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장,
집안은 그런대로 차츰 안정이 되어간다.
희영은 그동안 신경을 써 주지 못했던 보라와 영인이에게 신경을 쓴다.
하늘이의 사고 이후 보라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써주지 못한 채로 보라는 고삼이 되어 있었다.
이제 몇 개월 남지 않은 대학입시로 보라는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영인이 또한 고등학생이 되면서 늘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돌아오기에 두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생활이다.
희영은 하늘이와 아영이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남편을 집에서 쉬라고 하고 보라를 마중하러 나간다.
남편을 대신해서 두 아이들과의 시간을 갖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가 주어지면서 보라를 마중 나가고 있다.
언제나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러 다닌다.
영인이의 학원을 들려 보라의 학원까지 간다.
보라보다 조금 일찍 끝나는 영인이의 학원이다.
조금 일찍 서둘러 출발을 했던 탓인지 아직 학원은 수업중이다.
그러나 희영은 차분한 마음으로 학원 앞에 차를 주차시키고 기다린다.
일 년 동안의 고통스럽고 숨 가쁜 시간들이었다는 것이 떠오른다.
하늘이의 청전벼락 같은 사고 소식에 이어 하늘이의 방황과 반항 그리고 하늘이의 닫힌 마음의 문 앞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떨면서 고통스럽게 보낸 시간들이었는지 모른다.
순간의 행동이 평생을 불구로 살아가야만 하는 하늘이를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려오고 가슴 밑바닥부터 심한 통증이 밀려올라오곤 한다.
시어머님의 모든 것이 용서가 되지 않고 있다.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고 받아드렸더라면 하늘이를 이렇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평생을 시어머님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이를 생각하면 미움이 앞서는 시어머님이다.
그러나 남편을 낳으신 분이기에 미워만 할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 어찌 지내고 계실지 가끔은 떠올려지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아직은 연락도 하고 싶지 않는 희영이다.
잠시의 상념에 잠겨있을 때 학원이 끝나고 아이들이 나오는 것이 보인다.
희영은 영인이의 모습을 찾는다.
영인이가 차를 보고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희영은 차에서 내려 뛰어오는 영인이를 반긴다.
“어? 엄마가 오셨어요?”
영인이는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던지 반색을 한다.
“공부 열심히 했어?”
“네! 엄마가 오시니까 정말 좋아요.”
영인이는 눈빛을 빛내면서 밝은 표정을 짓는다.
“그래?
정말 엄마가 오니까 좋아?“
”그럼요.
엄마하고 얘기를 나누어 본 것도 언제인데요.“
“그랬구나!
엄마도 우리 영인이하고 누나하고 얘기를 나누어 본지가 너무 오래 된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너희들하고 시간을 가져보기 위해서 왔다.“
”엄마!
많이 힘들지요?“
“우리 영인이가 엄마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구나!”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엄마를 도와드리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엄마는 너희들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 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
너희들만 보기만 해도 엄마는 배가 부른 것 같고 참으로 행복하단다.“
모자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라의 학원으로 간다.
마침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학생들 사이에 보라가 보인다.
희영은 다시 차에서 내려 보라를 반긴다.
“어? 엄마!”
보라 역시 엄마를 보며 활짝 웃음을 짓는다.
“우리 딸, 고생 많이 했지?”
“아니에요.
헌데 엄마가 힘들게 이곳까지 왜 오셨어요?“
”우리 딸과 아들을 빨리 보고 싶어서 왔지.“
“아, 엄마!
너무 행복해요.“
”자, 어서 타자.“
희영은 두 아이를 보고 나서 차의 시동을 건다.
참으로 오랜만에 큰아들과 큰딸을 데리고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다.
“보라야, 영인아!
엄마가 그동안 신경을 써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엄마!
우리 보다는 하늘이에게 더 잘 해주세요.
우리는 잘 해 나갈 수 있지만 하늘이는..........“
보라의 말은 울음이 섞여 나온다.
하늘이를 생각하는 보라의 마음이다.
“그래, 엄마도 하늘이에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우리 하늘이 너희들도 많이 사랑해 주어야 하겠지?“
”네!
하늘이를 보면 너무 가여워서 자꾸만 마음이 아파요.“
“미안하구나!
이 모든 것이 엄마가 하늘이를 지켜주지 못해서 그런 거란다.
보라야! 영인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너희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엄마나 아빠는 최선을 다해서 뒷바라지를 해 줄 생각이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모든 것을 엄마 아빠를 믿고 더욱 힘내서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네!
그런 엄마와 아빠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희영은 두 아이를 잠시 바라본다.
참으로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러운 아들과 딸이다.
희영이 두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것이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두 아이는 집에 와서도 곧 바로 자리에 들지 않고 책상에서 공부를 한다.
그런 두 아이를 위해서 희영은 아이들의 영양식을 준비한다.
이제 보라는 잠을 자는 시간도 아까운 시기다.
자신의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 잠을 자면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 보라를 위해 희영은 보약을 준비해 먹인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이다.
의대를 지망하고 있는 딸의 건강을 위해서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 부부다.
그렇게 보라는 부모님의 보호와 살뜰한 보살핌으로 인해 마음을 놓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들 부부의 희망인 보라다.
보라가 잘 된다면 다른 아이들 역시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희영은 하늘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와서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아이들 넷을 키우는 일이 점차 쉽지 않는 일로 다가온다.
차라리 어려서는 큰 어려움 없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자라주는 것이 고맙고 행복이었으나 점차 커지면서 점점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희영은 깨닫곤 한다.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신경을 써야 할 일도 더 많고 잠시도 몸과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시간들이 없다.
이제 하늘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게 된 이후 더욱 바빠지고 힘든 삶의 연속이지만 희영은 그 모든 것들을 묵묵히 해 내곤 한다.
자신들이 선택한 일이고 삶이다.
자신들로 인해 장애를 가지게 된 하늘이를 보면 늘 죄인이고 더욱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희영은 더욱 엄하고 냉철한 눈으로 하늘이를 키운다.
자립심을 길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하늘이도 이제는 모든 것을 순순히 받아드리면서 잘 따른다.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에서도 부부는 보라의 수능 시험일을 기다리며 보라가 신경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조심하며 온 신경을 쓴다.
보라의 수능일에 의태가 보라를 데리고 수능 장으로 간다.
“보라야!
침착하게 그리고 당황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엄마!
최선을 다해서 아빠 엄마께 보답을 하겠습니다.“
”엄마는 우리 보라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고 있다.
최선을 다 한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절대 서두르지 말고 마음 침착히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네,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희영은 보라를 태우고 떠나는 남편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자신이 아는 모든 신들께 기도를 한다.
보라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리고 그날 하루 종일 기도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하늘이는 이제 스스로가 온 집안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휠체어에 익숙해지고 모든 것을 알아서 해 나간다.
엄마의 도움도 받지 않으려고 하는 하늘이다.
하늘이는 엄마가 큰누나를 위해서 기도하신다는 것을 알고 주방으로 가서 라면을 끓이려한다.
아영이와 영인이가 학원으로 가고 집에 엄마와 단 둘이지만 엄마는 큰누나의 수능일이라 종일 기도하는 자세로 그 누군가를 향해서 기도한다.
점심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
라면 정도는 하늘이도 충분히 준비할 수가 있다는 생각에 주방으로 들어가 냄비에 물을 붓고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가스의 중간 벨브가 하늘이에게는 너무나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휠체어에 앉은 자세로서는 손이 닿지를 않는 것이다.
하늘이는 한참을 올려다 보다 라면을 포기하고 주방을 나서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이럴 때마다 하늘이는 절망감을 느끼곤 한다.
세상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자신이 무엇을 할 수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깊고 긴 터널 안으로 들어온 듯한 마음이다.
하늘이는 책을 집어 든다.
책을 보면서 현실을 잊고 싶은 것이다.
하늘이가 그러고 있을 때 희영이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간다.
하늘이의 간식을 주기 위해서다.
“응? 여기에 라면이 왜 나와 있지?”
그러고 보니 가스렌지 위에 냄비에 물이 들어 있다는 것을 본다.
자신이 해 놓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혹시 하늘이가 그랬나하는 생각을 하다 문득 가스벨브가 하늘이에게는 너무 높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
얼마나 실망을 하고 좌절을 맛보았을까?
희영은 하늘이의 방문을 노크한다.
하늘이의 음성을 듣고 문을 열고 들여다 본다.
“하늘아!
엄마가 간식을 해 놓았는데 주방으로 오지 않겠니?“
”네!
“하늘이의 음성은 힘이 없다.
희영은 자신이 하늘이의 마음을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하늘이의 표정을 살핀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행복의 가정의글 오늘도 일향님감 합니다
함께 해주시고 정성을 다하시는 댓글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더욱 풍성하고 보람된 날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행복한 이시간 인사 드리고 갑니다...
함께 해주시고 정성을 다하시는 댓글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더욱 풍성하고 보람된 날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알콩 달콩 부부가 이리도 저리도 살아가는 이뉴네요 일향님
아침에 좋은글 쉬어 갑니다^^
함께 해주시고 정성을 다하시는 댓글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더욱 풍성하고 보람된 날이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름다운 시간 오늘도 추위와 함깨 합니다.
12월18일 광주에서 송년회밤을 18시부터 입니다.
행복님 시간 나시면 놀러들 오세요.010-2611-2026
김정안 드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