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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평론 2023년 9월 칼럼
제목 : 학벌주의 사회에 대한 분노 - 신림역 살인 사건,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등
저자 : 안재오
학벌주의 사회에 대한 분노 - 신림역 살인 사건,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등
서론 : 교육 붕괴와 각종 현상들
최근 한국의 교육계 및 이와 연관한 부분에서 경악할 만할 사건들이 여러 건 발생했다. 우선 5월 24일에 부산에서 있었던 23세 정유정이란 여성이 동년배인 영어 과외 선생을 살해한 사건이다. 그녀는 최종 학년이 고졸이다. 전문가의 분석에 의하면 피해자 A씨가 과외 앱에서 인기있는 과외교사였기에 정씨가 영어를 못하는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A씨의 정체성을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신분갈취를 목적으로 한 범행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 다음은 최근 7월 21일 지하철 신림역 근처에서 일어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다. 조선이라는 인천에 사는 33살 남자가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 가운데 1명은 사망했다. 조씨는 과거 폭행등 범죄 전력 3회에 소년부 송치 수사경력자료가 14건인 인물이다. 그는 “내가 잘못 살았는데, 열심히 살라했는데 안 되더라고 그냥 X같아서 죽였습니다” 라고 했다.
이 두 사건의 경우 범인들은, 조선씨의 경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비행(非行)소년으로 소년원을 들락 거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유정씨의 경우는 학력경쟁에 실패하고 즉 대학에 가지 못하고, 취업에도 실패하여, 사회 생활을 하지 않고 할아버지 집에서 살면서 학교와 공부에 한(恨)이 맺힌 것으로 보이다. 그녀는 영어 잘하는 대학생 과외 선생 한명을 골라서 죽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과외 선생은 정씨의 동년배였다. 그녀는 학벌주의 사회의 소외자가 되었다. 무항산 무함심(無恒産無恒心)이라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젊은 사람이 집에만 있으면 온갖 나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악한 충동에 휩싸이게 된다.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안팎에서 차량과 흉기로 난동을 부려 시민 14명에게 중상을 입힌 최모 씨(22)는 평범한 고학력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영재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 · ·)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 씨는 중학교 3학년 재학 당시 올림피아드에 참가해 입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 씨는 수학 등 이과 분야에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 씨는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에 진학했다. 최 씨가 비뚤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고 한다. 급기야 영재 출신으로 프로그래머를 꿈꾸며 공부해왔던 최 씨가 수년 뒤 ‘외톨이 테러범’으로 돌변한 것이다.
최 씨는 중학생 시절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특목고 진학을 희망했다고 한다. 최 씨의 친형은 특목고에 진학한 후 명문대에 입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 씨는 조현성 인격장애가 발병해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서 한 일반고로 진학했다. 최 씨는 “형처럼 좋은 특목고에 가지 못했다. 이런 시시한 일반고는 안 다닌다”며 자퇴를 택했다고 한다. 최 씨는 방통대에 적을 두고 현재 배달(택배)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 졌다.
범행 장소인 서현역 인근에서 혼자 거주하는 최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근처에 사는 가족들의 집을 오갔다고 한다. 최 씨의 가족은 “종종 와서 놀다 가고 자고 간 적도 많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원영 기자 (동아일보 23.08.05)
이런 사건 외에도 초등학교 교사의 자살 사건, 제자가 선생님을 찌른 사건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교육 관련 나쁜 소식이 매스컴 상에 오르내렸다.
2. 교육 과정의 소외
필자는 벌써 수년 전부터 이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런 예측은 특히 필자가 쿠팡 등 물류 센터에서 알바하면서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었다. 바로 서현역 칼부림 묻지만 살인 사건과 같은 배경을 가지는 테러에 대해서 어렴풋이 그런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서현역의 최모씨는 그 신상이 밝혀져 이름이 최원종이다. 고학력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영재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것을 보면 강남이나 분당의 상류층이라고 학벌주의의 광풍을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자연은 공평하다. 재능은 전국적으로 공평하게 분배된다. 평범한 재능을 가지고 비범한 재능으로 만드는게 상류층의 전매 특기이기는 하지만 그런 시도는 종종 크게 실패한다.
최원종씨는 위의 기사에 소개된 것처럼 버젓한 집안의 아들이다. 분당에 사는 고학력 중산층 집안의 자제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격 성향을 보였던 앞의 두 경우 (정유정, 조선)와는 다르다. 이번 서현역의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 났을 때 그 부모들은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강남 스타일이다. 전혀 비하적인 말이 아니다. 강남 내지 분당 등 좀 사는 지역의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못하여 진학에 실패하더라도 좀처럼 그들을 모욕하거나 소외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못난 자식들을 항상 감싸주려 하고 가정의 일원으로서 소외되지 않도록 애를 쓴다. 필자가 아는 강남 지역 출신으로 모 전문대를 나와서 물류센터에서 일한 A씨의 경우를 보면 집안에서 아들의 생일도 잘 챙겨주고 있었다. 생일 날은 일을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러 갔다. 필자는 65세로서 20대 초반의 청년과 같이 일을 했다. 그런데 그런 청년이 그런 일 즉 3D업종에서 알바를 계속한다면 앞으로의 인생이 어둡다.
밤 2시경 퇴근하는 셔틀 버스를 같이 타고 가다가 나보다 먼저- 나는 화양사거리- 그는 잠실역에서 내리는 데, 사람이 없는 대로를 터벅 터벅 걸어 가는 청년의 쳐진 어깨를 보면 상당히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의 얼굴과 눈은 짙은 어두움이 묻어 있었다. 같이 일을 하면서 필자는 장차 저 친구가 어떤 삶을 살아갈지 심히 걱정이 되었었다. 이런 소외감이 적대감으로 변할 수 있다. 그 때 필자는 그런 가능성을 예감했다. 물류 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수많은 MZ 세대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필자는 자신의 일도 어려웠지만 청년들에 대한 걱정이 많았었다.
이들은 직장에서 일도 잘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들의 낙은 핸드폰이나 PC이다. 요즘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게임이 많다.
이들은 술도 거의 혼자서 마신다. 예전 필자는 또 GS25에서 야간 근무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음식물 배달 일을 하는 많은 청년들을 손님으로 모셨다. 그 때 30대로 보이는 청년이 음식 택배를 마치고 한 새벽 3시경 편의점이 들리는 데 혼자 소주 한 병에 과자 하나를 안주로 시켜 먹고 약간 취해서 돌아갔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들은 부모도 눈치챌 수 없는 내면적인 적개심을 키워 나간다.
최원종의 경우는 극단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공부도 잘했다. 올림피아드에서 상도 받았다. 그는 형이 특목고에 갔고 그것을 보고 본인도 특목고에 진학하려 했으나 왠 일인지 중3 때 제동이 걸려 결국 일반고에 입학했으나 그 자괴감은 컸다.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배달 일을 하며 살아오다가 큰 일을 치고 만 것이다.
필자는 최씨의 이런 심리 상태를 잘 이해할 수가 있다. 벌써 거의 50년 전인 필자의 대학입시 시절 그토록 갈망했던 서울대에 두 번이나 떨어지고 낙향하는 밤 경부선 기차의 어둠이 그토록 암담했다. 당시 지방 명문고인 대구의 경북고는 거의 서울대 외에는 취급을 해주지 않았고 나도 그런 심리적 부담이 가슴 가득했었다.
어린 영혼들은 쉽게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 all or nothing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학벌 소외자, 공부 실패자들이 그런 상태로 사회에 진입하여 결혼 가정 등의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고 열악한 임금을 받고 살아갈 때 내가 불행한 것은 사회 탓이라는 증오심이 싹트게 된다. 특히 최원종처럼 원래 공부를 잘했던 애들은 이런 감정이 더 악화된다.
이런 점에서 최원종과 조선은 다르다. 후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고 처음부터 희망이 끊어진 학교 소외자였으나 전자는 좋은 환경에서 자랐고 중간에 무슨 이유로 성적에 브레이크가 걸린 경우이다.
최씨는 조현성 인격장애가 발병해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서 한 일반고로 진학했다.
필자는 이 부분을 거꾸로 해석한다. 즉 조현성 인격장애가 발병해서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가 아니라 학업이 (갑자기) 나빠져서 조현성 인격장애가 발생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요즘 이런 청소년 정신병이 대단히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초중고생 10명 중 3명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대부분 원인은 성적이다.
청소년 10명 중 3명 “일상생활 못할 정도로 절망감”...정신 건강 ‘주의보’
질병청 ‘제18차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
엔데믹으로 외부활동 재개되며 스트레스 표면화
“서울 대학병원 진료 받으려면 대기 6개월~1년”
서울 강남권에서 정신건강 진료를 하는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최근 성인 환자를 거의 못 받는다. 우울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서울에서 소아청소년 정신과 외래 진료를 받으려면 1년은 대기가 기본이다.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입원하는 전국의 정신과 보호 병동은 빈 병실이 없을 정도다. 배승민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환자 규모나 질환의 정도가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라며 “코로나19이후 정신질환으로 입원하는 소아청소년 비율도 높아졌다”라고 말했다.(조선일보 23.04.14)
이 기사가 코로나 만료기간 이전에 쓰여 졌긴 하지만 여전히 진실을 말하고 있다.
결국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청소년들의 정신질환이 학교와 성적 등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서도 책들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따라서 최씨의 경우 정신질환 발생으로 특목고에 못 간 것이 아니라 특목고에 못가게 되어 정신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봐야 옳다. 필자 역시 벌써 50년 전, 고교 시절 성적이 갑자기 떨어져서 정신-신경과 치료를 받으면서 고 3 생활을 한 적이 있다.
3. 소외에서 공격으로
신림역 묻지만 칼부림 살인 사건과 분당 서현역의 묻지마 칼부림 이후 살인 예고 글이 200건이나 발생하고 지역에서는 장갑차와 군경 특수 요원까지 투입하는 치안 불안의 사태를 유래했다.
최근 잇따른 칼부림 난동 사태에 따른 치안력 강화를 위해 전국 곳곳에 경찰의 장갑차가 배치된 것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왔다.
7일 정치권 등에서는 흉기 난동이 예고된 위험 지역에 무장경찰과 장갑차 등이 배치된 것에 대해 ‘과유불급’이라며 오히려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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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청 대태러위기관리과는 전날 전국 15 개청 45곳에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원 128명과 장갑차 11대를 배치했다.
경찰특공대는 테러 방지나 인명구조 활동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장갑차는 서울 강남역, 부산 서면역, 전북 잼버리 행사장, 인천 송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행사장, 제주공항, 진주롯데몰, 서현역, 판교역, 수원역 등에 배치됐다. (서울 신문 23.08.07)
청소년 묻지만 칼부림 난동의 원인이 위에서 분석한 것처럼 학벌-소외, 교육-소외 등인데 이를 모르고 온갖 말을 뿌리는 언론이나 또 정부는 비판된다. 묻지마 칼부림을 극악한 반사회적 행동으로 보고 이들에게 관용없이 최고의 형벌을 내리자는 엄벌주의나 테러를 막기 위한 장갑차 투입같은 대책은 실효가 없다. 칼 맑스의 말을 빌리자면 학벌소외의 유령이 전국에 출몰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출현은 제도에 대한 도전으로 봐야 한다.
인생의 밑바닥에 처한 교육-소외 청년들은 감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부 당국자들을 이런 예비범죄자들의 심리를 모르고 있다. 아무리 막고 처벌을 주어도 계속 나온다. 왜냐면 거의 대부분의 MZ 세대가 교육의 소외자들이기 때문이다. 즉 인서울 대학 진학은 상위 10~15% 이다. 결국 85~90% 의 청소년들은 진학 실패, 교육 실패, 직업 실패, 인생 실패, 이생망이 된다. 이들 중 극단적인 소수가 이번에 튀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내심 동조 내지 수긍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공부 잘하면 출세한다, 행복하다, 공부 못하면 불행하다, 인간 취급 못 받는다는 학벌주의 해체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