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행동 2일차] 핫핑크돌핀스는 2015년 9월 10일 오사카 행동 2일차를 맞이하여 오늘 우토로(ウトロ/Utoro)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우토로 마을은 1941년 일제강점기 때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본정부에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에 의해 형성된 마을로 현재 160명 정도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세다(伊勢田)역에 내려 조금 걷다보면 우토로 마을 입구인 듯 한 곳에 낯익은 글자가 쓰여 진 간판들이 눈에 띕니다. 간판에 쓰여 진 글들을 하나하나 읽고 있는데 또 다른 한국인들이 나타났습니다. 두 청년은 부산에서 왔는데 최근에 방영된 한 예능 프로그램에 우토로 마을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방문하게 됐다고 합니다. (실제로 ‘에루화’ 동포생활 종합센터에 가보니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사인과 기념사진이 한켠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글 간판들이 있는 마을 입구를 지나 조금 더 들어가자 ‘에루화’라는 이름의 동포생활 종합센터가 있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하며 한평생 고생만 하...신 어르신들이 남은 여생동안 ‘에루화~ 에루화~’ 즐겁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원래 마을만 한바퀴 둘러보고 오사카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저희를 발견한 할머니 한 분이 “원래 여기(에루화 센터)에 매일 사람이 있는데..밥(점심) 먹으러 갔나보다. 한 30분만 기다리면 사람이 올거다”라며 발길을 잡으셨습니다. 그래서 30분만 기다리면 온다는 그 분(?)을 기다리는 동안 한겨레 남종영 기자의 부탁으로 마을 이곳 저곳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에루화 센터로 돌아와 할머니들과 담소를 나눴습니다.
올해 91세이신 조선인 1세대 강경남 할머니는 고향인 경상남도 진주에서 8살에 이곳에 오셨다고 합니다. 할머니 성함이 ‘강경남’인 이유는 아마도 고향이 경남이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할머니는 연신 흥겹게 노래를 부르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죽기 전에 조국에 가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말에 아들이 한국에 데려갔는데 고향인 진주가 아니라 서울이더라는 이야기,
-그곳(서울) 구경시켜주던 안내원이 너무 친절하고 호해서(좋아서) 아직까지 얼굴을 기억한다는 이야기,
-옛날에 우토로에도 조선처럼 나무로 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하고 방을 따뜻하게 데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전기로 한다는 이야기,
-나이가 많이 들어서 한쪽 눈(오른쪽 눈)은 아예 안보이고 한쪽 눈도 뿌옇게 잘 안보인다는 이야기 등등.
경남 사투리를 쓰며 어찌나 재미지게 말씀을 하시는지 듣는 내내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할머니 말씀을 한참 듣다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할머니, 이거 제가 그림 그리고 ‘함께 살자’라고 쓴 거예요.”라며 배너를 펼쳐보이자
“여자는 배워도 쓸모가 없다꼬 안배워줘서 나는 이런거 읽을 줄도 모린다.”라고 하십니다. 순간 가슴이 ‘쾅’ 내려앉는 듯 했습니다...
한참 뒤 동포생활센터 김수환 대표가 도착해 한국 젊은이 5명에게 마을 구석구석을 소개해주고 우토로 주민들이 받아 온, 받고 있는 차별에 대해 자세히 설명 해주었습니다.
-제일 처음 우토로 주민들을 쫓아내려고 했던 것은 일본이 아니라 당시 군비행장(현재 육상 자위대 부지)을 사용하던 미군들 이라는 사실.
-현재 육상 자위대가 있는 곳은 강제징용된 재일조선인들이 높은 언덕을 맨손으로 깎아 만든 곳이며, 힘든 강제노동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었다는 사실.
-우토로 마을내 조그마한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본인 거주지와 우토로 마을로 나뉘는데 도시가스, 상하수도 시설 같은 기반 시설들이 그 다리를 기점으로 끊긴다는 사실.(마치 남한의 강북 달동네와 강남 부자촌 같습니다. 일본인 거주구역은 상하수도 시설을 비롯한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홍수가 날 염려도 없지만 바로 옆 우토로 마을은 낮은 지대에 위치해있어 조금만 비가 많이와도 고랑에 있던 오폐수들이 범람하고 민가가 물에 잠겨 피해가 크다고 합니다)
-우토로에도 수도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되었지만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집이 언제 강제철거 될지 몰라 30~40만엔이나 하는 공사를 선뜻하지 못하고, 아직도 대다수의 주민들이 제대로 된 수도 시설 없이 우물에 전기 모터를 달아 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마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정부기관이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 ‘이런이유, 저런이유 때문에 못한다’는 핑계를 대며 ‘안하고’있다는 사실.
-우토로의 문제는 ‘빈곤’의 문제가 아니라 ‘차별’의 문제라는 사실.
우토로 마을은 일본 사회의 구조적 차별을 그대로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차별과 억압은 일본이 지난날 일으킨 전쟁범죄에서 비롯된 것들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우토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우토로의 이러한 차별과 억압의 역사를 더 널리 알리고, 잊지 않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우토로를 잊지 맙시다!!"
마을만 둘러보고 올 생각으로 빈손으로 갔다가 할머니들께 따뜻한 환대과 음료 대접을 받고 왔습니다. 다음에 더많은 친구들과 양손 무겁게 다시 찾아 뵐 기회가 생기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을 방문한 한국 젊은이들을 위해 할머니들이 다른 곳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던 김수환 대표를 긴급소환(?) 하셨다고 합니다. 어찌나 죄송하던지..ㅠ_ㅠ 혹시라도 우토로 마을을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은 ‘지구촌동포연대 www.kin.or.kr ’에 미리 연락을 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꼭!!!!
핫핑크돌핀스는 우토로 주민들이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야 했던 차별과 폭력은, 사람처럼 새끼를 낳아 기르고 감정과 지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돌고래를 비롯한 타생명들이 인간에게 받아야 했던 그것과도 같지않나 생각해 봅니다.
첫댓글 우와 정말 큰발걸음 하셨습니다..
다들 너무 친절하시네요...
저기 강경남 할머님과 같이 사진에계신
저 여자분은 누구시죠?
자원봉사자님이신가요?
마을 주민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