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서진 진수 (280~290)
삼국지 - 남조 송나라 배송지 429
위 둘은 텍스트가 남아 있지 않다
삼국지평화 - 원나라 지치(1321~1323)
삼국지연의 - 명나라 나관중 1494
지금까지 남아있는 소설 『삼국지』텍스트 중에는 『삼국지평화』가 최초이고 이보다 170년 지난 후에야 『삼국지연의』가 간행되었다.
『삼국지평화』는 유비 중심의 촉한을 높이고 조조 중심의 위(魏)나라를 폄하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소설 『삼국지』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 포용력 있는 유비, 장중한 관우, 용맹한 장비, 현명한 제갈량, 간악한 조조 등과 같은 인물 성격도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황건적 봉기에서 시작하여 진(晉)나라 사마염(司馬炎)이 삼국을 통일한다는 소설 흐름도 거의 동일하다. 다만 『삼국지평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촉한의 외손인 흉노족 유연(劉淵)과 유총(劉鳳)이 다시 한(漢)나라를 세우고 사마씨(司馬氏)의 진나라를 멸망시켜 촉한의 복수를 한다고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도원결의(桃園結義), 삼고초려(三顧草廬), 당양벌 장판교 전투, 적벽대전, 관우·장비· 유비의 죽음, 제갈량의 활약 등 주요 사건도 거의『삼국지연의』와 같은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소설 도입부와 세부 디테일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 짧은 서문에서는 그 모든 차이를 다 소개할 수 없으므로 흥미로운 부분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겠다.
가장 먼저 독자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삼국지평화』의 도입부다. 『삼국지연의』에서는 후한 말기의 혼란과 십상시(十常侍)의 전횡을 묘사하며 바로 소설로 진입하지만 『삼국지평화』에서는 '초한 쟁패 역사'에서 한고조(高祖) 유방(劉邦)에게 원한을 품고 죽은 한신 · 팽월·영포가 저승의 재판을 통해 다시 이승의 조조·유비·손권으로 환생하여 한나라 마지막 임금 헌제(獻帝)로 환생한 유방에게 복수한다는 설정이 소설의 시작이다. 또 『삼국지평화』전반부는 장비 『삼국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장비의 활약이 눈부시다. 유비나 관우가 오히려 엑스트라로 보일 정도다.
그리고 소설 『삼국지』의 가장 관건적인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적벽대전의 디테일도 『삼국지평화』와 『삼국지연의』가 상당히 다르다. 먼저『삼국지연의』에서는 적벽대전의 작전을 제갈량이 주도하고 오나라 도독 주유(周瑜)와 그의 군사들은 제갈량의 병법을 수행하는 역할로 나오지만, 『삼국지평화』에서는 이와 반대로 주유와 황개(黃蓋) 등 오나라 장수들이 모든 전투과정을 주도하고 제갈량은 동남풍만 불게 하는 보조 역할에 그치고 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그 과정에서 주유와 제갈량이 각각 손바닥에 글자를 쓰고 앞으로의 작전을 확인하는데, 두 사람의 손바닥에는 모두 '화(火)'자가 쓰여 있었다. 그러나『삼국지평화』에서는 주유의 손바닥에는 화(火)'자가 쓰여 있었지만 제갈량의 손바닥에는 '풍(風)'자가 쓰여 있었다. 또 『삼국지연의』에서는 제갈량이 풀더미를 가득 실은 배를 타고 가서 북을 울려 조조의 군사들로 하여금 화살을 쏘게 하고 그 결과 화살 10만 대를 얻는 것으로 묘사했지만, 『삼국지평화』에서는 주유가 장막을 둘러친 배를 타고 가서 화살을 얻는 것으로 나온다. 정사 『삼국지』 「배송지주」에서는 손권이 그 일을 했다고 했으므로 『삼국지평화』의 기록이 오히려 역사 사실에 가까운 셈이다. 따라서 적벽대전의 모든 작전을 제갈량이 주도했다고 과장한 것은 명나라 이후 민간 공연의 분식(粉飾)이거나 나관중의 직접적인 미화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밖에도 서로 다른 디테일이 적지 않지만 이 작은 지면에 다 소개하기는 어려우므로 뒷부분의 해제와 본문을 읽으며 확인하시기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삼국지평화를 최초로 번역한 사람은 『삼국지』 연구가 정원기다. 그는 20년 전인 2000년에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싣고 꼼꼼한 주석을 단 역주본 『삼국지평화』(청양, 2000)를 출간했다. 이 번역본도 그의 선구적 노력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역주본은 절판된 지 오래인데다 학술적 성격이 매우 짙어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이 번역본에서는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독서물이 되도록 힘을 기울였고 정원기 역주본에서 보이는 일부 오류도 바로잡으면서 보다 나은 번역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독자 여러분의 질정을 바란다. 또한 일러두기에서 밝혔듯 본문의 삽화는 『신전상삼국지평화에서 가져온 것이다. 삽화의 내용이 본문의 내용과 일치하도록 노력했으나 지면의 제약으로 일부는 다르게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