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제비의 두 얼굴
"할아버지, 시골에는 쥐가 많은 것 같아요. 고양이를 길러보시는 게 어때요?"
"전에 길러 봤단다. 그런데 쥐란 놈들이 여간 영리한 게 아니거든. 쥐구멍 속에 있으며 주위를 살피다가 가끔 나오니, 고양이도 쥐를 없앨 수가 없었지. 게다가 고양이한테도 때맞춰 먹이를 줬더니 이놈들이 배가 안 고파서인지 쥐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잡을 생각을 안 하더구나."
"아하. 고양이도 배가 고파야 쥐를 잡는군요."
"그런 셈이지. 어느 날 집에 족제비가 한 마리 들어왔어. 그런데 족제비가
얼마나 민첩하게 쥐를 잘 잡던지, 집안의 쥐가 모조리 사라져 버렸어."
"족제비는 사납잖아요? 사람한테 덤비면 어떻게 해요?"
"족제비 같은 야생동물은 보통 사람한테 먼저 덤비지는 않는단다."
"그래서 족제비를 기르신 거예요?"
"기른 건 아니고, 쥐 잡아준 걸 고맙게 여기면서 가끔 먹이도 주었어.
그런데 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단다."
"무슨 문제요?”
손자는 궁금해서 할아버지 곁에 더 가까이 다가앉았다.
"쥐들이 거의 다 없어지니까 그때부터 족제비가 슬슬 닭장 속의 닭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단다."
"헉, 은혜도 모르는 족제비네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할 수 없이 닭장을 튼튼하게 고치고, 큰 개를 한 마리 데려다 놓고 지키게 했단다."
"그것참, 재미있으면서도 아슬아슬한 얘기네요."
"이 일을 겪으면서 할아버지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
"믿고 먹이까지 챙겨 주셨는데 실망하셨죠?"
건이는 그 때 할아버지 마음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건이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셨다.
"그건 말이야 세상에 이롭기만 한 것은 없다는 거야. 생각해 봐라. 이롭다고 자꾸 가까이하게 되면 오히려 해가 되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말이야. 동물들은 스스로 사냥해야 하지만 인간은 사냥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먹거리가 풍부한 세상이야. 그런데 인간이 짐승처럼 오직 자신의 먹잇감에 눈이 멀어 사람답지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지."
"할아버지 말씀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말이 생기는 거군요. 할아버진 역시 우리 동네 철학자시라니까요."
첫댓글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 요즘 티비에 늘 나오던데
애들에게 뭐라 설명 해야할지 ......
말못하는 짐승도
사람 은혜를 아는데
말하는 사람이 은혜를
모르면 안되지요
사람은 사람의 할 도리 하고 살아야지요
그래야
짐승보다 못한 인간소리 안듣고 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