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너와 단둘이 떠나는 춘천
너와 떠나는 우리 둘만의 춘천여행. 떨림으로 채워질 사진첩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열차도 좋고, 자동차도 좋다. 너와 함께라면 매순간이 낙원이니까.
두근두근 너와 단둘이 떠나는 춘천
너와 떠나는 우리 둘만의 춘천여행. 떨림으로 채워질 사진첩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열차도 좋고, 자동차도 좋다. 너와 함께라면 매순간이 낙원이니까.
열차로 떠나는 낭만여행
그녀와 떠나는 첫 여행지 춘천. 상봉역에서 그녀를 만났다.
지난해 말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되면서 당일여행에 대한 부담이 한결 줄었다.
우리는 나란히 열차에 앉아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얼굴에 때 이른 봄볕이 내려앉는다.
그렇게 70여분을 달려 우리는 김유정역에 도착했다.
AM 10:30 알싸한 향기를 따라 걷다
김유정역을 나와 길 건너 실레마을로 향했다. 마을 둘레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이 꽤 듬직해 보인다.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실레마을은 품에 쏙 들어올 만큼 아담하다.
봄기운을 느끼며 5분쯤 걸었을까. 가슴 높이의 담장 너머로 김유정문학촌이 보인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구성진 가락에 빨려들 듯 안으로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현재 김유정문학촌에는 단 한점의 유품도 없다.
스물아홉 해라는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장가도 가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그나마 얼마 없는 유품도 김유정과 절친한 사이였던 소설가 안회남이 1946년 월북하면서 몽땅 가지고 가버렸다.
문학촌 오른쪽에 위치한 기념관에서는 김유정의 아픈 사랑을 엿볼 수 있다.
김유정은 어린 나이에 잃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남달랐는데,
이는 두 여인(박록주, 박봉자)을 향한 집요한 사랑으로 나타났다.
그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구애를 펼쳤으나 어떤 여인에게도 사랑받는데 실패했다.
이로 인해 한동안 깊은 우울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유정의 가슴 아픈 외사랑을 떠올리며 실레이야기길을 거닐었다.
30여 편에 이르는 김유정의 소설 가운데 실레마을을 모델로 한 작품은 12편.
<동백꽃>의 주무대인 금병산 기슭, <산골 나그네>의 주막과 물레방아 터, 그리고 <만무방>의 노름 터 등이 마을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녀와 함께 골목골목을 누비며 김유정을 찾아 나섰다.
어디선가 점순이가 입을 삐쭉거리며 나타나 '바보'라고 외치고,
노란색 동백꽃이 만발한 금병산 자락 어디에선가 닭싸움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아 웃음이 났다.
PM 3:00 오리배는 사랑을 싣고
김유정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만 더 가면 춘천역에 닿는다.
명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오리배를 타러 공지천으로 향했다.
택시로는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지만 우리는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걸었다.
오리배는 1시간에 만원. 하지만 미리 예약해둔 덕분에 10% 저렴하게 배를 빌렸다.
구명조끼를 입고 배에 올랐다. 왼발! 오른발! 그녀와 발을 맞춰가며 패달을 구르자 배가 스르륵 미끄러진다.
타기 전에는 1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타고 보니 꽤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와 단둘이 호수를 산책하는 기분이란 억만금을 줘도 뺏기고 싶지 않은 행복이다.
1시간을 꽉 채우고 배에서 내렸다. 공지천 주변의 조각공원을 둘러보며 그녀와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PM 5:00 호수를 품은 예술
공지천 공원을 지나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춘천MBC로 향했다. 그녀는 뜬금없는 장소에 놀라는 눈치다.
화려한 조각이 세워진 입구를 지나자 감각적인 카페가 나타난다.
바로 춘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중 하나로 꼽히는‘알.뮤트(R.MUTT) 1917’’이다.
해질 무렵 쌀쌀한 바람을 고려해 담요를 들고 발코니 좌석으로 나갔다.
눈앞에 펼쳐진 시원한 의암호 풍경에 그녀가 웃는다.
호수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아포가토를 주문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뜨거운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아포가토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 좋은 메뉴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그녀와 함께 감상한 해넘이는 내 인생 최고의 풍경이었다.
자동차로 떠나는 일탈여행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50여 분만에 춘천에 도착했다.
바람 쐬러 가자는 그의 말에 선뜻 따라나선 춘천은 언제 봐도 참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우리는 한주간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곳이 어딜까 한참을 고민하다 차를 소양댐으로 돌렸다.
AM 10:00 지독한 사랑을 만나다
젊은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청평사를 가기 위해 소양호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
지난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탓인지 물이 많이 불어 보인다.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한 일탈을 즐길 새도 없이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들린다. 시계를 보니 10분 남짓 지났을 뿐이다.
산길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니 바위에 살포시 앉아 뱀과 마주 보고 있는 여인의 동상이 보인다.
설명문에 따르면 청평사에 얽힌 ‘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을 재현한 조형물이다.
옛날 당태종의 딸 평양공주를 사랑하다 죽임을 당한 청년이 상사뱀으로 환생해 공주의 다리에 달라붙었는데,
온갖 처방에도 떨어지지 않자 부처님에게 빌어보기로 했다.
그러다 발길이 닿은 곳이 바로 청평사라고 한다.
공주는 밤이 늦어 동굴에서 노숙을 했고, 이튿날 상사뱀에게 절에 가서 밥을 얻어 올테니 잠시 몸에서 내려와 달라고 빌었다.
어찌된 일인지 뱀은 10년 만에 공주의 몸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기다리다 조바심이 난 상사뱀은 공주를 찾아 나섰고, 절로 들어서는 순간 벼락을 맞고 폭우에 떠밀려 죽었다.
공주는 자신을 사랑하다 죽은 상사뱀을 정성껏 묻어주고 부처님의 은공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삼층석탑을 세웠다고 한다.
당시 공주가 은거했던 굴은 공주굴, 삼층석탑은 공주탑으로 불리는데 모두 청평사 가는 길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공주탑은 시작하는 연인들에게는 영원한 사랑을, 헤어지려는 연인들에게는 화해를,
짝사랑 중인 젊은이에게는 사랑을 준다고 알려지면서 젊은 연인들의 명소가 되었다.
청평사에 들어서니 여느 사찰과 다른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사천왕이 없고 긴 화랑으로 이어져 있으며, 수로 역할을 했던 5개의 맨홀이 보인다. 또 보통 연꽃이 새겨지는 소맷돌에는 태극문양이 있었다.
이는 흔히 궁궐에서 사용하는 양식이라고 하는데, 청평사가 임금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 지어진 원찰(특수 목적을 위한 사찰)이었기 때문이란다.
PM 2:30 꽃비 내리는 길
청평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향긋한 더덕구이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가는 배에 올랐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애니메이션박물관으로 정하고, 이왕이면 춘천의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인 ‘박사로’를 따라 가보기로 결정했다.
박사로는 의암댐에서 춘천댐에 이르는 18.9km 구간을 말한다. 바다같이 넓은 호수를 옆에 끼고 산허리를 굽이도는 물길에 짜릿함마저 느껴졌다.
길을 따라 군데군데 심어진 꽃나무는 바람이 불때마다 비를 내리며 우리를 축복했다.
PM 3:30 너의 어린시절이 궁금해
애니메이션박물관에 도착하니 맑은 음색의 만화주제가가 우리를 반긴다.
천장만한 크기의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지나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수업시간에나 봤음 직한 오래된 만화영화에 시간을 거스른 기분이다.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입체영상을 지나 국내 최초의 상업영화관인 ‘단성사’를 재현한 세트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로봇태권V, 황금박쥐 등 국내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와 필름이 전시되어 있었다.
대부분 잘 모르는 작품들이었지만, 간혹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이 툭 튀어나올 때면 박수까지 치며 흥분했다.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감상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미로처럼 이어진 2층 전시실에는 다양한 색깔의 방이 여러 개 있었는데, 각 방마다 특정 국가의 대표 캐릭터가 배치되어 사람들을 맞았다.
어릴 적 일요일 아침마자 즐겨보던 미키마우스와 그가 열광하는 일본 캐릭터가 등장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옛날이야기를 쏟아낸다.
오랜 시간 만나는 동안 한번도 듣지 못했던 어린시절 이야기에 서로를 한 뼘 더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PM 5:30 눈은 즐겁고 입은 황홀했다
열 살은 어려진 마음으로 구봉산 전망대로 향했다.
서울에 남산타워가 있다면 춘천에는 구봉산 전망대가 있다. 그만큼 춘천의 전경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우리는 전망대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지는 해를 감상했다. 눈은 즐겁고 입은 황홀했다.
서울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소박하고도 깨끗한 야경이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글·사진 박은경(일부편집)
첫댓글 언제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떠나보나 싶네요..사는것이 뭔지..눈 딱감고 떠나면 되겠지만 사는게 어디 그렇게 되야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