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림 제2주일 강론 : 세례자 요한의 선포(마르 1,1-8) >(12.10.일)
*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회개의 세례를 주자, 많은 사람이 자기 죄를 고백하며 그에게 세례를 받았습니다. 우리도 회개하면서 성탄을 잘 준비하겠다고 결심하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오늘은 대림 제2주일이라서 대림초 2개를 켰습니다. 2주일 후에 대림 제4주일이 되고, 또 12/25(월)이 성탄절이니, 얼마 남지 않은 성탄을 차분하게 준비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짬뽕과 모자(母子)’이야기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짜장면을 먹은 후, 짬뽕을 시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집에 짜장면 먹으러 갔는데, 옆 테이블에 어머니와 아들이 짬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짬뽕이 나올 때까지 말없이 신문을 읽고 있었고, 엄마는 아들 얼굴을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짬뽕이 나오자마자, 그 어머니는 건더기를 한 젓가락 들어서 아들의 짬뽕 그릇으로 갖고 갔습니다. 그러자 아들은 손을 내저으며 짜증을 냈습니다. “그냥 드세요. 많지도 않구만!” “많아서 그라지.” “그냥 드시다가 많으면 남기세요.”
엄마는 아무말 없이 드시다가, 아들의 식사속도에 맞춰 젓가락을 놓고 나가셨는데, 그릇에 남아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만큼 엄마도 배가 고팠을 겁니다. 그래서 짬뽕을 두고 나눈 대화가 이렇게 들렸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힘들제? 이거 더 먹고 힘내라.” “엄마, 괜찮아요. 엄마가 더 드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지요.”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사랑을 서로 표현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2. 조선소에 근무하는 분이 최근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중요한 부분만 발췌)
아내에게도 고맙고 아들에게도 고맙다.
애비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것은 비전과 방향 설정이다.(중략)
47세. 조선소에 입사한 이유는 나의 정신건강과 자산 성장, 가정의 안위를 위해 필요하다 반추해본다.
사실 고통스럽고 고되지만, 내 아들이 내 나이가 될 때는 더 가혹한 시기가 될 것이다.
늙고 기력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 나도 이제 곧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역량을 잃을 것이다. 그때는 과거를 후회해도 의미 없다.
내 인생 마지막 불꽃을 향후 10년간 태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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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서 한 달을 보냈다. 토요일도 일했지만, 최저시급이라 많지는 않지만, 기숙사에서 먹고 자는 돈이 안 드니까 보낼만하다.
그런가 보다. 빨래를 돌리고, 라면을 끓여서 먹고 누웠다.
하느님, 하느님, 되뇌인다.
성가 가사를 기억해본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출애굽을 한 이스라엘처럼, 내 아이와 아내가 편안하길.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길, 풍족하길. 바라는 내 마음을
내 하느님은 아신다.
적은 시급보다, 일이 고되고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흔들렸나 보다.
내 하느님은 내 마음을 아신다.
하느님이 약속해주신 적은 없다. 하지만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 하셨다.
내 아내와 아들이 편안히 밝게 살도록 하느님을 믿고, 오늘 빨래 널고 편안히 자자.
내 하느님을 기억하자. 내 과거를 기억하고, 그분이 누구신지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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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이 정말 짠합니다. 힘든 현실이지만 신앙 덕분에 담담하게 이겨낼 수 있고, 가족 때문에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가장의 애환이 느껴집니다.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이분이 각박한 현실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하느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3. 오늘은 대림 제2주일인 동시에 ‘인권주일’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노인과 아이가 너무 많고,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여아 낙태 때문에 우리나라는 낙태천국, 고아수출국 1위가 된 지 오래입니다. 출산률은 줄어드는 반면에 자살이 너무 많고, 낙태가 합법화되면 살인지옥이 되기 때문에 낙태반대운동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또 인신매매, 외국인 근로자 문제, 복제인간 장기이식 문제도 심각합니다.
어떤 기자가 마더 데레사에게 “당신이 거리에 버려진 사람들을 데려다 돌보고 간호해도 계속 그런 사람들이 나오는데 무슨 해결이 됩니까?”라고 하자, 성녀는 “그래도 인간인데, 짐승처럼 길거리에서 죽어가게 하면 되겠습니까? 인간은 누구든지 따뜻한 보호를 받으며,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처럼 모든 인간은 하느님 모습대로 창조되었고,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하느님께 아주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생명을 존중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 그러면 죄를 용서받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대림시기 동안, 진심으로 회개하면서 성탄을 잘 준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