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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119 (월)
- 자장가, 포대기, 지지, 적자지심 : 아기돌보기 ②
- 문화, 여행 (58)
내일이 <대한(大寒)>인데 당분간 그리 춥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갔다 얼어 죽었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대한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라는
속담처럼 대한이 소한보다 오히려 덜 춥고 또 다음 절기가 바로 <입춘(立春)>이니
이제 불편한 겨울추위는 물러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추위가 힘들어지고 또 싫어지니 겨울이 무섭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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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단동십훈(檀童十訓)>에 대하여 말씀드렸는데,
이번에는 그 이외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 한편, 우리말에 “도담도담”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습”을 말하고,
“도담하다”는 “어린아이가 탐스럽고 야무지다“의 뜻입니다.
- “우리말 겨루기“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평소 우리말을 꽤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부끄러운 적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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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장가
- 아기를 재울 때 부르는 노래인 <자장가>를 듣지 못하고 자랐거나 또는
자기 아이에게 자장가를 들려주지 않았다는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자장가는 영어로 “cradlesong”, “lullaby”, 또는 “berceuse”라고 합니다.
* “동요”라는 뜻의 "nursery rhyme", "nursery song" 그리고
“Mother Goose rhyme"도 자장가의 의미가 있습니다.
- 청록파(靑鹿派) 시인 박목월(朴木月) 은 자장가에 대하여 “자장가야말로 우리가
처음으로 이 세상에서 듣게 된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시다”라고 말했습니다.
- 그 중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몇 곡을 살펴보는데, 그 이전에 자장가에 대한
믿거나 말거나의 다음 이야기가 전해져 와서 옮깁니다.
< 세계자장가대회에서 우리나라가 1등>
- 1970년 음악의 도시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세계 자장가 대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 이는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가 자기나라의 자장가를 불러서 역시 세계 각국에서 온
아기들을 빨리 잠들게 하는 대회이었다고 합니다.
- 여기에는 널리 알려지고 또 유명한 모짜르트, 브람스, 슈베르트 등등이 작곡한
많은 자장가들을 가지고 유명한 연주가들이 출전했다고 하는데,
-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한, 한 할머니가 부른 자장가가 1등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 "자장자장 우리아기 잘도 잔다 우리아기, 검둥개야 짖지 마라 우리아기 잠을 깰라"
- 다른 나라의 유명한 작곡가들의 자장가를 듣고는 잠들지 않은 아기들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할머니의 자장가를 듣고는 전 세계에서 온 아기들이 모두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 특히 이 할머니는 성한 치아가 없어서 발음조차 명확하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웅얼웅얼
자장가를 부르자 아기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빨리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 우리가 어릴 때 늘 듣고 자랐고, 크면서 조카들한테 한번쯤은 불러줬을 자장가이고
또 자기의 아이들에게도 들려주었던 우리의 자장가는,
- 평소 우리가 가장 편하게 듣는 노래박자인 4/4 박자의 가락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어찌 보면 단조롭고 지루하기도 한데,
- 그렇지만 크게 높낮이가 있는 노래가 아니라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으며,
- 또 우리나라의 자장가는 그 박자가 우리 심장박동과 일치하는데,
아기들은 엄마뱃속에 있을 때 익숙하게 들어온 엄마의 심장박동소리와 비슷한
자장가 소리에 안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 참으로 굉장한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이고 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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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우리나라 전래 자장가
-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이 부르고 듣던 전래 자장가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따로 작곡가나 작사자가 알려지지 않은 민요로 분류됩니다.
- 서민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이다 보니
지방에 따라서 가사와 가락이 조금씩 다릅니다.
(1)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장자장 잘도 잔다
검둥개야 짖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앞집 개야 짖지 말고 뒷집 개도 짖지 마라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장자장 잘도 잔다
(2)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장자장 우리 아기
꼬꼬 닭아 우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멍멍 개야 짖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장자장 잘도 잔다
(3) 금자동아 은자동아 우리 아기 잘도 잔다
금을 주면 너를 사며 은을 주면 너를 사랴
나라에는 충신동이 부모에는 효자동이
자장자장 우리 아기 자장자장 잘도 잔다
(4) 금자동아 옥자동아 수명장수 부귀동아
금을 주면 너를 사랴 은을 주면 너를 살까
나라에는 충성둥이 부모에겐 효자둥이
동기간에 우애둥이 동네방네 귀염둥이
나. 모차르트 자장가 - [ 잘 자라 우리아가 ]
잘 자라 우리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 양도 다들 자는데
달님은 영창으로 은구슬 금구슬을 보내는 이 한밤
잘 자라 우리 아가 잘 자거라
온 누리는 고요히 잠들고
선반의 생쥐도 다들 자고 있는데
뒷방서 들려오는재미난 이야기만 적막을 깨뜨리네
잘 자라 우리 아가 잘 자거라
다. 브람스 자장가 - [ 잘 자라 내아기 ]
잘 자라 내아기 내~ 귀여운 아기
아름다운 장미꽃 너를 둘러 피었네
잘 자라 내아기 밤새 편히 쉬고
아침이 창 앞에 찾아올 때까지
잘 자라 내아기 내~ 귀여운 아기
오늘 저녁 꿈속에 천사 너를 보호해
잘 자라 내아기 밤새 고이고이
낙원의 단꿈을 꾸며 잘 자거라
< 다음은 경남 하동지방에 전해오는 노래입니다. >
(1) 애기 어르는 노래
불매 불매 불매야
어허둥둥 내사랑
얼음 구녕에 수달핀가
먼디 산에 꽃봉진가
어하둥둥 내사랑.
(2) 달깡달깡
서른 아옵 열하옵에 첫장가를 갔는데
장가간 십년만에 아기를 낳는데
딸애기도 반가울긴데 깨목같은
불깨밑에 꼬치자지가 달랑했네
접시전으로 갔던가 얍실얍실 생겠네
꼬막전으로 갔던가 오목조목 생겠네
둥천으로 갔던가 둥실둥실 생겠네
방천으로 갔던가 방실방실 생겠네
불면 날을랑가 거머쥐면 꺼질랑가
칠년대한 가무름에 빗발같은 내새끼야
어데갔다 이제왔네 달깡달깡 달깡달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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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대기가 돌아왔다
* 포대기 : 어린아이의 작은 이불을 말하는데, 덮고 깔거나 어린아이를 업을 때 쓴다.
= 강보(襁褓)
- 아이를 포대기(강보)에 싸서 업다
- 襁 : 포대기 강, 褓 : 포대기 보
- 예부터 우리네 여인들이 사용해 왔던 <포대기>는 언제부터인가 그 모습이
촌스럽다고 여겨지고 또 “아기 띠(= 마치 띠로 된 배낭 같이 생겨서 아기를
앞으로 또는 뒤로 매는 것)”에 밀려서 거의 볼 수가 없었는데,
요즘 다시 주목 받고 있으며 또한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진다고 합니다.
- 어느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아기 띠를 이용해 앞으로 안는 것도 분명
애착육아에 도움이 되지만 앞으로 안으면 아이는 엄마 얼굴밖에 볼 수 없으며,
- 이에 비하여 포대기로 아이를 뒤로 업으면 아이가 엄마의 등에 착 감겨서
포근해 하며 잠도 잘 들고,
- 아이를 따로 떼어놓는 것 보다 업고 있으니
엄마의 마음이 안정되고 또 아기도 안전하며,
- 그리고 엄마가 양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그대로 집안일을 병행할 수 있어 실용적이라는 점,
- 아기가 엄마의 시각을 그대로 따라가며 다양한 사물을 접할 수 있고, 엄마가
만나서 얘기하는 상대방의 표정을 볼 수 있는 등의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점,
- 또 무엇보다 아이가 엄마의 심장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등으로
- 애착육아는 물론 기초생활교육, 인간관계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등의
교육적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 그래서 인터넷에는 “포대기 매는 비법” 동영상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으며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도 포대기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 그동안 신세대 엄마들 사이에서는 매기 어려워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포대기 끈은 어깨에 둘러매는 'X자' 형태로 진화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 <포대기>는 영어로 “baby blanket”, “carrier blanket” 등으로 표현되는데,
최근에는 우리나라 말 그대로 <podeagi>라 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 종전 아기를 오래 업으면 생긴다는 “O"자형 다리는 잘못된 속설이라는 것이
최근의 연구에서 밝혀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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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지
- 어린아이가 위험하거나 더러운 것을 만지려고 할 때 쓰는 이 말은
원래 <지지(知止) : 분수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알다.>라는 말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 참고로 같은 발음의 <지지(止持)>는 불교용어로 “몸과 말로 하는 나쁜 짓을
억제하여 죄업을 짓지 아니함“을 일컫습니다.
- <지지>라는 말이 나온 김에 뜻은 깊지만 발음은 마치 제비 울음소리와 비슷한
다음의 재미있는 내용을 덧붙입니다.
(1)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孔子) 말씀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2)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에 대하여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순자(荀子)>의 말씀 중에서
시시비비 위지지 비시시비 위지우(是是非非 謂之知, 非是是非 謂之遇)
=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고
그른 것을 옳다고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는 것을 어리석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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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적자지심(赤子之心)
(1) <적자(赤子)>
- <적자(赤子)>는 “갓 태어난 아이의 몸이 붉은색을 띠기 때문에 갓난아이”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는 또 임금이 ‘갓난아이’를 사랑한다는 뜻에서 “백성(百姓)”을
뜻하기도 합니다.
* 일본말에서도 “아까고(あかご = 赤子) = 아까짱(あかちゃん = 赤ちゃん)
= 아깐보오(ぁかんぼう = 赤ん坊) = 젖먹이, 갓난아이”라고 하여
“붉을 적(赤)”을 써서 아이를 나타내는 말이 있습니다.
* 한자가 다른 <적자(赤字)>는 잘 아시다시피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여
결손(缺損)이 나는 일” 또는 “글 따위의 교정(校訂)에서 오식(誤植) 등을
바로잡기 위하여 쓴 붉은 빛의 글자”를 말합니다.
(2) <적자지심(赤子之心)>
- 이의 통용되는 뜻은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갓난아이의 마음처럼 태어난
그대로의 깨끗하고 거짓이 없는 순진무구한 마음” 또는
“임금에게 일편단심(一片丹心)으로 충성을 다하는 백성의 마음“을 뜻합니다.
- 《맹자(孟子)》 〈이루하(離婁下)〉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대인’이란 그 갓난아이 때의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孟子曰 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也-맹자왈 대인자 부실기적자지심자야)."
- 즉, 맹자는 갓난아이 때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을 대인(大人)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 이와는 달리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荀子)는 “적심(赤心)”을 변치 않는 마음,
곧 일편단심으로 표현하였고, 《서경(書經)》에서는 “적자(赤子)”를 백성으로
표현하였습니다.
- 여기서 우리나라의 가야금 명인이신 황병기 님이 하신 말씀을 되새깁니다.
맹자에 적자지심(赤子之心)이 나온다.
갓난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 대인이라는 의미다.
권위가 생기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의 특성은 항상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호기심을 잃어버린 사람은 이미 대인이 아니다.
* 맹자는 사람에게는 “불인지심(不忍之心 : 참지 못하여 차마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없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였는데, 여기에 덧붙여 인간은 인(仁)에 해당하는 측은해하는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 의(義)에 해당하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羞惡之心),
예(禮)에 해당하는 사양하는 마음(사양지심-辭讓之心), 지(智)에 해당하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시비지심-是非之心)이 있으며, 이런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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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마치고 다음에 “아기돌보기”에 대하여 한 번 더 올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오랜만에 자장가를 되네이니 어머니와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대한 추위를 이 훈훈함으로 떨치게 되는군요. 중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자장가도 다시 음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학장님 감사합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배웠던 모차르트나 브람스의 자장가는 성악적인 요소가 있어서 아기를 잠재우기 보다는 어느 의미에서는 "아기 예찬" 정도가 이닌가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래 자장가는 어디에서도 배운 적이 없는데도 온 국민이 모두 알고 있고 또 그 친숙하고 조용한 리듬이 지금이라도 그 소리를 들으면 잠이 올 듯 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뛰어나심에 새삼 감격합니다.
모처럼 자장가를 들었네요. 사실 아기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의 심장 뛰는 상당히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며 자라고 또 엄마가 하는 말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엄마는 너무 성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고 싸우는 것은 아기의 인성 형성에 안 좋다고 하여 태교라는 말도 생겨났다고 들었습니다. 아기들에 하지 말라고 할 때 "지지"라고 하는 말은 실제로는 순수 우리말 "흙"을 나태낸다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말에서 흙을 지지라고 하는 단어는 없으나 일본어에는 지금도 츠치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학장님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요즘 손자가 커가는 모습에 푹 빠져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이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어린이집 사건에 저도 물론 무척 가슴 아프고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그 사람도 자신의 아이가 있을 텐데 어찌 그리 했는지 사람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악마성에 새삼 놀랍니다. 그것을 보고 분노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나 나쁜짓은 절대로 없어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