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다. 장충고에서 함께 생활했던 선생님들과 산행하려고 동대입구역으로 가고 있다.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한겨울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강물은 잔잔하게 은빛으로 빛나고 있다.
장충단 공원을 둘러보았다. 장충체육관 지붕위에 쌓인 눈이 정겹기만 하다. 우뚝 솟은 신라호텔이 돋보인다.
선생님들 만나 신라호텔 성곽길 따라 걷는다. 아직 늦가을 단풍이 곱다. 바닥에 깔린 단풍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성곽길 끝머리에서 버티고개 방향으로 가는데 오래된 소나무들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버렸다. 그 모습이 안타깝다. 빨간 산수유 열매들이 하얀 눈을 머리에 쓴 모습이 선명하니 보기 좋다. 버티고개를 지나 남산자락길 따라 매봉으로 오르는데 쌓인 눈이 멋진 설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매봉에 올라서니 눈아래 펼쳐지는 한강변 모습에 여기가 천하제일의 전망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흐려 선명하지는 않지만 눈아래 펼쳐지는 한강변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눈을 들어 북쪽을 바라보니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한 눈에 조망되니 정말 좋다. 일행들 좋아하는 모습에서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다.
매봉지나서 계단길 걸어 옥수동에 도착하여 888년에 지어졌다는 미타사를 둘러보았다. 서울 사는 사람들 옥수역근처에 미타사라는 절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대웅전 뒤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어 절이 들어설 수 있는 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미타사는 처음이란다. 나는 몇번 와 봤는데ㅡㅡㅡ.
옥수역을 지나 달맞이 근린공원에 오르니 80미터 높이인데도 한강이 바로 코앞이라 탁트인 전망이 정말 좋다. 여러번 왔는데도 그래도 좋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또 왔다. 싫증나지 않은 풍광을 제공해주니 명당자리이다.
달맞이공원을 지나 봄이면 노란 진달래가 뒤덮는 응봉산에 올랐다. 서울숲과 강남 풍광과 관악산 청계산이 한눈에 들어오니 명당자리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저멀리 오뚝 솟은 롯데타워와 수십층 빌딩들과 아파트들에서 서울이 국제도시 못지 않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서울숲 부지를 다른 용도로 쓰지 않고 공원을 조성한 것은 백번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서울숲이 있어 더 아름다운 풍광이다. 그냥 보기만 해도 배부른 느낌이다. 서울은 진짜 天惠의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