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부갈... 노래가 끝나기 무섭게 민호의 투리런...>
[백수생활 4일차 "김백수, 황백수 사직가다..."]
30년 5개월 동안 공직생활을 하셨던,
사랑하는 우리 엄마....
어제의 퇴임식으로,
오늘부로 작은 아들과 같은 공식 백수가 되셨다...
6월 말 장마전의 더위가 정점을 찍던 오후 1시 30분....
백수아들은
전날 술먹고 찜질방에서 퍼자고 깔끔히 외박후 집에 들어왔다.
우리 엄마는 할 일이 없으셔서 침대에서 그대로 뻗어 누워계셨다...
마음 한켠에서 짠~ 한 느낌의 파도가 친다....
'에이구... 우리 아줌마... 이제 할 일을 잃으셨으니....'
전부터 엄마께 얘기하곤 했었다....
"엄마... 퇴직했다고 집에서 놀 생각 마세요...
일 안하고 집에서 그냥 퍼질러있음 예쁜 우리엄마 늙어버려요.."
그러니까 아들이 수영이든 뭐든 빡시게 굴릴겁니다...."
우리 두 형제를 혼자서 굳건히 키워내신 우리 엄마....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시고, 또 자존심이자 자랑이시다....
거기다 동안에 미모까지...
모든 면에서 우월하신 T.O.P 우리 엄마...
이런식으로 일반 아줌마로 만들 수는 없었다...
"엄마, 집에서 이래 허송 하루 보내지말고, 야구보러 갑시다~~,
안 해봐서 그렇지 한번 맛보면 재밌을 낍니다...ㅋㅋ
오늘보고 재밌음 집에서 롯데 야구중계 볼 눈도 생길거구요....ㅎㅎ
룰은 내가 가서 다 설명해줄게요~ㅎㅎ"
"아들아... 그냥 집에서 쉴란다... 영화나 보러가던지..."
"아~~~ 일단 준비하세요~
오늘 가보고 재미없음 다음부터 안가면되지...."
애써 집에서 쉬시겠다는 엄마, 무조건 옷을 갖춰입게 한 후
이것저것 필요한 야구장 아이템들 아름아름 챙겨서
두 백수는 그렇게 집을 나섰다...
엄마는 칼국수를 아주 좋아하신다...
서면에 엄마랑 자주 다니던 단골집이 있긴 했는데,
거기는 엄마나 내게 너무 익숙한 곳이고,
혼자 집에 있을때 시장에 마실이나 나오셔서 한 그릇씩 하시라고
진시장에 있는 칼국수집을 먼저 소개시켜드렸다....
"먹을만하네...."
'ㅋㅋ 역시... 이런 것들 한번해봐야 아셔....ㅋㅋ'
"아들아... 근데 굳이 와서 먹을 정도는 아니다..."
주인장 안들리게 소곤 엄마께서는 반전 멘트를 날리신다...
"여튼 한 번 해보는게 중요해요... 담부터 이 집은 패스~!!!
범일동 맛집 더 개척해보고 또 맛보여 드릴게요~~ㅋㅋ"
"엄마... 아들이 야구장 쫄래쫄래 다니면서 나름 내공이 있어요.."
범내골에 있는 이마트 문현점에 들러서
2명먹기에 최적의 조합인,
이마트 피자, 이마트 순대 3,000원치, 파파이스 치킨 2조각,
꼬마김밥을 사서 봉지에 넣어 한손에 들고,
같이 들고갔던 아이스 박스에 1,500원짜리 얼음을 풀어
기린맥주 3개와, 아메리카노 컵 커피, 물을 같이 사서 넣고,
어깨에 맨 뒤 사직야구장으로 향했다...
5시 45분경 사직 매표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외야 매표소에 이미 많은 줄이 서있었는데,
그나마 사람들이 없는 줄에 합류해서 자유석 발권을 받았다...
그런데 표를 끊고 뒤를 돌아보니, 줄은 엄청 길었다..
나도 모르게 새치기를 한 것이었다...
이미 끊은거 반납하고 다시 줄을 설 수도 없는 노릇....
그냥 그대로 엄마 손을 잡고 사직에 입장했다...
자유석 자리 중 1루 지정석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3개의 좌석을 잡고, 편안히 순대부터 오픈해서 먹으면서
경기를 기다렸다....
전광판을 보니 오늘의 한화 선발은...
"박... 찬... 호"
'아... 사람이 그렇게 많았던 이유가 있었구나...'
"엄마.... 엄마 오늘 처음 야구장왔는데, 박찬호 선발이네요...ㅎㅎ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날 잘 맞췄습니데이~ㅎㅎ"
(하지만, 박사장 견제구 던질때 엄마의 "마!!"는 예외없었다...)
너무 많이 설명드리면, 헷갈려 하실 수 있으시니
안타기준, 파울기준, 아웃, 볼카운트 등등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만한 간단한 야구 룰부터 설명드렸다...
1회초 지루한 한화의 공격때는,
혹시나 다음에 한 번 지인들과 사직오시면, 아는척 하시라고,
엄마께 신문지 응원도구 만드는 방법도 가르쳐 드렸다....
1:2로 한화에게 지고 있던 5회....
사직구장 3루 외야 하늘에,
철새 편대가 구장위를 날아 들어오더니, 이내 휙 돌아 나갔다...
오늘 승리의 길조였으리라...
이내 박종윤의 희생플라이로 2:2로 동점이 되었고,
7회까지 2:2로 쫄깃하게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주변에서도 아들과 엄마랑 야구장 온 게 훈훈하게 보였나보다...
앞자리 앉아 계시던 중년 부부께서,
그 받기 어렵다는 외야 봉다리를 우리에게 먼저 넘겨주셨다.
봉다리를 불고, 접어쓰고있던 그 7회말....
팽팽한 2-2의 균형을 깨뜨리는 자이언츠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손아섭의 적시타로 3-2로 역전해서,
달아오른 경기장 분위기에 편승해,
엄마랑 일어나서 부산갈매기를 부르던 중
4번타자 강민호의 쐐기 투리런이 작렬을 했다....
8회말 2사 만루의 위기상황이 있었지만,
박종윤의 호수비로 위기를 잘 넘겼고, 그대로 5:2로 경기종료...
롯데의 승리였다...
"이야... 우리 엄마 직관 승률 100%네요... 잘왔죠?"
색다른 경험이셨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두 엄마백수, 아들백수는 야구 이야기로 대화의 꽃을 피웠다...
"아들아~ 두 백수 앞으로 잘되라고, 강민호가 홈런쳐줬네..."
투런 홈런의 효과였을까?
이젠 우리 엄마 강민호도 아신다...
새로운 것을 서슴없이 접해보려는 무대뽀 정신....
우리 백수 김여사님의 새로운 일상에
오늘 백수 아들과의 야구 관람 도전 처럼
즐겁고, 재밌고, 뿌듯한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우리 엄마 화이팅!!!!^^"
P.S
일기가 많이 밀렸다....
다이어리가 회사일 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돌파구가 맞긴 맞나보다....
No Stress 백수생활에 적응되다보니,
키보드에 손이 올라가지 않는다....
울릉도 여행기도 후딱 마무리 해야하는데.....
태근이가 그 때 여행의 정의를 너무 잘 내려버렸다....
'아~~!!! 미루지말고 미리 선방쳤어야 하는건데...ㅋㅋㅋ'
날 잡아 폭풍집필 들어가야겠다...ㅋㅋ
첫댓글 초보 백수가 너무 무리하는거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