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를 누설하며 보험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그는 아직도 업계에서 껄끄러운 존재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평가는 달랐다.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경제잡지 〈주간 다이아몬드〉의 ‘프로가 선정한 가입하고 싶은 보험’ 1위에 선정되었다. 2011년에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과 품질 높은 콜센터 운영 등으로 굿디자인상(GOOD DESIGN AWARD 2011)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2년 연속 오리콘 고객만족도 랭킹 의료보험 부문 ‘보험료 만족도’ 1위에 올랐다. ‘성장’과 ‘사회성’이 공존하는 기업으로서 창업 이래 월평균 8%라는 경이적인 신계약 신장률을 기록하며 2012년 1월에는 사망보험 보유계약액 1조엔을 돌파하고, 지난 3월에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그는 교토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생명에 입사한 후 30년간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일본 보험업계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13년간 재무성과 일본은행을 담당한 데 이어 국제 업무, 기획 업무 등을 담당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업계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던 그가 보험업계의 천기를 누설했으니, 그 파문은 더욱 컸다. 그는 왜 30여 년간 몸담아온 보험업계를 등질 수도 있는 리스크와 실패에서 오는 타격을 감내하면서까지 새로운 모델의 생명보험회사를 설립한 것일까. 그가 기존 보험사의 자회사도 아니고 맨땅에서 새로운 보험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를 점쳤다.
“사람들이 대부분 성공에 비관적이었어요. 하지만 오랫동안 보험업계에 몸담아온 사람으로서 그 내막을 너무나 잘 알기에 최소한 아이를 키우는 세대의 보험료만이라도 절반으로 줄여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원리를 그는 캔맥주와 주점에서 마시는 생맥주로 비교했다. 보험료는 순보험료(원가)와 부가보험료(운영 경비)로 산출되는데, 원가는 어느 보험사나 마찬가지지만 운영사의 수수료인 부가보험료는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1000~1500개에 달하는 지점이 보험료 상승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이 지점 네트워크와 보험설계사의 영업을 인터넷으로 전환해 부가보험료를 제로에 가깝게 설계했다.
일본의 생명보험업계는 보험료만 40조엔 규모다. 누적 가입 건수는 1억3000만 건에 매년 신규 계약도 1500만 건에 달한다. 라이프넷의 계약 건수는 12만 건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그래서 더욱 가능성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거예요. 앞으로 전체 시장의 10%만 차지해도 1300만 건을 점유할 수 있거든요.”
그는 지속적인 블루오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 사원이 공유할 수 있는 심플한 경영 이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경영 이념이자 사원들과 소비자에 대한 공약인 메니페스토를 세 가지로 정했다. ‘정직한 경영’ ‘심플하고 알기 쉬운 시스템’ ‘저렴하고 편리한 상품과 서비스 제공’이다. 사원들은 판단이 어려울 때면 언제나 메니페스토를 확인한다고 한다.
“사원들의 머리가 복잡해지면 상품을 복잡하게 설계하고 이 때문에 보험료도 비싸진다고 생각해서 ‘심플’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지요.”
그래서 복잡한 보험특약을 전면 폐지해 가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제거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10초 만에 자신의 보험료를 계산할 수 있도록 하고, 365일 24시간 언제든지 홈페이지는 물론 휴대전화로도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급성장한 원동력은 바로 다이버스티(Diversity, 다양성) 경영이다. 사원 80여 명 가운데 보험업계 출신자는 50%에 불과하다. 나이, 국적, 연령을 따지지 않다 보니, 이 조그만 보험회사에 외국인 사원이 들어오고, 예순 살이 넘어서 채용된 사람도 있다. 다이버스티 경영은 특히 경영진에서 두드러진다. 보험에 대해 전혀 모르는 30대 부사장에게서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높이 샀고, 역시 생명보험 경험이 전무한 40대 여성 마케팅 담당 임원에게서는 스타벅스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경력을 높이 샀다.
“일본의 생명보험회사는 여성 보험설계사가 매출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지만, 상근 경영진에 여성은 단 한 명도 없고, 30대 젊은이도 없습니다. 일하는 여성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를 모른 채 보험을 설계해 시장에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지요. 국적이나 문화를 초월해 다양한 층에서 다양한 경험을 거친 신구 세대가 어우러질 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는 회사의 장기 비전을 “100년 후 가장 신뢰받는 보험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창업한 지 4년에 불과한 기업 CEO의 꿈이 너무 거창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는 100년 이상 된 장수 기업도 유아기를 안 거친 기업은 없다고 말한다.
“기업은 인간의 라이프사이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는 적어도 평균수명인 70~80년은 건강하게 잘살기를 바랍니다. 기업도 다를 게 없습니다. 네 살 된 어린 기업이라 시대에 어울리는 양육을 하면 풍파가 있고, 질곡이 있고, 부침도 있겠지만 경영이념만 충실히 지켜나간다면 100살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젊은 마케팅’이라는 독특한 마케팅 비법을 편다. SNS를 축으로 한 3개의 톱니바퀴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톱니바퀴는 홈페이지를 활용한 E-커머스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는 업체의 표준이 될 정도로 보험에 적합한 설계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고객센터(콜센터)의 우수성은 비즈니스계의 오스카상으로도 입증되었다. 두 번째 톱니바퀴는 전략적인 광고 효과다. 주 1회 TV 광고를 하는데, 지역을 단위별로 나누어 지역 특성(인구학적 특성, 소득 특성 등)에 따른 CM 효과를 철저히 분석한다. 비싼 광고료를 지불하면서 정확한 효과를 알 수 없는 전국 CM은 하지 않는다. 세 번째 톱니바퀴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전략이다. 현재 그의 팔로워는 1만8000명, 부사장은 2만4000명으로 연예인에 버금간다.
이색적인 것은 경영진의 저술활동을 통한 마케팅 전략이다. 서적과 칼럼을 통해 기업의 이념을 알리자는 것이다. 또 연간 미니 집회를 250회씩이나 개최한다. 10명 이상이 모이면 무조건 전국 어디에든 직접 도시락을 들고 찾아간다. 물론 강연료는 무료다. 그동안 20권 가까이 책을 썼는데, 그중 10여 권은 창업 후 3년 10개월 동안 쓴 경영서다. 그동안 20만 부 이상이 팔려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도 올랐다.
그는 독서광이기도 하다. 실용도서 외에도 역사 · 소설 · 철학 등 장르를 망라해 책을 읽는다. 미에현(三重縣)의 산골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자연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개구쟁이 소년이었다. 날씨가 좋으면 들에 나가 곤충을 잡았고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었다. 그런가 하면 비가 오면 방 안에 들어앉아 종일 책을 읽는 문학소년이기도 했다. 일찍부터 역사와 철학 등 인문서적을 좋아했던 그는 헤겔 · 칸트 · 마르크스 · 스피노자 · 아리스토텔레스에 심취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까지 조간신문 3개를 읽고, 오후 10시~11시에 귀가해 자기 전에 1시간 정도 책을 읽는다. 그런 그에게 경영자상을 물었다.
“무엇을 바꿔야 하고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항상 생각하는 것이 리더의 소양이라면, 경영은 ‘국어’가 아니라 ‘산수’입니다. 수치와 데이터를 로직으로 조합하는 것이지요. 통계와 팩트, 그리고 로직으로 생각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합니다. 이 세 가지 능력과 소양을 갖추지 않으면 비즈니스가 아니라 취미의 세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