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자리
서울과 대구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약을 한번도 쳐주지 않았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 준
뒷뜰 대봉감나무 올해 처음으로 많이 열려서
흠흠~ 속으로 기분좋아했는데
아니 이게 웬일
감나무가 두쪽으로 쭉 거의 밑둥치까지 찢겨져 있다.
어쩐다지.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겠다.
건너마을 준희아빠를 불렀다.
다음 날 출근하는 길에 와서 함께 낑낑대며 싸매어놓고 떠난 후
수술준비를 했다.
황토 흙을 개어놓고
광목을 찢어 붕대를 준비하고
헌 고무장갑을 돌돌돌 길게 가위로 잘라 놓았다.
수술준비 끝
고무 밧줄로 칭칭 동여맨 감나무줄기에 나무가 마르지 않도록
먼저 황토 흙을 바르고 그 위에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광목붕대로 감고
다시 황토 흙을 덧 발라서
고무장갑 밴드로 마무리를 했다.
이야기를 듣고 몇몇이 그런다. 그 감나무 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가망이 없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주지 않는다면
감나무를 떠나보내고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다.
이제 살고 죽는 것은 온전히 감나무의 몫이다.
첫댓글 흥부네 제비다리 고쳐주는 것도 아니고...
감나무와 고무장갑 밴드라...
행복한 감나무..
그러니 최선을 다해 살아남아 주길...
가엾은 감나무... 시인님 정성과 따스한 가을 햇살 먹고 빨리 완쾌하기를...
참말로 시인 지서리 허고 사는 것도 쉬분 일 아니그마 이~!
감낭구 하나도 기냥 못 보내고 시인스럽개 보내야 허니...
이 감낭구는 인자 죽고 자바도 못 죽것네... ^^
아하하핳 저도 동감입네다!
음~ 내가 올봄에 그랬다요. 야 좀 팍팍 열어야지 나도 먹고
다른 사람들도 맛볼 것 아니냐. 겁을 좀 줬더니만 넘 많이 열어서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내 욕심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해서 그랬다요. 헐헐 ^^
구멍난 감나무가 우우 소리내며 잘도 버텨서 맛난 열매를 해마다 선물하는 걸 본적이 있어요
우리 다리도 부러지면 깁스해서 다시튼튼해지듯
황토깁스 정성으로 안나으면 많이 슬플것 같아
기운내자 감나무야 아자자자~~~~~
기운내자고 시 한편 빌려 왔어욤
기다림이 있는가
-박노해
나에게 기다림이 있는가
간절한 기다림이 있는가
기다림은 씨가 땅에 심기었다는 믿음
지금 무언가 시작되었다는 믿음
어둠속 대지에서 하루하루 커간다는 믿음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오직 희망만이 있을 뿐
헛된 위안과 거짓 희망이
정직하게 무너지고 썩어내려
푸른 새싹이 자라고 있다는 믿음
정직한 절망으로 깨끗한 희망 하나
이미 시작되었다는 믿음
부암동 거닐다가 우연히 보게 된 박노해 사진전(구름이 머무는 마을)에서 본 시집...
시인님 감나무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있네요. 간병 잘 하셔서, 꼭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정말 간절한 마음 담아 기도하겠습니다.
울 시인님 마음처럼 빨리 회복해서 기운차리고
올 겨울 잘 버텨서 내년 봄 연초록 잎 파릇이 돋는 이쁜모습 보여주길..
(감나무는 원래 접목을 한다지요. 회생 할 수 있을 겁니다.)
내년 봄 연한 감잎 튀우거든 축제의 날로 해야할 듯 합니다.
아픈데 꿰메주고,
아픈 마음 다독여주고,
이 세상 모두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봐 준다면
참 아름다운 세상일테지요?
측은지심...거룩하고 아름다워요 아름다운세상으로 가는 문을 여는 열쇠라고평소에 좋아하는 말이라서.. 감나무에 향한 울씬님과 딱이에요
그리하여 씬님 눈에서 우들헌티 전해지기를
감나무 가지에 작은 잎이 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감나무와 치료사의 우정어린 동행에 박수를 보냅니다.
감동의 수술요법으로 곧 깨어나리라 기대해보며 힘내라 힘!
나무 관세음보살~
감나무의 수술...
제작년 내 다리 깁스했을때 생각남...ㅠ.ㅠ
시인님~!! 넘 많이 달라 하지마세요~~~ㅠ.ㅠ
욕심부리믄 탈난대잖아요...ㅎㅎㅎ
그래도 나도 그 감 하나 묵고 싶으다...^^*(욕심)
근데...그건 그것이고~~
대구에 오셨다구요??
대구오시니 대구에 있는 카페 식구들 생각 나시지 않으시던가요???ㅠ.ㅠ
잠시 들리신거라...들었지만...괜히 서운할라꼬~~~
여기까지 오셨는데~~~
마져 나도 글읽고 알았당께 대구파들 항의 해야할듯 조만간 영희랑 모이셈
<산골시인 박남준과 함께 [토지] 풍경 속을 거닐다>
대구 시각장애인과 대구 사랑봉사회원들의 동행이었답니다.
시인님 대구사람들 미워하시지 않으시구나??ㅎㅎㅎ
감사합니다.^^*
절대 생명줄 놓지 말기를 나도 응원한다, 감나무야. 아자아자!
농심.
.몇일 궂은 일기로 고추를 말리는 분들에 마음을 졸였나 봅니다.
고추 꼭지에 일일이 화장지를 감았더군요.
님의 마음 생각나 가던 길 멈추고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