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처럼 베란다에 간단히 설치, 월 20㎾h 전력 생산
도시의 `에너지 농부' 되고 핵발전 의존 벗어나는 실천 방법
»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필자의 집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
대사관이 많은 서울 성북동 일대에는 지붕 위에 태양 전지판을 올린 주택이 제법 많다. 부자 동네인 만큼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누진요금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지식경제부는 매달 600㎾h(킬로와트시) 이상 사용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햇살가득홈' 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에 따라 태양광 업체가 금융기관 융자를 받아서 전기 다소비 가구에 태양광을 설치해주면, 설치한 가구가 줄어든 전기요금 만큼 시설비를 상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에서 자비를 들이지 않고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제도인데, 바람직한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일반 가정에서 설치하는 태양광은 주로 3㎾급으로 한 달에 300~400㎾h 정도를 생산한다. 한 달에 350㎾h를 사용하는 가구라면 태양광 만으로 전력을 자급할 수 있고,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 6만 1250원을 아낄 수 있다.
현재 태양광 1㎾당 설치비는 300만원인데, 지난해까지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최대 50%였다. 태양광 패널의 보증기한이 20~25년이고, 앞으로 전기요금 상승까지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자기 집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양지바른 남향으로 지붕이나 옥상이 있어야 하고, 주변 건물에 태양이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태양광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충당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소비하는 전력의 일부를 충당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태양광을 꼭 3㎾급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서울 성북구의 볕이 잘 드는 2층 전셋집에 사는 나도 드디어 태양광을 설치했다. 85W짜리 태양광 발전기 두 개를 남쪽으로 난 창 두 개에 하나씩 설치했다. 계통연계형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170W)인데, 일반 가정용 3㎾ 용량의 약 18분의 1이니 초소형이라 할 만하다.
한 달에 최대 20㎾h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나처럼 전기를 적게 사용(한 달에 100㎾h 미만)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작은 발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를 더 아껴서 사용하면 사용량의 4분의 1 정도는 충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이사 갈 때도 떼어 가지고 갈 것이다.
■ 4년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쓴 이유
» 스탠포드사와 썬 파워사가 개발한 베란다 태양광
이 발전기를 구입해 설치하는 데는 50만~60만원이 든다. 4년치 전기요금이고, 경제성만 따지면 망설여지게 된다. 그러나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는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도시에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고 도시에 적합한 태양광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국내외 정보를 찾다 보니 외국에서는 베란다 태양광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에너지 자립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에는 전력생산에 들어가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전력의 30%는 위험한 에너지, 원자력으로 생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전기요금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것은 송전탑 때문에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의 할머니들의 눈물과 원자력신규부지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고통이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요금의 0.037%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된다. 전기요금 3만원을 내는 가정이면 매달 1000원 정도를 이 기금으로 내는 셈이다. 이렇게 내는 돈의 일부는 원자력문화재단의 예산으로 쓰여 아이들에게 "원자력 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이다"라고 홍보하고 교육하는데 쓰인다. 올해도 76억 5000만원이 이런 홍보를 위해 배정되었다.
한국사회가 탈핵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녹색당원이 된 나는 내가 쓰는 전력량에 비례해 그 돈이 원자력 진흥에 쓰인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양광을 달았다.
정부의 ‘절약’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금은 삐딱하게 원전과 대형발전소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태양광을 설치했다. 국민에게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쓸지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원자력만이 대안이라는 식으로 추진해나가는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다.
■ 너무 쉬운 태양광발전기 설치 방법
이런 거창한 뜻에서 시작했지만 실제 태양광발전기의 설치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먼저 해가 잘 드는 곳에 태양전지판을 고정시켰다. 태양전지판을 마이크로 인버터(220W)에 연결하고, 인버터에 달린 코드를 콘센트에 꽂아주면 끝이다. 전지판을 고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 나머지는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설치하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 ①태양광 패널 고정
» ② 패널 두 개 연결
» ③태양광과 인버터 연결
» ④인버터 코트 콘센트에 꽂기
태양광발전은 실리콘으로 만든 태양전지에 햇빛이 내리쬐면 직류전기가 발생하고, 이를 인버터로 교류전기로 바꿔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패널, 인버터, 전선만 있으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일반가정에 설치하는 방식은 계통연계형으로 낮에는 전력을 생산해 주택에 전력을 공급하고 여분은 계통을 통해 한전으로 역송전한다. 밤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 못할 경우 계통에서 부족한 전기를 공급받아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태양광전기를 콘센트에 꽂으면 바로 우리집 계통전력에 맞물리게 된다.
■ 태양광발전기를 가전제품처럼
이건 마치 집에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텔레비전을 사서 적당한 장소에 두고 텔레비전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거나, 태양광 판넬을 고정시키고 인버터에서 나온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것이나 방법은 비슷하다.
만약에 이런 소형 태양광발전기가 가전제품처럼 보급된다면, 도시에서 에너지 생산자가 많아질 것이고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 잘 추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월드컵 공원과 같이 상징적인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이 창가나 아파트 베란다에 초소형태양광을 설치해서 실제로 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기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반 가정에서 태양광을 설치해서 사용하려면 한전의 요구에 따라 태양광 전문시설업자의 시설 설치 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설치한 170W 용량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려고 전문시설업자가 나선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된다. 손 기술이 있는 사람은 부품을 사다가 직접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이 제품을 실제로 세트로 묶어서 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게다가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전량 소비하는데다 전력 생산량이 작아서 계통에도 문제가 안 된다. 만약에 직류에서 교류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전기의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면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을 설정하고 품질관리를 하면 될 것이다.
기술 성능 인증을 받은 인버터를 사용하면,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지금까지 가정용 태양광이 3㎾가 기준이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설치한 소형 태양광에 대해 한전에 문의를 하면 “초소형이기 때문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에서부터 “모르겠다”, “무조건 설치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등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정부에서 기준을 만들어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다면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에 '마이크로 인버터' 항목을 넣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가정용 3㎾급 태양광발전기 설치에도 그린홈 100만호 추진사업으로 40%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 제도를 초소형에도 확대 적용한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서울시에서도 소형 태양광보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 우리나라 아파트에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모습.
■ 도시의 '에너지 농부'가 되자
도시에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늘어나는 것은 정의로운 에너지를 위한 ‘연대’라고 생각한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짐을 덜어주고, 송전탑 건설로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과 청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물을 위로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이 작은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태양경제가 조금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실험이다. 매일 태양 한번 쳐다보고 작은 태양광 발전기사 생산해 내는 전력량을 지켜 보면서 이 일이 확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에는 녹색당 당원들과 함께 “원전 하나 줄이기” 같은 생활 활동도 해봤으면 좋겠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를 달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태양의 씨앗'들이 에너지를 소비만 해온 도시에 뿌려졌으면 좋겠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나니 탈핵과 에너지 전환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2013년 우리 동네 작은 햇빛발전소 운동, 이제 시작이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