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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인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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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페루 스크랩 지구 축소판 -페루 62일 여행기 -상
Mozo(모소) 추천 0 조회 332 09.01.25 12:4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구 축소판 -페루 62일 여행기 -상

 

만년설산6000m대 고봉에서 해변까지,

잉카문명에서 현대문명까지,

(여행자 - 나는 걷는다)

 

 

 

 

일정:2007.8.23-10.23(62일)

비용:$586,$8.4/day

환율:$1=3솔미만

화폐단위:솔(sol). 약자로 s.라고쓴다.

 

 

 

여정:

산이그나시오-차차포야-치클라요-트루히요-침보떼-카라스-

와라스-치키얀-리마-나스까-아레끼파-쿠스코-

아구아 깔리엔떼(마추픽추)-오얀따이땀보-쿠스코-푸노

 

 

교통비:시간당 $1쯤

버스회사가 많으며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크루즈델수르cruz del sur는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버스회사.

다른 버스에 비해 조금 낫고 비싼편이다.

.

인터넷:시간당 1솔.

물가:실제로 먹거리와 숙소는 싼편이나 볼거리와 투어가 많아 의외로 경비가 많이 들어간다.

 

 

페루 공화국는 남아메리카 서부에 있는 공화국이며 수도는 리마이다. 전체 면적은 1,285,220 km²이며 멕시코 면적의 3분의 2정도이다. 에콰도르와 콜롬비아가 북쪽에 있고 브라질이 동쪽, 남동쪽으로 볼리비아, 남쪽으로는 칠레와 접한다.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있다.

 

안데스 산맥이 태평양과 마주보며 페루 전역을 3등분한다. 해안 지방은 가장 서쪽으로 좁은 평원이 있고 계곡이나 갑작스런 홍수로 인해 생기는 지류를 뺀다면 대개는 건조한 곳이다. 안데스 산맥의 고원은 알티플라노 평원을 포함하며 우스카란(Huascar?n)6,768m 봉우리가 솟아 있다. 6,768 m로 페루 전역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마지막으로 셀바라고 하는 정글에 있는데 아마존 강의 열대우림으로 뒤덮여 있는 넓은 정글로서 동쪽으로까지 퍼져 있다. 페루 전체의 60%가 이런 우림에 속한다.

 

 

*국경넘기(에콰도르-페루)

빌카밤바-줌바:5시간,$7.5

줌바-에콰도르 국경:1시간 40분,$1.75,

오전 8시와 오후 2시 30분에 차가 출발한다.

빌카밤바에서 출발할 경우 오후 2시 30분차를 타면 된다.

페루국경-산 이그나시오san ignacio:3시간(택시,산 이그나시오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12솔

에콰도르 국경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페루 국경이고 국경을 통과하면 환전상들이 있다.산 이그나시오에서 1박

산 이그나시오-하엔Jaen:1시간 30분,5솔

하엔-바구아 그란데Bagua Grande:1시간,8솔(택시)

바구아 그란데-페드로 루이스Pedro Ruiz:

페드로 루이스-차차포야Chachapoya:2시간,5솔(버스)

길이 궁금하고 차차포야를 한동안 여행할 생각으로 이 루트를 택했지만

교통편이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길입이다.

여행자들이 드물게 이용하는 국경이지요.

차차포야를 여행할 생각이라면 이 루트로 가야 하지만

바로 치클라요로 갈 생각이라면 로하Roja로 나가는 것이 나을 것같습니다.

 

 

<8월 23일,목요일>

마침내 페루 입성이다.90일 비자를 받고 환전상에게 약간의 돈을 환전했다.조그만 국경 사무실 벽에는 말로만 듣던 까레헤나의 석상들을 찍은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 있다.차차포야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첩첩 산중에 있는 국경에서 마을다운 마을인 산 이그나시오까지 가려면 유일한 교통수단인 합승 택시를 타야 한다.3시간동안 비포장 산길을 달려 산 이그나시오에 도착하니 마을은 온통 어둠에 잠겨 있다. 길고 긴 하루다.

 

숙박비와 먹거리를 사기 위해 숙소 주인에게 $20을 환전했다.그런데 숙소주인은 돈을 가지러 간다며 잠시 나갔다오더니 우리가 준 $20짜리가 이상하다며 다른 돈이 있으면 바꿔달라고 했다.얼마전 에콰도르 은행에서 찾은 돈이기에 순순히 다른 돈으로 바꿔주었다.그리고 밥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건네 받은 $20을 찬찬히 살펴보니 뭔가 이상했다.어딘가 어설프고 진짜 $20짜리 지폐와 확연히 다르다.아무래도 숙소 주인놈에게 속은 것같다.잠시 나갔다 오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위조지폐 $20짜리와 우리가 준 돈을 바꿔치기한 것이 분명하다.심증은 100%인데 물증이 없다.내려가서 따지면 오리발을 내밀게 분명하다.방법은 은행에 가서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다.페루를 여행한 여행자들에게 각종 환전 사기에 대한 얘기를 들었건만 도착하는 날 눈뜨고 당했다.호된 신고식이다.

 

<8월 24일,금요일>

 

부시시한 눈으로 문을 열어주는 숙소 주인놈에게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어주고는 새벽 6시에 출발하는 콜렉티보를 타고 하엔jaen까지 갔다.그곳에서 다시 바구아 그란데로..바구아에서 차차포야까지 가는 버스를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페드로 루이스까지 합승택시를 타고 간 다음 3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차차포야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산 이그나시오를 출발해서 차차포야에 도착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차차포야 중앙 공원에는 원주민들이 야마털로 짠 목도리며 스웨터,모자, 장갑 등을 팔고 있다.독특한 문양과 화려한 색상의 물건들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8월 25일,토요일>

환전을 하기 위해 은행으로 갔다.은행직원이 우리가 내민 $20짜리가 위조지폐라고 명쾌하게 알려준다.그리고 위조지폐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압수했다.번연히 눈뜨고 $20을 손해보았다.페루가 인도 뺨친다더니 신중하고 조심성 많은 여행 7년차 주엽이를 속여넘긴 것이다.

 

 

 

 

차차포야 주변에는 꾸엘랍을 비롯해서 잉카 이전의 유적들이 산재해있다. 하지만 접근하기가 만만치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여행사를 통해 꾸엘랍과 까라헤나를 가면 편리하기는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나대로 여행을 즐길 수없다. 분명히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도 꾸엘랍까지 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꾸엘랍으로 가는 대중교통편을 수소문한다.

 

<8월 26일,일요일>

마을 윗길로 올라가자 차차포야가 한눈에 보이고 실처럼 끊어질듯 산 등성이 너머로 이어지는 길들이 아스라히 보인다. 지금보다 교통이 훨씬 불편했을 1000여년 전에 어떤 사람들이 이 외진 곳에 성벽을 쌓고 알 수없는 무늬들을 새겨 넣었을까.그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꾸엘랍으로 가는 차는 새벽 4시에 출발한다.

 

<8월 27일,월요일>

 

3000미터에 쌓은 성벽은 견고한 철옹성이다. 성벽 저 너머로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유일한 교통수단인 합승택시를 타고 꾸엘랍으로 간다. 3시 50분에 차는 운전수를 제외하고도 여섯명의 손님을 가득 채우고 출발했다. 우리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지인들이다. 차는 매끄럽게 차차포야를 빠져나와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내달린다. 중간 지점인 큰 마을인 팅고Tingo까지 한 시간, 그곳에서 꾸엘랍까지 다시 한 시간을 갔다. 3000미터에 있는 꾸엘랍으로 가기 위해 차는 산을 돌고 돌며 올라간다. 꾸엘랍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넘었다. 여명이 밝아온다. 다른 승객들은 이미 다 내리고 우리 둘과 꾸엘랍 바로 아랫마을에 사는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내렸다. 아침 공기가 청량하다. 꾸엘랍까지는 차에서 내려서 15분정도 산길을 걸어가야 한다. 한 순간에 산꼭대기에 성벽이 나타났다. 말로만 듣던 꾸엘랍이다. 성벽은 산 정상부를 두텁고도 둥글게 감쌌다. 800년경에 사람들이 이곳에 살았다. 발견된 40여채의 집에는 창문도 있고 화덕도 있다.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다. 낮에는 관광객들로 붐빌테지만 지금 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다. 매표소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우리는 마치 꾸엘랍을 처음 발견이라도 한 듯 고요 속에 상쾌한 아침 공기가 흐르는, 나무가 우거진 유적들 사이를 걸어 다녔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페루 남쪽에 마추픽추가 있다면 북쪽에는 꾸엘랍이 있다"그만큼 꾸엘랍은 마추픽추에 비견되는 유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서 많은 유적들이 천여년의 이끼와 한데 어우러져 세월 속에 녹아 있다.

 

그들은 밋밋한 벽에 고유의 문양을 새겨넣어 변화와 고유성을 살렸다.

 

<8월 28일,화요일>

광장 미라박물관

광장 주변에 있는 박물관에 갔다. 아홉구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다. 천여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한 줌의 먼지로 스러지지 못하고 자신의 삶의 역사를 알 길 없는, 시간의 저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있는 미라들이 처연하다.

 

 

 

 

 

<8월 29일,수요일>

 

꾸엘랍처럼 까라히야carajiya도 우리식대로 찾아간다. 까라히야로 가기 위한 중간 마을인 루야luya로 가는 첫차는 새벽 5시에 출발한다. 4시 40분에 다른 두 명의 현지인과 함께 유일한 교통수단인 합승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1시간쯤 달려서 루야에 도착했지만 까라히나가 있는 마을인 크루스파타cruz pata까지 가는 일행이 없어서 2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가깝고도 먼 길이다. 크루스 파타에 도착하자 까라히나가 궁금한 주엽이가 뛰다시피 내려갔다. 벼랑벽 위에 서 있는, 모아이를 생각나게 하는 여섯 개의 석상.'꼬마 모아이'라고 부르면 안성맞춤일 것같다. 루야까지 50분동안 차타고 온 길을 갈 때는 3시간 30분동안 걸었다.미니 트레킹이다.

 

 

<8월 30일,목요일>

오늘이 성saint 누구누구의 축일이다. 그래서 공휴일이고 그 덕분에 차비가 5솔이나 올랐다. 치클라요로 가는 표를 어제 사려다 오늘로 미뤘더니 넘좋은 일 했다. 공원 근처에서 키토의 수크레 호텔에서 만났던 두 명의 일본 여행자를 다시 만났다. 수크레에서는 각자 여행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커플이 되어 함께 다니고 있다. 치클라요에서 카하마르카와 팅고를 거쳐 오늘 아침에 차차포야에 도착했다고 한다.

우리는 오늘밤 치클라요로 간다.

 

 

<8월 31일,금요일>

치클라요 시판 왕묘 박물관은 2002년에 개관한 세계적인 수준의 박물관이다.박물관 안에는 기원전후부터 700년경까지 융성했던 모치Moche왕국 말기에 강성했던 시판왕 무덤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전시해놓았다. 카메라를 비롯한 모든 소지품을 맡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오늘의 첫 방문객이다. 전체 조명은 전혀 없이 유물에만 부분 조명을 해서 집중도를 높였다. 캄캄하고 고요한 공간에 1300년만에 세상에 얼굴을 내민 유물들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흙으로 빚은 자기와 금세공품들..이 많은 유물들이 하나의 무덤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치클라요에서 마땅한 숙소를 구하지 못해 박물관을 본 후에

바로 트루히요로 왔다. 사막이다.

 

 

<9월 1일,토요일>

얼핏보면 그저 커다란 흙무더기처럼 보이지만 흙벽돌들이 이따금 보이는 것이 심상치 않다. 바로 태양의 피라미드이다.본래의 모습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월의 풍상을 겪었다.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리 맞은

 

편에 있는 달의 피라미드는 한창 발굴 작업중이다. 달의 피라미드 내부는 화려한 채색문양들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찬찬 유적을 보고 바로 침보떼로 가려던 계획은 찬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바뀌었다. 한 때 6만명이 살았던 넓고 강성했던 도시.찬찬의 유적들은 기이한만큼 신비감을 준다. 독특한 문양들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추상적인 이미지를 형성한다. 비현실적인 공간에 와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9월 2일,일요일>

트루히요에서 카라스로 가려면 침보떼에서 갈아타야 한다. 차창밖으로 회색의 산들과 샌듄이 한없이 펼쳐지다가 이따금 오아시스가 나타난다. 옥수수와 감자밭, 사탕수수밭의 물결.. 침보떼에 도착하자 카라스로 가는 막차는 11시 30분에 떠났다. 하는 수없이 침보떼에서 하룻밤 묵어간다. 침보떼는 제법 규모는 있어보였지만 정감가는 도시는 아니다.

 

<9월 3일,월요일>

편치 못한 밤을 보냈다. 하룻밤 자고 바로 이동할 예정이라 싼 방을 구했다. 방은 깨끗했지만 방안에 제법 큰 거울이 두 개나 있는, 연인들을 위한 허름한 숙소.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데 나는 그 방안이 내내 께름직하고 불편했다. 차시간보다 2시간 일찍 숙소를 나왔다. 터미널에는 황소바람이 분다. 침보떼에서 왈란카를 거쳐 카라스까지 가는 길은 암벽터널을 몇 십개는 통과해야 한다.버스는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헐떡거리며 산을 휘돌고 터널을 통과한다. 파키스탄을 여행할 때 길깃에서 스카루드 가는 길이 이랬던가.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먼지를 흠뻑 뒤집어쓰고 6시간이 지나서야 카라스에 도착했다. 설산들이 마치 숨바꼭질하듯 숨었다 나타났다한다.

 

<9월 4일,화요일>

카라스는 설산들의 향연을 즐기기 위한 베이스 캠프같은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

알파마요Alpamayo(5,947)가 하얀 눈망토를 쓰고 날렵하면서도 세련되게 서 있는 포스터들이 관광안내소나 식당, 숙소마다 붙어 있다. 알파마요는 이틀을 걸어야 볼 수있다고 했다. 롯지 트레킹이 아닌 바에야 우리에게는 쉽지 않다. 설산 완도이Huandoy(6356)가 은빛 왕관을 쓰고 카라스를 내려다보고 있다.

 

<9월 5일,수요일>

어제보다 구름이 많다. 설산을 조망하기 위한 포인트를 찾으며 카샤밤바 마을 방향으로 걸었다. 하지만 설산은 잘 보이지 않고 아스팔트 길은 길고 지루하다. 빠론Paron호수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한시간쯤 걷다가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설산을 보고 싶어하는 주엽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씨는 나몰라라다.

 

<9월 6일,목요일>

어제보다 구름이 한층 두텁게 하늘을 뒤덮고 있다. 날씨만 좋으면 양가누꼬 호수를 가려고 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 한다. 새벽에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일어났다가 하늘 한 번보고 상심해서 다시 잠들었다. 느지막이 일어나 동네를 어슬렁거렸다. 하늘은 여전히 모르쇠다.

 

<9월 7일,금요일>

카라스에서 설산을 즐기기에는 7,8월이 제격이고 9월에는 대기가 불안정하여 맑다가도 금세 구름이 몰려오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맑다. 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양가누꼬 호수로 달려갔다. 아침 일찍 가야 푸른

 

하늘과 페루에서 가장 높은 설산

와스카란Huascaran(6768) 을 마음껏 즐길 수있다.

카라스에서 융가이Yungay까지는 수시로 출발하는 미니버스를 탔다. 융가이에는 많은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고 봉고도 있다. 6시 조금 넘어 도착했지만 운전기사들이 담합하여 택시를 타건 봉고를 타건 외국인 특별요금을 받으려고 하는 바람에 귀한 시간을 길에서 허비했다.

결국 와라스에서 오는, 양가누꼬를 지나 고개를 넘어가는 버스를 탔다.

 

9시가 다 되어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는 옥빛이다.

옥빛 호수가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다.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할 때 고교에서 보았던 호숫빛이다.

안타깝게도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푸른 하늘과 설산을 덮고 있다.

마치 이래도 볼테면 보라는 투다. 순식간에 설산 와스카란이 구름 속으로사라졌다. 오르꼬차 호수에서 양가누꼬 호수까지 천천히 걸어내려오면서 자연의 축복을 즐겼다. 양가누꼬 호수를 지나 융가이 방향으로 걷는데 차한 대가 선다. 덕분에 융가이까지 편하게 왔다. 와스카란은 눈과 구름을 뒤집어쓴채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옥빛 호수가 햇빛을 받아 한층 빛난다.

 

<9월 8일,토요일>

산타쿠르즈 트레킹을 시작하는 기점인 카샤밤바Cashapampa(3150)마을

로 설산 산타쿠르즈(6259)를 보러 갔다. 가는 길에 피라밋 자세로 늠름하게 서있는 산타크루즈를 알현했다. 하지만 마을에 도착했을때 깨달았다. 움푹 들어간 곳에 자리잡은 카샤밤바에서는 산타크루즈를 볼 수없다는 것을. 카샤밤바에 가기만 하면 산타크루즈를 실컷 볼 수있다는 운전사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산타크루즈를 보려면 적어도 이틀은 걸어야 한다고 했다. 농담처럼 '페루는 남미의 인도' 라고 하곤 했는데 진담이 되버렸다. 마을에서 노새 두 마리와 마부(노새$5/day,마부$10/day)를 고용해서 혼자 막 트레킹을 떠나려는 트레커 한 명을 보았다. 3박 4일 예정이라고 했다. 마을을 벗어나서 산타크루즈를 잘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를 찾아 걸었다. 채 열시도 안됐는데 어느새 구름이 몰려 온다. 원주민들이 고유의 의상을 입고 대대로 살아가는 작은 안데스 산간마을인 카샤밤바에서 카라스까지는 16킬로미터다. 카라스방향으로 걸어가는데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저만치 앞서가는 아주머니

 

를 가르키며 저 분도 카라스까지 가는 중이니 따라가란다. 유일한 교통수단인 합승택시비가 부담스러운 이곳 사람들이 카라스로 볼 일을 보러 갈 때 걸어다니기도 하는 것같았다. 도로길을 진작에 버리고 지름길로 질러가는 아주머니의 걸음은 빨랐다. 우리도 자연의 은총을 맘껏 누리며 카라스까지 걸었다. 3시간의 미니 트레킹이다.

 

<9월 9일,일요일>

 

장날이다. 시장 골목마다 원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감자며 옥수수, 완두콩, 시금치 등을 들고 나와 펼쳐놓았다. 다른 골목에서는 꽃시장이 열렸다. 소국, 안개꽃, 스타치스 등이 진한 향기와 현란한 색깔을 뽐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타치스 한 다발을 샀다. 가격은 터무니없이 싼 0.5솔(약 150원).게다가 아주머니는 덤으로 한 다발을 더 준다. 받아들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너무 헐한 노동의 대가는 신성하고 정직한 노동에 대한 모독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안데스 산간마을 곳곳에 사는 원주민들이다. 그들은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색상의 블라우스에 재킷을 걸치고 무릎까지 오는 주름이 풍성한 스커트를 입었다. 머리에는 멋진 모자를 눌러썼다. 우리네 같으면 학예회나 축제가 아니면 입을 엄두도 안날 성싶은 옷을 입고 장사도 하고 밭일도 하고 아이도 키운다. 노랑, 파랑, 꽃분홍에 연두색까지......저렇게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지 않고서는 고되고 단조로운 일상을 견디기 힘든지도 모른다.

 

<9월 10일,월요일>

 

아침잠을 설쳐가며 융가이로 갔다. 새벽공기가 청량하다. 와스카란과 완도이를 동시에 즐길 수있는 전망포인트를 찾아가는 것이 오늘의 목표다. 7시도 안됐는데 구름이 벌써 협곡 입구까지 몰려와 있다. 3솔을 내고 양가누꼬 호수로 가기 전 마지막 마을에서 내렸다. 와스카란과 완도이가 아주 잘 보인다.

밭에서는 부지런한 농부가 밭을 매고 아이들은 이른 아침을 먹고 학교로

향한다. 흙냄새, 바람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다가 얼굴을 씻어내고 몸 속으로 스며든다. 언덕 위로 올라 구름에 서서히 휩싸이는 와스카란과 완도이를 맘껏 즐기다 비포장길을 따라 걸었다.점점 완도이가 가깝게 다가오고 협곡은 눈앞에 있다. 턱밑까지 모래인이 높게 밀려와 있다. 주변은 조용하다. 설산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마을 쪽으로 길을 잡았다. 와르카Huarca마을이다 .마침 교회에서는 행사가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이고 마리아상과 예수상이 교회밖으로 나와 교회마당을 한 바퀴 돈다. 완도이가 잡힐듯 눈앞에 가득하고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원주민 여인들이 교회마당에 가득하다. 원주민들 속에서 튀긴 생선과 감자 조림으로 점심을 먹고 춤구경도 하고 맥주와 치차도 대접받았다.

아름다운 안데스 산골마을 와르카, 흥겨운 음악과 리듬을 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융가이까지 걸었다.

 

<9월 11일,화요일>

빠론 호수Laguna Paron(4170)가 아무리 궁금하고 아름답다고 해도 70~80솔을 내고 택시로 가기에는 너무 비싸다. 본래 하던대로 일찍 일어나서 빠론 마을(3200)로 가는 첫차를 탔다. 마을에 도착하자 책을 보자기에 싸서 어깨에 둘러매고 학교로 향하던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빠론 마을에서 호수까지는 지름길로 질러간다 해도 꼬박 4시간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어제의 피로가 덜 풀려 다리는 여전히 묵지근하다. 찻길을 버리고 지름길로 질러 올라가는 급경사 오르막이 부담스럽다. 한 시간 반쯤 걸었다. 아름다운 협곡이 이어진다. 협곡 안으로 들어갈수록 거대한 암봉들이 나타난다. 몸은 무거운데 길은 점점 더 궁금하다. 여행자 두 명이 전세낸 택시 한 대가 올라왔다. 택시비를 나눠내기로 하고 택시를 탄 덕분에 호수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호수 주위를 설산들이 에워쌌다. 옥빛 호수가 햇빛을 받아 부서지며 반짝인다.

눈을 있는 대로 호사시키고 빠론 마을까지 걸었다. 택시로 오르내리기에는 아까울만큼 아름다운 협곡이다. 이런 길은 아껴가며 걸어야 제 맛이다.

 

<9월 12일,수요일>

어제와 그제 조금 쌔게 걸었더니 다리가 묵지근하다. 배낭없이 걷는데도

쉽지 않다. 다시 미쉘Michiel 아저씨를 생각한다. 그는 쉰일곱살의 네덜란드 여행자다. 페루 전역을 옛 잉카길을 따라 걸어서 여행하는 중이다. 전에도 동남아시아를 걸어서 여행한 적이 있다. 몸과 마음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걸어서 여행할 생각이다. 그가 펼친 커다란 페루 전도에는 몇 달동안 걸어서 여행한 곳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다. 버스를 타고도 쉽지 않은 길이다.20킬로그램 안팎의 배낭을 매고 흰 수염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걷는 사내......누가 왜 걷느냐고 물으면 그가 답한다.

"걷고 있노라면 행복하다"

아저씨는 숙소에서 일광욕을 시키려고 잠시 햇빛에 내놓은 등산화를 잃

어버렸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누군가 집어가 버린 것이다. 걷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신발, 그것도 5개월 동안 신어서 발에 익숙하고 편한 신발을 물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이 슬쩍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 신발을 사 신고 그는 다시 걸을 것이다.

 

 

<9월 13일,목요일>

오늘도 하늘님은 쾌청하시다. 궁금한 카르화즈Carhuaz(2650)마을을 찾아갔다. 이 곳에서는 와스카란과 다른 설산들을 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수있다. 언덕위로 올라가자 와스카란과 후알칸Hualcan(6122)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개울을 건너 미시퀴 마을로 갔다. 복숭아꽃 살구꽃이 하얗게 피고 있다. 땔감으로 쓰기 위해 기다린 통나무 하나를 끈에 매달고 어깨에 매고 가던 아저씨는 우리와 몇 마디를 나눈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가더니 자기 밭에서 복숭아를 양손 가득 따와서는 먹으란다. 그러면서 목숭아 하나를 바지에 슥슥 문질러 먹어보인다. 나라면 잠시 잠깐 만난 인연에게 저렇게 정을 나눌 수 있을까..지친 여행자에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없이 소중한 선물이다.

 

 

<9월 14일,금요일>

와라스는 설산들의 종합 선물세트같은 곳이다. 시내에서도 와라스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설산들을 맘껏 즐길 수있다. 트레킹이나 클라이밍을 주선하는 여행사들도 꽤 있고 등산용품점도 종종 눈에 띈다.

 

사람은 그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키토에서 만난 한국 여행자는 와라스에서 설산을 볼 수있냐는 물음에 단호히"아니요"라고 했다. 잉카 이전의 유적지 한 곳을 본 뒤 급하게 와라스를 떠난 그녀에게는 병풍처럼 둘러싼 설산들이 그저 구름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행사와 관광안내소를 다니며 필요하고 궁금한 정보를 수집했다. 숙소가 마음에 든다. 아침을 제공하고 도미토리가 10솔이다. 옥상은 전망을 즐기기에 그만이고 식당이자 거실 분위기는 마치 산장에라도 온것 같다.

 

<9월 15일,토요일>

숙소 책꽂이에서 한국어로 된 책을 발견했다. 그것도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읽으려고 했던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이다. 이곳에 묵었던 한국 여행자가 읽고 놓고 간 모양이다. 여름 가뭄의 단비 같다. 하루 종일 아껴가며 읽는다.

 

<9월 16일,일요일>

차빈 유적은 기원전 1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차빈 시대의 유적이다. 지금으로부터 3천년전의 유적인 것이다.

 

로컬버스가 승객을 가득 태우고 시내를 벗어난 지 얼마 안되서 버스가 수목한계선을 지나 산굽이를 돌자 퀘로코차 호수(3980)가 나타났다. 다시 30분을 올라 카위쉬Kawish(4555)터널을 지났다. 터널밖으로 나오자 십자가를 든 예수상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차를 반겨준다.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3400미터에 있는 차빈마을까지 한 시간을 내려갔다. 차빈 유적의 발굴로 갑자기 활기를 띄고 숙소와 식당들이 줄줄이 생겼을법한 작은 마을이다. 3000년의 세월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지 않도록 짐짓 어깨를 으쓱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방문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바람과 풀이 잊혀진 시간 속에서 잠들어 있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100년전이다. 당시 신전이었던 이곳은 넓은광장과 육중한 돌들로 쌓은 신전, 지하의 미로 같은 방, 음과 양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새겨져잇다.

 

오후가 되면서 일요일을 맞아 현지인 단체 답사객들이 몰려들고 아이들은 소풍이라도 온 듯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서 재잘거렸다. 급할 것없는 걸음으로 두바퀴를 휘돌고서도 여전히 해독할 길없는 암호들을 궁금해하며 현실세계로 빠져나왔다.

 

 

<9월 17일,월요일>

일정한 간격으로 끊임없이 똑딱거리는 초침처럼, 태어나고 아이가 되고 어른이 되면서 사랑과 욕정과 욕망에 몸부림치며 열병을 치르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늙어가면서 삶의 이치를 조금은 깨우치기도 하는 삶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백년 동안의 고독>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 같은 삶인지 삶 같은 소설인지 알 길 없지만 유구한 역사 속에 한 점으로 잠시 나타났다 소리없이 스러지는 삶의 유한성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리니......순간의 자각은 찰나보다도 짧고 숙명처럼, 태생적으로 갖고 나온 오욕칠정은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고 펄떡펄떡 미친 듯이 날뛴다..

 

 

<9월18일,화요일>

뿌야Puya는 페루에서만 자생하는 식물로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

빙하와 얼음 동굴을 보기 위해 파스토루리(4800)로 간다. 이 번 여행들어 처음으로 투어를 신청했다. 이유는 파스토루리까지 가는 대중 교통편이 없고 개인적으로 간다 해도 더 저렴하게 갈 수 없을 정도로 투어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행동을 해야 하고 정해진 틀을 따라야만 하는 투어를 하다보면 금세 후회가 된다. 히치를 하고 하루 종일 걷는 한이 있어도 투어는 아니닷!!

9시에 출발한다는 차는 10시가 다 되어 간신히 시동을 건다. 출발한 지 채 30분도 안되어 식당 앞에 차를 갖다 대더니 아침을 먹고 차도 마시란다. 운전사와 가이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아침을 먹지 않았다.

 

11시에 다시 출발해서 12시 30분에 파스토루리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는 황량한 고원이 펼쳐지고 설산들도 나타났다 사라졌다. 문득 나타난 뿌야Puya는 페루에서만 자생하는 식물로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 하늘 높이 서있는 뿌야는 광막한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기이한 느낌을 준다. 우리와 스페인 사람 두 명, 프랑스 여행자 세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지인들이다. 가이드는 줄곧 스페인어로만 이야기한다. 대충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페루에만 있는, 백년에 한 번 꽃이 피는, 푸야 나무.사람과 대비하면 푸야 나무가 얼마나 키가 큰 지 알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면 걷기가 벅차거나 숨이 가쁜 사람들을 위해서 말들이 대

기하고 있다. 선글래스와 겨울 모자, 두툼한 겨울옷과 털 부츠로 무장한 사람들이 말에 올라탄다.

빙하 말단의 얼음이 녹으면서 자연 동굴이 생겼다. 얼음 동굴이다. 거기서부터는 빙하를 올라가야 한다. 햇볕에 빙하 말단이 계속 녹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이 궁금기는 한데 올라갈 일보다 내려올 일이 걱정이다. 주엽이는 벌써 빙하 위로 한참을 올라가 보이지도 않는다. 위에서는 다른 팀들이 아이스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투어로 오다보니 시간을 엄한데 허비하느라 정작 파스토루리에서는 머무는 시간이 짧다. 가이드의 독촉에 밥을 먹다만 듯 내려왔다. 2시간이면 와라스에 도착하지만 차는 오전에 들렀던 식당 앞에 다시 차를 댔다. 투어덕분에 수월하게 이만한 풍경을 즐긴 것이 고맙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는 안하고 싶다, 투어.

 

<9월 19일,화요일>

<백년동안의 고독>을 다시 읽었다.

날씨는 아침부터 흐리더니 오후에는 빗방울이 후득였다.

며칠 전에 산타크루스로 트레킹을 갔던 여행자들이 돌아왔다.무척 추웠다고 한다.

 

 

<9월 20일,수요일>

출룹 호수Chuiup(4600)에 도착했을때 싸래기가 쏟아졌다. 콩알만한 딱딱한 하얀 알갱이들이 호수면과 바위에 통통거리며 부서졌다. 모자챙에도 콧등에도 떨어진다. 풍경에 넋을 놓고 있던 사람들이 서둘러 내려갔다. 나는 내려갈 걱정 없이 호수를 둘러싼 암벽과 봉우리에 만년설을 눌러쓴 설산과 초록과 푸른빛이 어우러진 호수와 어디서 왔는지 주위를 맴도는 개 한 마리와 생각났다는 듯 문득 싸래기를 쏟아내는 풍경을 신비하게 바라본다. 풍경처럼 내가 그 속에 오두마니 있다.

 

 

<9월 21일,목요일>

치퀴얀으로 가려던 계획은 도로가 끊겨 2시간 정도를 돌아가야 하는 바람에 취소했다. 날씨는 오늘도 구름 가득이다. 왜 아니겠는가. 벌써 9월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우기가 문 앞까지 와 있다.

 

 

 

<9월 22일,금요일>

목감기, 몸살, 오한이 찾아왔다. 하루 종일 침대에서 앓는다. 그리고 밤새도록......몸도 마음도 앓는다.

옥주 메일을 읽고서 추석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았다.

 

<9월 23일,토요일>

스테파니

카하마르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암벽 등반을 좋아하는 독일 처녀다. 독일 사람답게 알뜰살뜰 배낭족이기도 하다. 조근조근 말을 잘하는 그녀와 마추픽추와 아레끼파와 빠론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았다.

 

<9월 24일,일요일>

우여곡절끝에 치퀴얀으로 왔다. 산중턱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이다.

차에서 내리자 비가 쏟아졌다. 비맞으며 숙소를 찾아다녀서인지 지나간줄 알았던 몸살 감기를 밤새 앓는다.

 

<9월 25일,월요일>

와이와쉬Huayhuash 산군을 트레킹하거나 멀리서 즐기기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치퀴얀에 왔건만 하늘은 인색하게 파란 하늘 한조각 내주지 않는다. 나는 도진 감기에 끙끙 앓는다. 오늘이 추석이다. 솔잎 향기 배어 있는 콩송편과 깨송편을 먹고 또 먹었다.

꿀떡꿀떡 쫄깃쫄깃......맛있다. 생각 속에서.....

 

<9월 26일,화요일>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이제는 그 정도는 알 때도 됐건만 지독한 오한과 목감기에 괴로워하며 당장 약을 한 줌 먹고 낫고 싶어한다.

오늘의 일용할 양식은 크고 즙이 많은 달디단 귤이다.

귤에게 감사..

 

<9월 27일,수요일>

하늘이 파랗다... 마음도 파랗다... 설산은 하얗다...

 

 

<9월 28일,목요일>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어제 가다가 돌아온 설산을 즐길 수있는 전망 포인트를 찾아 갔다. 페루에서 두 번 째로 높은

예루빠하Yerupaja(6634)가 주변 설산을 거느리고 우뚝 서 있다.

오늘은 구름도 감히 접근을 못하고 있다. 앉았다 누웠다 하며 설산 한 번 보고 하늘 한 번 보고.......

 

 

 

 

 

<9월 29일,토요일>

 

새벽 차를 타고 리마로 가는 길. 와이와쉬 산군이 검은 형체를 온전히 드러내고 배웅을 한다. 치퀴얀으로 들어서는 비포장길을 막 빠져 나오자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와이와쉬 산군도 기지개를 켠다. 고원의 풀들도 새벽 이슬을 털어낸다. 거대한 대지 위로 서서히 아침 햇살이 비춘다.

 

리마의 변두리는 초라하다. 그 안에 사람이 살까 싶은 짓다만 듯한 집들, 쾌적함이라든다가 환경이라든가 녹지라든가 뭐 이런 말들이 우주 저 편 아득한 세상의 단어들처럼 낯선 곳이다. 인구 천만 가까운 도시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만 리마의 변두리는 구석지고 어둡다.

 

<9월 30일,일요일>

갑자기 고장난 사진기를 고치기 위해 동분서주다. 어제 알아본 곳에서는 100솔을 달라고 했다. 미라 플로레스를 뒤졌지만 마땅한 수리점을 찾지 못했다.대신 라르꼬 마르Larco Mar공원에 가서 태평양을 즐겼다.어제 보았던 리마 변두리의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모습과는 정반대다.서유럽 어디쯤에 와 있는 것같다.시원하게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며 고급 까페와 식당들이 즐비하고 사람들은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을 하기도 한다.주변 거리와 건물들도 하나같이 말끔하고 세련되게 정돈되어 있다.다시 삶의 질을 생각한다.크고 작은 범죄들이 수시로 일어난다는 구시가의 어둠이 이곳에는 없다.야누스의 얼굴같은 한 도시의 모습이다.구시가로 돌아와서 번잡하고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구시가 시장을 돌아다닌다.

 

<10월 1일,월요일>

니콘 수리점이 있는 미라 플로레스와 맞닿아 있는 산 이시도로에 갔다.이 곳 역시 고층 건물들과 백화점,대형 슈퍼마켓,은행 등이 몰려 있어 미라 플로레스와 비슷한 분위기다.하지만 그곳에서도 카메라를 고치지 못하고 다시 미라 플로레스로,구시가로 돌고 돈다.결국 처음 갔던 곳에서 수리를 맡기게 됐다.수리점 주인은 믿음은 안가지만 사진기를 맡긴 이상 믿어야 한다.저녁 6시까지는 고쳐놓겠다고 큰소리 치던 수리점 주인은 8시가 넘도록 "조금만(기다려)"만 반복한다.결국 고쳤다며 내놓았지만 내일 시험가동을 해보아야 한다.

 

<10월 2일,화요일>

급히 먹는 밥은 체하게 마련이다.

다른 수리점에서는 3일에서 일주일 정도까지 걸린다는데 몇 시간만에 똑딱뚝딱 고쳤다며 내놓더라니......아침에 자세히 살펴 보니 원래 멀쩡했던 기능들이 오락가락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10시부터 수리점에 가서 기다렸지만 수리점 주인은 12시가 다되어서야 왔다.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안에서 무한정 주물럭거린다.하지만 사진기를 맡겼으니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한참만에 다 고쳤다며 내왔다.제발 별탈없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쓰고 싶다.수리점 주인은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다.

 

<10월 3일,수요일>

나스카로 간다. 낮에도 위험한 구시가에서 밤에 터미널까지 이동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아침에 수시로 가는 차편이 있는 이카까지 가서 갈아탔다.피스코에 들어서자 곳곳에 지진의 상흔이 깊다.맥없이 주저앉은 집앞에 텐트가 들어섰다.판 아메리카를 따라 나스까까지 가는 길은 잘 정돈되어 있지만 풍경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나스카에 다와 가자 나스까 라인을 보기 위해 공중을 선회하는 경비행기들도 보이고 전망탑도 지나친다. 옛날 한옛날에 물기없는 너른 대지를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이 있었다...

 

<10월 4일,목요일>

두 개의 나스카 라인을 전망할 수있는 전망탑으로 갔다. 나스카 라인 연구에 평생을 바친 라이너 마리아 여사가 지은 전망탑에 오르면 거대한

 

 

나무와 손을 볼 수있다.그리고 도마뱀은 판아메리카 도로를 건설하면서 훼손되어 일부만 볼 수있다.적어도 1000여년 이상 전에 그렸던 그림들이 고스란히 세월을 비껴나 까마득한 후세의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무,손,우주인,앵무새,개,원숭이,콘돌,고래,거미......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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