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쉰 4 - 난쉰구전 운하에서 옛 옷을 빌려주는 가게를 구경하고 비단 박물관에!
2023년 10월 30일 저장성 후저우시 난쉰전에 도착해 湖州南浔古镇亚朵酒店 (호주남심
고진업타주점)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는 30분을 걸어 강남의 10대 수향
마을 난쉰구전(南浔古镇 남심고진) 서문으로 입장하는데 여긴 입장료를 받지 않습니다.
이 수향 마을은 700년 역사를 가진 부자 동네로 3모작을 하고 실크를 생산하는 풍요의
고장이니 사조지부(絲組之府) 에 쌀과 물고기가 풍부해 어미지향(魚米之鄕) 으로
불리며 남자들이 살림을 하는데.... 여자들은 섬세한 손으로 누에에서 생사를 뽑고
비단을 짜니 손가락이 상하면 안되는 지라 설거지와 뻘래등 집안일은 남자들이 한답니다.
1840년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배해 5개 항구를 개항하게 되면서 인근 상하이가 개항되어서 생사
수출이 급증하는데 그 생사의 70% 는 난쉰 인근에서 생산되었으니 4코끼리(유씨, 장씨, 방씨,
고씨), 8소, 72돈구(누렁이?) 라는 거상들이 탄생해 철도, 부동산, 전당포 및 은행업까지 진출합니다.
이제 본 운하를 지나서 서북쪽에 길게 이어지는 운하를 찾아가는데.....
오래된 건물에 담쟁이가 덮었으니 참 고풍스러워 보입니다.
운하에 떠다니는 나룻배들을 구경하다가 문득 왕은청 전북대 교수가 동아일보 ‘왕은철
의 스토리와 치유’ 칼럼에 쓴 “헤르만 헤세의 ‘여씨춘추’” 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태평한 시대의 음악은 고요하고 명랑해서 정치가 올바르고, 불안한 시대의 음악은 흥분하고 분노로
가득 차 있어서 정치가 괴이하고, 망해가는 시대의 음악은 감상적이고 슬퍼서 정치가 위태롭다.”
여불위(呂不韋) 의 ‘여씨춘추(呂氏春秋)’ 에 나오는 말이다. 독일계 스위스
작가 헤르만 헤세는 이 말을 인용하며 2000여 년 전의 중국인들이
서양 음악이론가들 보다 음악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여불위에 따르면 음악은 본질적으로 고요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어야 한다. 그는
초나라가 멸망한 원인을 본질로부터 멀어진 음악에서 찾았다.
그들의 음악은 우울하고 격렬했으며 그럴수록 나라는 더 위험해지고 결국에는 망했다.
헤세는 그의 마지막 소설 ‘유리알 유희’(1943년)와 친구인 오토 바슬러에게 보낸 편지(1934년) 에서
구체적으로 ‘여씨춘추’ 를 인용하면서 대중을 현혹하고 선동하는 음악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경계한 것은 음악이 사람들을 도취시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개인에게서 개인성을 지워
버리고 수백 수천 수백만 명을 하나의 집단 충동으로 묶어 열광하게 만드는 영웅주의를 경계한 것이다.
그는 “환성, 비명, 감동, 눈물로 가득한 친목”을 유발하는 영웅주의가 결국에는 “전쟁, 광기, 유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염두에 둔 것은 나치의 광기였고 그의 생각은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그는 바흐와 모차르트가 음악의 본질에 더 가까운 작곡가라고 생각했다. 베토벤도 아니었고 바그너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의 말마따나 그의 생각은 음악을 너무 도덕적인 잣대로 가늠하는 편협한 청교도주의에 가까웠다.
그러나 음악이 본질적으로 고요하고 조화롭고 명랑해야 건강한 사회라는 생각은 그리 틀린
것이 아닐수 있다. 헤세의 말대로라면, 아니 그가 인용한 여불위의 진단대로라면,
슬픔과 분노를 비롯한 격렬한 감정들로 가득한 현대 음악은 위태로운 시대의 징후일지 모른다.
운하에는 옛 송나라나 명나라 시대의 옷을 입은 여인이 우산까지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 입니다.
그리고 저런 옷을 빌려주는 가게를 보는데.... 들어가서 옷을 고르면 머미 모양등
메이크업과 부채와 우산등 소도구등 세트로 챙기느라 바쁜 모습을 봅니다.
일본에도 온천이나 관광지에 가면 중국과 마찬가지로 옷을 빌려주는 집이 있으니
기모노나 유카타등 옷만 빌리는게 아니라 머리 모양과 신발이며 부채와
양산 등을 함께 맞춰주니 두 나라가 조상의 옛 문화를 아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하지만 동양 3국 중에서 유독 우리 한국에만 경복궁을 제외한 전국의 온천이나
관광지에 저런 옷 빌려주는 집이 없는 것은 우리나라 여자들이
한복을 입는걸 무척 싫어하기 때문이니.....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그 이유는 한복이 불편하여 입으면 비활동적 인게 으뜸이고 두 번째는 평상시는 물론이고 설이나
추석 명절이나 국경일과 결혼식 등 거의 한복을 입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색해서도 안
입으니, 이제 한복은 한국인들이 입지 않는지라 죽은 옷이니... 곧 완전히 자취를 감추리라 봅니다.
여기 2쌍의 청춘남녀가 다니다가 옷 빌려주는 집에 들어가니 남자 2명은 여자들의 가방등 소지품
을 받아 들고는 밖에서 오래토록 기다리는데 한가지 특이한게 여자들이 나오니 각 쌍이 함께
다니는게 아니라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몇발자국 떨어져서 따로 다니는게 특이합니다?
송나라 옷을 입은 처녀들의 하늘거리는 발걸음을 구경하다가 문득 이준신 성균관대
교수가 동아일보 ‘이준식의 한시 한 수’ 칼럼에 쓴 “사모곡” 이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두견새 소리마저 슬프지 않고, 애끊는 원숭이 울음조차 애절하지 않네.
달빛 아래 뉘 집에서 다듬질하나. 소리 소리마다 애간장이 끊어진다.
다듬이 소리 이 나그네 위한 건 아니련만, 듣는 나그네 머리카락 절로 하얘진다.
그 소리 옷을 다듬질하려기보단, 나그네더러 어서 귀향하라 재촉하는 것인지도.
(杜鵑聲不哀, 斷猿啼不切. 月下誰家砧, 一聲腸一絶. 杵聲不爲客, 客聞髮自白. 杵聲不爲衣,
欲令遊子歸.) ― ‘다듬이 소리를 들으며 (문침· 聞砧)’· 맹교(孟郊 · 751∼814)
다듬이 소리, 우리의 기억 저 너머로 잊혀져 가긴 해도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처럼 포근한 음성이다.
간단(間斷)없이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정겨운 울림이다.
한데 객지를 떠도는 시인에게 이 울림은 외려 ‘소리 소리마다 애간장이 끊어지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이를 시인은 피 토하듯 울음 우는 두견새와 단장(斷腸)의 원숭이에 견준다. 전설 속 망제(望帝)
두우(杜宇) 가 죽은 후 두견새로 변하여 구슬피 망국의 한을 울었다는 비탄(悲嘆) 의
화신. 붙잡힌 새끼를 구하려 어미 원숭이가 안간힘을 쓰다 애간장이 다 끊어
졌다는 애절한 모정. 그런 두견새와 원숭이의 비통조차도 자신과는 비견될 수 없다고 탄식한다.
다듬이 소리에 뭉클 치솟는 사모(思母)의 정 때문에 나그네는 머리카락마저 하얗게 셀
지경이다. 마침내 시인은 다듬이 소리에서 자신의 귀향을 재촉하는 목소리를
감지한다. 예부터 다듬질을 읊은 시의 주인공은 주로 남편을 변방 수자리로
내보낸 아내들. 오랜 원정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교직(交織) 하는 정서를 표출했다.
‘장안 하늘엔 한 조각 달, 집집마다 다듬이 소리.… 언제면 오랑캐를 평정하고 낭군께선 원정을 마치실는지’
라는 이백의 시가 그 예다. 다듬이 소리를 사모곡으로 연결한 맹교의 착상은 그래서 더 참신해 보인다.
여기 사조(비단) 발물관이 잇어 들어가 보니 뽕나무에서 누에고치 그리고 생사를 만들고 비단옷을
지으며 그걸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쑤저으의 사조 박물관에 비하면 참 단촐합니다.
견직물(絹織物) 은 누에 나방의 고치에서 나온 실을 가지고 만든 섬유로 영어로는 실크 (silk).
한자로는 견(絹) 또는 금(錦)이라고 하며 비단(緋緞), 명주(明紬) 라는 명칭으로도
쓰이는데, 양모와 함께 인류 역사상 오랫동안 사용된 동물성 천연 섬유이며 고급소재로 손꼽힙니다.
광택이 나며 부드럽고 시원한 감촉이 느껴지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고, 수분도 일정량
함유하여 정전기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알칼리에 약해서 함부로
물세탁을 하면 섬유가 손상되므로 반드시 유기용매를 이용한 드라이클리닝을
해야만 하며 자외선에도 약해서,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시키면 누렇게 변하거나 손상됩니다.
비단은 천연섬유 중에선 거의 유일한 필라멘트 섬유인데, 필라멘트 섬유란 한올의
긴 섬유를 그대로 실로 짜내는 것으로, 양털이나 목화, 모시와 같은 다른
천연섬유는 여러 개의 짧은 섬유를 연결해서 실로 짜내는 스테이플 섬유입니다.
누에는 성충이 되려면 고치를 뚫고 나와야 하는데 이러면 실이 끊어지고 누에의 침이 닿은 부분이
변성되어 생산성과 품질이 떨어지므로 그 전에 삶아서 죽이니 이것이 우리가 먹는 번데기로,
때문에 간디는 비단을 비판했고, 인도는 남은 고치로 비단을 생산하는 특허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견직물 중에서도 비단은 특히 광택이 나게 짠 것이고 명주는 무늬 없이 성글게 평직으로
짠 직물이며 벨벳은 짧고 부드러운 솜털이 일어나게 짠 것인데 그 외에도
'코쿠라', '견벵갈린', '견보일', '견브로케이디드 벨벳', '견사', '사라사' 등의 종류도 있습니다.
만드는 절차가 꽤 복잡한데, 우선 누에나방의 애벌레에게 뽕나무잎을 먹여 기르는데 애벌레가 여러번
탈피를 거쳐 자라 변태를 위해 고치를 켜면, 고치를 삶아 실을 빼내 그 실로 천을 짜니
삶아버리기에 고치 속 번데기는 죽는데, 세계 각국에서 가축 사료로 쓰이지만 한국에선 식용으로 합니다.
'누에나방을 우화시킨 뒤 남은 고치를 비단으로 만들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번데기째로 삶아버리면 한 번에 고치 하나를 통째로 실로 만들 수 있지만,
안의 번데기가 탈출한 뒤의 고치는 실이 계속 중간에서 끊겨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삼베나 모시 등 다른 전통 섬유가 실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면 견직물은 실을 뽑은
후의 과정이 더 어려운데..... 누에실은 젖은 상태에서 서로 달라붙는 성질이
있으므로 뽑아낸 실은 젖었을 때 가닥가닥 찢은 후 말려 왕채로 다시 감아야 합니다.
정경 과정이 특히 어려운데, 세리신으로 덮인 상태의 견사는 표면이 까끌까끌한데 굵기도
얇아 잘 끊어지기 때문인데, 모시는 십이세, 삼베는 팔세 정도가 가장 고운 베
이지만 견직물은 보통 십삼세, 고운 베는 보름세로 지으며 견사 자체의 인장
강도는 높으나 꼬임사를 사용하면 직물의 형태가 달라지고 바디의 수명이 짧아집니다.
정경이 끝나고 베틀에 올라가도 미친듯이 끊어지기 때문에 고운 명주는 짜는 시간이 반, 고치는
시간이 반이라고 하며, 한편 섬유 구조는 7~8할의 피브로인 가닥을 2~3할의
고무와 비슷한 성분인 세리신이 감싸고 있는 형태인데, 이대로는 광택이
나지 않으니 더운 물이나 초산에 담그는 등 과정을 거쳐서 세리신을 녹여 광택이 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