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 껴서....그러나 신나게
어떻게 하다보니 제 페친의 절반 정도는 주의 종이고 , 나머지 절반 중에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주 친한 몇 명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은 신자(평신도)들입니다. 그러다보니 페친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순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수학습에서는 남들 앞에서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세지를 강조합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단어와 표현들을 의도적으로라도 강조하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말이나 글에는 특별한 힘이 있어서 긍정적인 표현은 언제나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키죠.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너 왜 이따위로 하니??!!"라는 표현보다 "이렇게 하면 좀 더 나아질 것 같은데...니 생각은 어떻니?"와 같은 겁니다.
제가 쓴 글들을 한 번씩 되돌아보면서 이런 상반된 뉘앙스에 대해 점검을 해보곤 합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스스로 처지가 답답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때는 언제나 글이 부정적입니다. 사실 체면 때문에 생각하고 생각해서 점잖은 표현을 사용하려고 애쓰지만, 마음에 있는 표현을 그대로 하면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줄만한 표현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여유롭고 뭔가 만족스러운 환경에 있으면 글이 늘 신납니다. 제글이지만 제가 읽어도 뭔가를 해야한다는 의욕이 막 일기도 하죠.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오래되서인지 요즘 페북을 보면 모래밭을 달리는 것처럼 다리에 힘이 쭉쭉 빠지는 글들이 많아서, 페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절반이나 되는 목회자들께서 같은 목회자들과 어울리며 푸념조로 표현하시는 힘들고 어려운 일, 평신도들에 대한 불만, 심지어 환자복을 입고 약한 모습을 중계하는 듯한 글들을 보면... 평신도의 입장에서 걱정보다는 짜증이 날 때가 많습니다. 너무 힘들고 어려워 기도부탁을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목자가 양들 앞에서 맨날 신음하는 소리를 내면 양들이 편하게 풀을 뜯어 먹을 수 없거든요. 심지어 어떤 목사님은 치과에 가서 충치를 뽑고, 뽑은 치아 사진을 올리기도 합니다. 어쩌라시는 건지... 조용히 친구되기를 포기했습니다.
반면에 평신도들이 주의 종들을 흉보거나 노골적으로 비방하는 글들을 보면, 목회자도 아닌 주제에 또 속이 상하고 화가납니다. 이런 증상은 아마 아버지가 주의 종이었기 때문에 생기는 출신성분이 이유일 수 있습니다. 주의 종의 자녀로서 가까운 거리에서 목회자의 삶을 경험했기에 내용도 잘 모른채 주의 종들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글을 읽으면 속으로 '저 새끼 지옥갈거야"라는 못된 생각이 듭니다.
사회경제학에서 자녀들을 양육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부양해야 하는 부모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는 이중 부담속에서 그 틈에 낀 세대를 '샌드위치 세대'라고 합니다. 요즘 제가 페북글을 읽으며, 주의 종도 아니고, 평신도도 아닌 양 틈에 어정쩡하게 낀 '샌드위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심각한 병입니다.
진리를 거스르거나, 양보할 수 없는 인간의 가치나 대의에 반하는 일이 있다면 집요하게 따지고 저항해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서로 처지와 형편을 이해하면서 참고... 정 참을 수 없으면 그냥 저처럼 자기 사진이나 찍어서 올리심이 어떨지... 그것도 보는 사람들은 조금 힘들긴하겠지만, 부정적이고 소모적인 내용을 공론화하여 집단적으로 힘빠지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샌드위치'를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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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전신근 목사님께서 알려주신 성경 암송법에 깊이 매료되어 있답니다. 에베소서 1장부터 하루에 1절씩 반복해서 암송합니다. 하루종일 한 구절 혹은 두 구절을 반복해서 틈날때마다 중엉거리며 반복하고 또 반복합니다. 오늘은 6절 말씀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져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를 벌써 백 번 넘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목사님께서 강조하셨듯이 이 방법은 정말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긴가민가 시작했는데...
에베소교회 성도들과 신실한 신자들에게 전하는 바울의 이 짧은 문안인사에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라는 말이 정말 폭탄과 같이 다가 옵니다. 우리가 습관처럼 사용하던 '예수 안에서(in Jesus Christ)'라는 말이아니라 바울선생 스스로 하나님과 그의 아들 우리주 그리스도 예수의 은혜와 보호아래 있음을 고백하는 절절한 심정이 뜨겁게 다가옵니다. 세상에 이럴수가....
정장차림에 백팩을 들러메고 '우리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를 중얼거리며 학교로 향합니다. 가슴이 뜨겁고, 세상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혹시 토착화된 몰몬교 선교사나 복장을 바꾼 대순진리회 교도로 의심될까봐 입으로 중얼거리거나 누구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만...
가벼운 발걸음과 뜨거운 가슴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신이 납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페친 여려분께 바울선생님의 감격을 나누려합니다.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된 바울은 에베소에 있는 성도들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신실한 자들에게 편지하노니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이거 제가 외워서 쓰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