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 없는 날에는 보통 8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9시 30분까지 출근한다... 그런데 8시에 핸드폰이 울린다.... 지사장이다...
부탁을 할려고 전화를 한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부탁은 대타출장일것이 뻔하다... 받을까 말까를 고민한다..
한 5초를 망설이다가 받는다... 하지만 내 몸은 본능적으로 연기를 시작한다... 부탁하지말라는 울부짖음을 대신하여 잔뜩 잠에 취한 목소리로 말한다... "여보세요~"
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대충 씻고 옷을 대충 껴입고... 급하게 운전을 해서 어느 아파트로 향한다....
내가 아파트에 도착했을때는 112차량에서 내린 사복차림의 형사 2명이 계단 앞에서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속에 그들과 같이 승강기에 타고 같은 층으로 향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는 10년을 넘게 나와 같이 평가법인을 하고 있는 두명의 평가사가 서로 부둥켜 안고 있다... 한명은 지사장이고 또 한명의 그 아파트 주인 평가사이다... 그리고 그의 두딸... 애완견 한마리....
넋이 나간듯한 표정으로 알수없는 말을 내뱉고 있는 평가사의 등을 쓸어내리는 지사장과... 그 곁에서 울고 있는 두딸....
안방에서는 두명의 형사가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만 ... 내 소심한 심장은 그 방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내 짧은 인생은 이 낯선 상황을 대처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몇번째 손가락에 들어가는 부자집 둘째아들... 큰형은 대학교수님.. 남동생은 성형외과 의사.. 여동생 남편은 대한항공 국제선 조종사... 그야말로 빵빵한 집안의 빵빵한 아들이다...
그런데 내 단잠을 깨우고 부리나케 이곳으로 향하게 한 전화통화 내용은 그 아들의 와이프가 지난 밤 어둠속에서 홀로 생명의 끝자락을 끊어내고 지금 이순간 안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다는 것이다... 지난 18년이 넘는 시간동안 부부로 살면서 매일같이 반복되는 평범한 어둠속에 무슨일이 있었길래... 과연 죽은사람에게는 어떤밤이었길래...
꼬박 3일동안 업계 손님들 접대 때문에 상주 아닌 상주역활을 하면서 갖은 상념을 접어두었다. 그리고 오늘... 가을을 제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에 고인을 화장하고... 납골당에 모셨다... 화장장을 떠나 납골당에 조금 먼저 도착해서 고인이 안치될 자리를 둘러보면서... 그곳에 먼저 안치되어 있는 많은 분들에게 살아있는 사람들이 보내는 편지와 선물들을 보면서 또 생각했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죽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현대인들에게 이젠 병이라고 얘기하기에도 민망할정도로 흔한 우울증... 다만 유교적인 한국사회환경에서... 아직도 성장만을 강조하는 경제환경속에서... 사회관계에서의 단절... 가족관계에서의 단절... 이 모든 것들이 우울증을 큰 마음의 병으로 키웠고... 그 마음의 병이 그 어떤 무서운 이름의 병보다도 더 큰 병으로 한사람을 지배했을 그날 밤... 그날 새벽...
아쉬운 것은... 누구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컸던 그녀임을 알기에... 살아남아있을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할정도로 힘들었을 그녀의 마음의 고통을 짐작해볼려하지만... 가슴이 먹먹해 질뿐이다...
나 스스로 행복해질려고 노력하고... 또 행복하다면... 내 주변사람이 행복해질가능성이 그렇지 않은경우보다 50%정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지난번 어느 강사의 이야기가 다시 생각난다.... 친구들... 돈, 명예, 권력... 이 모든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것들일 뿐이지... 내 행복과 바꾸기에는 한없이 초라한 것들임을 잊지말자... 그리고 지금 이순간 나를 사랑하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온 힘을 다하여... 최선을 다하여... 사랑하자...
첫댓글 마음! 울쩍해진다. 모두 즐겁게 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