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에 위치한 장룡산은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산행거리가 짧고 별로 특징이 없는 것 같아 그냥 보류하고 있었는데 한여름에 긴 산행을 하기도 그렇고 해서 이번에 친구를 따라 올라가보기로 했다.
용암사를 들머리로 하여 오른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용암사.
신라 진흥왕 13년(552년)에 창건했다고 한다.
옥천 용암서 동, 서 삼층석탑.
보물 1338호인 이 석탑은 일반적인 가람배치와 달리 대웅전의 앞이 아니라 사방이 한 눈에 조망되는 북쪽 낮은 봉우리에 있다. 석탑이 사방의 조망권이 확보된 위치에 건립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이르러 성행했던 산천비보(山川裨補) 사상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천비보사상이란, 탑이나 건물을 건립해 산천의 쇠퇴한 기운을 북돋아 준다는 것이다. 같은 모양의 석탑 2기는 이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렸다. 자연 암반 위에 건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층 기단을 갖추고 있으며, 동탑은 4.3m, 서탑은 4.1m로 규모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서탑의 경우 2층과 3층 탑신의 몸돌이 결실되어 새로이 보충해 놓은 것이다. 각 부의 양식과 석재의 결구 수법에서 매우 간략화된 수법을 보이고 있는 이 탑은 현재까지 확인된 산천비보사상에 의해 건립된 석탑 중 유일하게 쌍탑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용암사.
해발 424m에 위치한 운무대에서 바라보는 운해와 일출이 미국 'CNN go'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50 곳에 포함될 정도로 뛰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낮게 깔린 구름은 마치 춤을 추듯 일렁이고 운해를 품고 떠오르는 붉은 해는 수묵화 같은 산봉우리마저 짙게 물들인다.
이처럼 일출이 함께 하는 운해는 절경 중의 절경으로 동트기 전부터 전국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며, 특히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겨울 새벽 찬바람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네.
하지만, 이 시간에 오르는 우리는 확인할 길도 없거니와 별 감흥을 느낄 수도 없는 일이니...
천불전 내부.
옥천 용암사 마애여래입상(충북 유형문화재 제17호).
옥천 용암사 뒤편의 대형 암벽에 새겨져 있는 마애여래입상은 통일신라시대 혹은 고려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란 '암벽에 새겼다'는 뜻이고, '여래'는 '진리로부터 진리를 따라서 온 사람' 이라는 뜻으로 부처의 덕성을 표현하는 열 가지 이름 중 하나이다. 불상 위에 드러난 암반은 비바람으로부터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지붕을 얹어 놓은 듯하다. 불상은 연꽃 대좌 위에 발을 좌우로 벌리고 뒤꿈치가 서로 닿을 듯이 어색하게 서 있으며, 몸 주변의 광배는 마치 불꽃을 표현한 듯 하다. 눈은 감은 듯 가늘고 귀는 늘어져 어깨에 닿아 있으며, V자형의 규칙적인 옷 주름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다. 목에 있는 세 개의 주름은 삼도인 번뇌, 업, 고통을 상징한다. 광배, 연꽃대좌, 입술, 옷 등에는 붉은색을 칠했던 흔적이 있는데, 이처럼 색이 남아 있는 마애불은 매우 드물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중 이곳의 용바위에 올라 서라벌을 향해 통곡했다고 한다. 이후 신라의 후손이 마의태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 불상을 조각하였다고 하며 마의태자불이라고도 부른다.
전망대까지는 대부분 계단이 놓여 있다.
운무대 가는 길이라고 표지판이 붙어 있는데 어느 곳이 운무대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1 전망대를 가리키는지 아니면 제2, 제3 전망대를 가리키는 것인지...
제3 전망대.
이곳까지는 금방 오를 수 있다.
제3전망대에서 잠시 쉬면서 옥천읍을 내려다본다.
날씨가 맑았으면 좋았을 걸...
제2전망대.
제1전망대.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는 등로 사이 양 옆에 서로 마주하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 오르면서 뒤돌아본 제2전망대(좌측)와 제1전망대.
사목재 갈림길.
장령산을 넘어 휴양림 방향으로 내려섰다가 돌아 이곳에서 우측으로 약 0.5km 거리에 있는 사목재에서 다시 이곳으로 올라와 내려갈 것이다.
이곳까지 올라오는데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이지만 높은 습도에 바람조차 거의 없어 벌써부터 온몸은 땀으로 목욕을 하고...
하지만 능선에 올라서니 때때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니 그나마 조금 낫다.
다시 경사가 약간 심해지고...
짙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서대산.
이후 능선을 진행하는 동안 서대산은 우리와 계속 함께 했다.
계단을 올라서면 거북바위.
장령산.
거북바위 뒷쪽. 꼬리 부분이다.
거북바위.
거대한 바위 위에 거북이 한 녀석이 목을 길게 내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나온 능선.
거북이 등에 한 번 올라 타보았다.
하지만 감흥은 별로...
거북 바위 아래에서 자라는 어린 소나무 한 그루.
지나와서 돌아본 거북바위.
왕관바위 앞에 도착.
우측으로 우회로가 있으나 바로 넘어가는 편이 좋다.
왕관바위 틈새로 들어가면,
이렇게 빠져나온다.
지나와서 돌아본 왕관바위.
하지만 도저히 왕관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어 바위 구간을 지나가지만 어려운 곳은 전혀 없다.
뒤돌아본 왕관바위.
제2주차장갈림길.
왕관바위에서 약 20분 걸렸다.
장령정에 올라간다.
바람도 약간씩 불어오니 시원하여 주위도 조망하며 한동안 쉬어간다.
옥천읍.
미역취.
장찬리 고래마을 갈림길.
1코스갈림길에 도착.
오늘 우리라 올라온 곳으로 와서 정상을 밟고 다시 같은 코스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정상에 들렀다가 되돌아와서 1코스 방향으로 하산할 것이다.
장령산(656n).
원래는 장룡산으로 불렸는데 1995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사방이 가로막혀 딱히 볼 것이 없어 여기서 식사를 하고 1코스 갈림길로 돌아가 하산하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하산 도중에 갈림길이 나와 우측 등로를 이용하여 내려가는데 점점 심해지는 경사에다 나중에는 길이 끊겨 버렸다. 희미한 흔적도 찾을 수가 없어 내려다 봤더니...
세상에!
엄청난 급경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도로 올라와서 좌측으로 내려가니 등로는 뚜렷해지고...
괜한 알바를 한 셈이다.
내려와서 잘못 든 길 방향을 올려다보니 수직으로 그냥 내려꽃히는 절벽이나 마찬가지었다.
마침내 휴양림갈림길 나무데크에 내려섰다.
휴양림은 진행방향 직진. 우리는 우측(보이는 방향 정면)으로 진행한다.
데크길이 끝나면 임도로 연결되고...
좌우가 가로막혀 골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을 전혀 느낄 수가 없으니 이미 푹 젖은 몸 위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땀에다, 수없이 달려드는 날벌레들과 씨름하는 가운데 폭포를 만났다. 폭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실 같이 흐르는 물이 고여 있으니 그야말로 구세주를 만난 기분.
그냥 옷 입은채로 들어가니 정말로 시원하다. 몸을 물에 담근 채로 약 10여분 간 있다가 나와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폭포 옆으로는 2코스 계단길이 있었다.
2,3코스 합류점 입구.
왕관바위 등로 입구.
마른 계곡 앞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다.
분명히 등산 코스인데...
그냥 건너서 우측으로 진행한다.
건너편 우측에 버젓이 제4등산로라 적힌 표지판이 있는데...
그늘에서 잠시 쉬는 동안 누리장나무가 눈에 띄어 사진에 담아 보았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뙈약볕 아래 포장된 도로를 걸어가자니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다.
차는 꽤 오랜 기간 다니지 않은 것 같이 도로 가운데까지 칡덩굴이 뻗어 있고...
사목재에 도착.
우측 계단으로 올라간다.
산행 막바지라 그런지 함께 한 친구가 무척 힘들어 한다.
계단과 암릉, 로프구간이 기다리지만 크게 힘든 것은 없다.
하지만 산행 막바지인데다 폭포수처럼 흐르는 땀이 눈 앞을 가리니 조금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
오늘 마지막으로 서대산을 조망하고...
삼각점봉에 도착.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오전에 올라왔던 갈림길에 도착하여 좌측 용암사로 하산한다.
종각 한 켠에 있는 약수터에서 시원하게 한 잔 하는 것으로 오늘 산행을 종료한다.
도상거리 약 9km, 자주 쉬는 바람에 5시간 30분이나 걸렸다.
35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바람도 거의 없어 초장부터 땀에 푹 젖어 시작한 산행이었다.
쓸데없는 알바를 한 데다 임도인지 등산로인지 모를 도로를 한낮 뙤약볕 아래 걸었으니...
거기에다 변변한 계곡도 없어 산행 후 몸을 씻을 데도 없고 말이다.
이런 산행은 지양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