한 상품 관계의 사물화 현상으로 인하여 “인간의 특성 과 능력은 더 이상 개인의 유기적 통일성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외적 세계의 다양한 대상들처럼 인간이 ‘소유하고’ ‘양도하는’ ‘사물’로 나타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본주의 사 회의 주역인 부르주아는 총체성의 획득에 실패하고, 그 가능성은 노동자의 몫으로 남는다.
루카치는 부르주아와 달리 노동자의 경우 “상품으로서 자신을 객관화하는 인간 안에서 주체와 객체의 분열이 일어나기 때문에 동시에 이 상황이 의식화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노동자는 자신을 상품으로서 의식하면서 제 자신 및 자신과 자본과의 관계를 인식하게 된다 는 것이다. 그리하여 루카치는 “노동자의 사물화 과정, 상품화 과정이 노동자를―그가 여기에 대 해 의식적으로 저항하지 않는 한―비록 무로 돌리고 그의 ‘영혼’을 위축시키고 불구화시키지만, 노동자의 인간적·영혼적 본질을 상품으로 바꿔놓지는 않”기 때문에 노동자는 사물화 과정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현존재를 완전하게 객관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 이와 같은 노동자 자신의 개인적 존재를 지키기 위한 저항과 투쟁은 자본주의를 와해시키기 위한 전 노동자 계급의 혁명적 조직화를 위한 투쟁으로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개성은 필연적으로 적극적 주인공으로 되고 보편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의 통일 가능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마침내 현실의 총체적 반영은 노동자 계급 의식에 투철한 주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한편 루카치의 미학 체계에서 보편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의 통일은 특수성의 범주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에 의하면 미적 반영은 인식적인 반영과 마찬가지로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발전된 풍부한 현실의 총체성을 파악하고 발견하며 자체의 특유한 수단으로 그것을 재생산하는데, 이 과 정에서 보편성과 개별성이라는 양극단은 특수성으로 지양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선 내용적인 면에서 개별자는 일시적이고 단순히 피상적이며 우연적인 성격을 잃고 보편자는 개개인 의 내면에서 그들의 행동을 규정하는 개인적 세계관으로 표현됨으로써 특수성으로 지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식적인 면에서도 감각적 개별자와 사념적 보편자가 유기적으로 통일되어 ‘생생한 상징에 의한 보편화’로서의 특수성을 지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격의 특수성은 전형과 관련하여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루카치에게서 전형은 “세부의 진실한 묘사뿐만 아니라 전형적 상황에서의 전형적 성격의 창조”로 요약되는 엥겔스 의 견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에게서 전형은 단 하나의 전형으로 집약되지는 않으며, 서로 대등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다소 많은 수의 전형들이 설정된다. 그리하여 “진정한 예술 작품 속에서는 언제나 서로를 보완하며 역동적 상호 작용을 통해 구성의 기반을 이루는 전형들의 위계 체계가 생겨난다.” 물론 이러한 ‘전형들의 다원론’이 설정되는 이유는 인류의 발전 과정이 무엇과 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활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다양한 전형들은 나란히 정리되거나 위 아래로 정리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하나의 총체성으로 고양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다양한 전형들이 통일성을 부여받을 때 다시 한 번 중요성을 띠는 것은 바로 특수성이다. 왜냐하면 특수성은 “보편자와 개별자의 활동 공간 혹은 양자의 힘이 충돌하는 영역”이며, 양자의 모순에 찬 역동적 상호 관계를 유기적으로 조직화하는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특수성의 의미가 형식의 환기적 영향력을 위한 이념적 기반이 될 때 비로소 개별적 전형들 의 위계체계, 총체성으로의 종합 등은 형식 부여를 통해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3. 사회주의 리얼리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처음으로 확립된 것은 1934년 전소련 작가회의에서이다. 이후 소련의 공식 적인 문학이론으로 자리잡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는 몇 가지의 중요한 원리를 제시한다. 첫 번 째 원리는 당파성이다. 레닌의 『당조직과 당문학』(1905)에서는 모든 작가들이 자유로이 글을 쓸 자유가 있지만, 특히 당에 속한 작가는 당을 위해 노동 계급에 헌신하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문학은 공산주의라고 하는 커다란 대의를 위한 톱니바퀴와 나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원리는 민중성이다. 참된 문학이란 대중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져야 하고, 나아가 그들의 계급적 각성을 촉구하는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세 번째 원리는 계급성인데, 이것은 문학이 단순히 어떤 특정 계급을 향해 충성을 다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대신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는 계급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방향을 문학이 지향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형식주의 비평 (보다 자세한 사항은 1771번 「형식주에 대한 이해」 원고 참고)
1. 범위와 성격
형식주의 비평이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에 의해서이다. 넓은 의미에서 형식주의는 이들의 영향을 받은 프라그 구조주의, 프랑스 구조주의, 심지어 미국의 뉴 크리티시즘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형식주의 비평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역사주의 비평이다. 형식주의자들은 역 사주의자들이 문학의 성격을 규정함에 있어 작자의 의도를 지나치게 고려함으로써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작품에 구현되었다고 보는 의도의 오류를 범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에 의하면, 작품의 의미는 작가가 표현하려고 한 의도와는 구별되며, 작품 그 자체만을 분석할 때 드러난다고 보았다.
2. 몇 가지 특징
㉠ 언어에 대한 입장 : 형식주의자들은 언어라는 것은 자족적(自足的)인 것으로 특히 언어의 의미보다는 형식적 요소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모든 표현 행위의 총체는 표현 행위 자체에 종사하고 있다”는 슈클로프스키의 말이 이러한 점을 잘 말해 준다.
㉡ 낯설게 하기 : 형식주의자들은 문학이란 언어를 특수하게 사용하여 지시적이고 합리적인 의미를 지향하는 일상 언어와 다르게 만드는 데 그 본질이 있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문학 언어는 의 사 전달의 기능은 거의 없고 사물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데 그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본질적 요소인 “낯설게 하기”이다. 형식주의자들은 문학 언어와 일상 언어가 구별되는 것은 그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고 본다. 즉 말은 음의 결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문학어에서는 의미가 아무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리듬, 운율 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시를 특히 중요한 문학 장르로 간주하며, 문학적 장치와 기교에 관심을 쏟게 된다.
㉢ 플롯의 중시 : 산문에서는 플롯이 결정적 중요성을 지닌다. 왜냐하면 시간적 순서에 따른 사 건의 배열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는 문학 작품의 원천으로 작용할 뿐이고 아무런 새로움을 주 지 못하는 데 비하여, 플롯은 시간적 순서를 인과적 관계로 뒤바꾸어 재배치하기 때문에 이야 기 자체를 전혀 낯선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바흐친의 비평 이론
1. 이론적 특징
바흐찐의 이론은 루카치의 견해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에서 탈구조주의적 문학이론으로 받아 들여져 우리의 현대 문학 이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그는 소설 장르를 중심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였는바, 소설은 다른 장르와 결코 양립될 수 없는 특징을 지닌다고 하면서 그 발생 의 전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평민들에 의하여 표준어에 반대되는 방언이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언어의 분화와 문화 생산 주체로서의 평민 계층의 부상. 그에 따르면, 평민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방언은 다원언어적이고 대화적인 언어로서 공식어의 권위를 해체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 방언들을 통해 낭만주의에 근거하고 있는 서사시를 약화시키고, 대신 리얼리즘 의 세계관에 입각하여 그 형식을 정립해 온 장르가 바로 소설이다. 다음으로는 폐쇄적이고 단일 한 세계관에서 개방적이고 복합적인 세계관으로의 변이. 이러한 변이는 문화의 중심 이동과 밀접히 관련되며, 그 중심이 이동할 때마다 소설적 형태로 간주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들도 출현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여러 번의 변이 가운데서도 특히 고전적 고대와 헬레니즘의 경계선상, 중 세 말기와 르네상스 기간 동안에 소설은 결정적인 장르적 표현을 얻게 된다.
2. 소설의 장르적 특징
바흐찐은 위의 조건을 바탕으로 소설이 고대로부터 존재해 온 장르라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고대에는 ‘시련의 모험 소설’, ‘일상 생활의 모험 소설’, ‘전기적 소설’이라는 세 가지 기본 유형의 소설이 발생하였다. 이들은 저급 문학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고급 문학인 서사시와 경쟁적 관계를 유지하였다. 공식적인 고급 언어를 사용하며 완결된 형식을 가진 서사시에 대항하여 저급 문학으로서의 소설이 공존할 수 있었던 가장 커다란 이유로는 언어 사용과 형식의 개방성이다. 그리고 서사시적 거리의 와해도 소설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시초부터 소설은 거리 가 먼 절대적 과거의 형상 속에서가 아니라 미완결의 현재적 현실과의 직접적인 접촉 영역 속에서 축조”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