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 약 1600m, 혹독한 추위가 순백의 눈꽃으로 피어났다. 눈꽃 핀 나무들은 제 몸보다 두꺼운 눈을 인 채 꼿꼿이 동안거에 들었다. 덕유산은 적설량이 많아 겨울철 많은 이들이 찾는 설산 중의 설산이다. 유순한 능선 따라 덕유산을 오르며 눈부신 설경에 빠져든다.
무주여행 코스
눈꽃 산행으로 유명한 덕유산의 설경_무주군관광협의회 제공
순백 눈꽃이 만개한 산, 덕유산
덕유산의 연관 검색어는 ‘덕유산 눈꽃’이다. 덕유산이 설산 중의 설산, 겨울 산행의 메카가 된 건
눈꽃과 상고대 때문이다. 눈꽃은 눈이 나뭇가지에 꽃처럼 달라붙은 것을, 상고대는 영하의 날씨에 대기 중 수증기가 나무에 얼어붙어 얼음꽃이 핀 것을 말한다. 대기 중 수증기가 지표면에 얼어붙은 서리와는 구분한다. 상고대가 피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 영하 6℃ 이하, 습도 90% 이상. 덕유산은 최고봉인 향적봉이 해발 1614m이고, 산 밑으로 금강이 흘러
습도가 높다.
게다가 서해의 습한 대기가 높은 봉우리를 넘으며 눈을 뿌리기 때문에 남부 지방임에도 눈이 많이 온다. 손꼽히는 눈꽃 산행지로 전국에서 등산객들이 몰려오는 이유다. 겨우내 눈이 쌓여 있어 언제 찾아가도 새하얀 은세계다.
덕유산은 ‘덕이 많고 넉넉한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을 찾는 모든 이를 품는다.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무주덕유산리조트의 관광곤돌라를 타면 정상 근처인 설천봉(해발 1522m)에서 편하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어린이나 노약자도 정상까지 올라 눈으로 뒤덮인 세상을 굽어볼 수 있는 것이다. 곤돌라로 20분이면 설천봉에 도착하고, 등산로를 따라 30분 남짓 걸으면 향적봉에 닿는다. 설천봉~향적봉 구간은 나무 계단과 데크가 잘 정비되어 있는 데다가 동네 뒷산처럼 경사가 완만하다. 겨울 산행과 거리가 먼 사람도 쉬이 오를 만하다. 산행이 고되지 않으니 눈꽃 핀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설경에 감탄할 시간도 넉넉하다.
특히 향적봉에 닿기 200m 전에는 눈을 뒤집어쓴 300~500년생 주목들이 눈꽃 터널을 만든다.
눈꽃, 상고대, 꼿꼿한 주목 군락, 산자락에 걸린 운무, 눈 이불 덮은 길…. 덕유산은 걸음이 닿는 곳마다 순백의 풍경화다. 정상에 서면 적상산, 남덕유산, 중봉 등 해발 1300m 안팎의 능선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정상은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사방이 뻥 뚫려 허파 깊숙이 칼바람이 들어찬다. 마음먹은 김에 중봉(해발 1594m)까지 다녀와도 좋다. 향적봉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고 길이 가파르지 않아 설렁설렁 걸을 수 있다. 내려올 때는 등산 시와 마찬가지로 설천봉으로 돌아가 곤돌라를 타면 된다.
무주에서는 포도와인보다 머루와인이 흔하다. 무주는 우리나라 머루의 30% 이상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머루 산지다. 무주군의 대부분이 해발 400~500m에 자리해 일교차가 크고 기온이 서늘해 머루 재배에 최적이다. 머루와인동굴은 머루와인을 숙성, 저장, 시음, 판매하는 공간이다. 무주양수발전소 건설 시 굴착 작업용 터널로 사용하던 곳을 관광명소로 개발했다. 동굴은 적상산 중턱 450m 지점에 자리한다.
동굴 입구에서는 머루장승 부부가 큼지막한 입을 한껏 벌리고 방문객을 환영한다. 동굴 내부는 연중 13~14℃를 유지해 한겨울 추위를 피하기 좋다. 천장에는 머루 넝쿨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오크통이 군데군데 자리한다. 동굴 끝의 와인 시음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가도 되지만, 초입에서 머루와인에 관한 설명을 찬찬히 읽고 가자. 와인 맛이 한결 깊어진다. 머루와인동굴의 매력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다양한 머루와인을 한자리에서 시음할 수 있다는 것. 3종의 와인 맛을 비교하며 제 입맛에 가장 맞는 와인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음장 옆에는 머루와인 족욕체험장이 있다. 머루와인이 담긴 따끈한 탕에 발을 담그면 언 몸이 나른하게 녹는다. 그윽하게 피어오르는 와인 향은 덤이다.
볼거리에 걸음이 바빠지는 여행지가 있는가 하면 덧없이 분주하던 마음이 잦아드는 곳도 있다. 지전마을은 후자다. 마을은 무주반디랜드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지초(芝草)가 많아 붙은 이름이라는데 지금은 지초를 찾아보기 힘들다. 고요한 마을이 세상에 알려진 건 골목을 휘감아 도는 돌담길 때문이다. 2006년 향촌마을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262호(무주 지전마을 옛 담장)로 지정되었다.
담은 둥글둥글한 강돌을 듬성듬성 쌓고 사이사이에 황토색 흙을 섞어 만들었다. 돌은 마을 앞을 흐르는 남대천에서 지게로 옮겨 온 것이란다. 잿빛, 상아색, 밝은 회색…. 자연에서 찾은 돌은 색과 모양이 제각각이다. 굽이진 돌담을 따라 고샅길을 느릿느릿 산책하는 맛이 좋다. 돌담과 엇비슷한 키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다. 담은 집 안과 밖의 경계가 되어야 하거늘, 야트막한 담과 열린 문 때문에 길가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 지전마을 사람들은 이렇게나 가까운가 보다. 봄여름에는 남대천 물이 졸졸 흘러 한결 경쾌한 분위기겠지만, 겨울에 찾은 지전마을은 고즈넉한 적요함이 맴돈다. 눈 내린 이튿날 오전은 마을을 찾기 가장 좋은 때. 돌담 기와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햇볕에 반짝여 발길을 붙잡는다. 마을 중앙에 난 골목길은 차도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인지 유난히 사진이 잘 나온다.
- 주소 :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길산리 48-1
- 문의 : 063-322-2905 (무주군 구천동관광안내소)
- 이용시간 : 상시
등록문화재 제262호로 지정된 ‘무주 지전마을 옛 담장’
굽이진 돌담길은 약 700m에 이른다.
흙돌담 높이는 신장이 160cm인 사람과 엇비슷하다.
반딧불이 춤추고 희귀 곤충이 반기는 곳, 무주반디랜드
무주는 반딧불이가 춤추는 고장이다. 무주의 청정함은 ‘반딧불이 서식지’라는 타이틀 하나로 설명된다. 반딧불이가 환경을 측정하는 척도인 환경지표곤충으로 알려진 것과 궤를 같이하는 이야기다.
반딧불이는 공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살 수 없다. 1급수 물이 있는 계곡 주변이나 가로등, 자동차 같은 인공조명이 적은 곳에 서식한다. 반딧불이가 생태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음의 증거인 것이다.
무주군 설천면 일대는 1980년대 초, 천연기념물 제322호 ‘무주 일원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로 지정되었다. 반딧불이를 테마로 한 생태체험공원, 무주반디랜드가 들어선 이유이기도 하다. 무주반디랜드에는 곤충박물관, 생태온실, 반디별천문과학관, 반딧불청소년수련원, 통나무집 등이 모여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곤충박물관. 박물관에는 반딧불이, 나비, 비단벌레 등 2000여 종의 곤충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첨성대가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단벌레 첨성대다. 비단벌레의 초록빛 날개 4만여 점을 이어 붙여 자연을 재료로 빚은 첨성대다. 곤충박물관 내 희귀곤충관은 전 세계에 흩어진 희귀 곤충 표본을 전시한다. 데모레우스호랑나비는 새까만 왼쪽 날개와 노란 점이 박힌 오른쪽 날개를 가진 변이 나비다.
이 밖에 다리가 4개뿐인 돌연변이 월커리하늘소, 한 마리에 암컷과 수컷의 특징이 있는 암수자웅동체 세리세우스사슴벌레 등 진귀한 곤충의 행렬이 이어진다. 종별 최대 크기의 갑충(딱정벌레목의 곤충)들은 성인의 두 번째 손가락보다 기다랗다. 껍데기는 갑옷을 입은 듯 견고하고 다리는 쇠심줄처럼 억세 보인다. 곤충박물관과 연결된 생태온실에 들어서면 한겨울임에도 열대림에 발을 디딘 듯하다. 카나리아야자나무, 벤자민고무나무, 한라봉나무, 파파야 등 200여 종의 열대식물이 빽빽이 들어찼다.
1. 덕유산 설천봉~향적봉 구간은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관광곤돌라를 타야 한다. 곤돌라 티켓은 덕유산리조트 설천하우스 매표소에서 끊을 수 있다. 곤돌라는 동계 시즌 기준 상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행은 오후 4시 반까지 운행한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의 주말·공휴일에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니 인터넷 예약이 필수다. 곤돌라로 하산하려면 산행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천봉~향적봉 구간 산행은 넉넉히 1시간이 걸리고 곤돌라 왕복시간은 약 40분이다.
2. 등산 시간이 짧아도 겨울 산행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등산객들이 다져놓은 눈은 빙판처럼 미끄러우니 아이젠은 필수고 스패츠, 등산 스틱 등은 권장 사항이다. 아이젠은 발바닥 전체를 신발처럼 신는 게 좋다. 스패츠는 등산화 속으로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신발 속의 눈은 동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등산로에 발목 이상의 눈이 쌓였다면 스패츠를 꼭 착용하자.
✔ 추천 여행코스
당일 여행 : 덕유산 → 머루와인동굴 → 지전마을 돌담길 → 무주반디랜드 1박 2일 여행 : 덕유산 → 머루와인동굴 → 지전마을 돌담길 → 무주반디랜드 → (숙박) → 태권도원 → 김환태문학관&최북미술관 → 무주 산골영화관
✔ 자가운전 정보
통영대전고속도로 → 가림교차로에서 ‘장수·진안’ 방면 좌회전 → 사산교차로에서 ‘설천·덕유산국립공원·무주구천동’ 방면 좌회전 → 치마재로 따라 직진 → 구천동터널 진입 후 직진 → 리조트삼거리에서 ‘무주리조트’ 방면 우회전 → 무주덕유산리조트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무주,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무주공용버스터미널까지 1일 5회(07:40, 09:20, 10:40, 13:40, 14:3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무주공용버스터미널 주차장 근처 제일의원 앞에서 무주덕유산리조트 셔틀버스 이용(무주덕유산리조트 관광곤돌라 매표소까지 약 30분)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www.nambutermi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