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거주시설 로뎀나무 전정섭, 정연희 부부와의 가을 데이트
꿈이 아름다운 사람들
‘로뎀나무'에 사는 남자들의 아침은 해보다 먼저 시작된다. 새벽 다섯 시만 넘으면 이 남자들은 벌떡 일어나 넓은 마당과 모퉁이를 둘러 살피며 무엇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제발 푹 자고 천천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보면 이른 새벽부터 일 시키는 걸로 오해하겠어요.” 아침 잠 없는 몇 남자들을 향해 연희씨가 하는 말이다. 마치 잔소리하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처럼 티격태격하는 풍경이 정답기만 하다.
정섭씨와 연희씨는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장애인복지시설에 함께 입사해서 직업재활과 생활지원 분야에서 일하며 월급을 모으기 시작했다. 장애 자녀들이 평생 기거할 곳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부모들을 자주 접하며 그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 준다는 심정에서 시설을 세우기로 마음먹는다. 어쩌면 모험이었다. 땅과 집을 장만할 비용도, 운영에 필요한 살림살이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창의 폐교를 낙찰받아 있는 돈 없는 돈 모아 비용을 치루고, 살던 집을 팔아 모자라는 부분을 메꾸었다. 그래도 돈이 모자라 정섭씨가 1년 넘게 일용직 노동일을 하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법의 규모에 맞게 시설을 완성해 나갔다. 그뿐 아니라 정섭씨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조경회사로 일을 가면 품삯 대신 나무로 가져와 마당에 심어 지금의 모습으로 가꾸어 놓았다. 멋진 별장처럼 근사한 환경에서 장애인들이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꿈은 두 사람이 처음 시설을 하고자 할 때부터 간직하고 있었다. 손재주가 남다른 정섭씨는 지금도 연장을 들고 이일 저일을 한다. 장애인들이 더 편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마음을 쓰는 것이다. 어쩌다‘로뎀나무’에 들르는 사람들이 그림 같은 정원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나도 여기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부러워한다. 장봉도 사람들은 정섭씨를 전삿갓이라 부른다. 뙤악볕 내리쬐는 현장에서 삽과 망치를 들고 살아야 했기에 삿갓이 분신과도 같았다. 궂은 일을 밥먹듯 하던 습관이‘로뎀나무’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내일 모래가 나이 칠십인데도...
- 장봉도에서의 전정섭님
마음이 선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꿈을 꾼다. 아름다운 꿈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스물한 명 남자들 그리고 직원 열 명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환한 웃음이‘로뎀나무’마당에 한 가득인 것은 정섭씨와 연희씨의 꿈이 꽃처럼 단풍처럼 피어난 까닭이라 소문내고 싶다. 누가 뭐라해도 전정섭 원장과 정연희 국장은 꿈이 아름다운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