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기준권리보다 후순위로 설정된 권리와 등기부상 기재는 모두 말소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1. 예고등기는 어떤 경우에도 말소되지 않습니다.
예고등기란 현재 등기부상에 등재된 등기에 원인무효 혹은 취소사유가 있어 이를 전제로 말소소송 혹은 말소된 권리의 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제3자에게 소송이 계류 중인 사실을 알려 이해관계를 맺기 전에 조심하도록 경고하는 의미의 등기입니다.
B가 A소유의 부동산이 탐이나 등기이전에 관한 서류들을 위조하여 자신명의로 등기를 옮겨놓았다고 가정해 보면, 뒤늦게나마 소유명의를 빼앗긴 사실을 알게 된 A는 B를 상대로 B명의의 소유권 등기를 말소하고 다시 원래대로 A가 소유명의자가 되도록 요구할 수 있는데, 이때 B가 이를 거절하면 A는 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법원에 B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C가 위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C는 등기부상의 소유자인 B에게 매도의사를 타진해 볼 것이고 결국 실제 소유자는 A이고 말소소송을 통하여 종국에는 소유권이 A명의로 회복될 것임에도,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C는 B와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C는 아무런 권한도 없는 B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A가 말소를 요구해 오면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이러한 사정을 사전에 C가 알았다면 C는 결코 이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듯 말소소송이 계류 중이라는 사실을, 당해 부동산에 이해관계를 맺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주시시켜 조심하도록 경고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경고의 의미로 설정되는 것이 예고등기입니다. 예고등기는 말소소송이 계류 중이라는 사실을 등기부에 적어놓은 사실상의 기재일 뿐, 어떤 법적 효력이 있는 권리는 아닙니다.
예고등기는 그 속성상 낙찰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예고등기의 전제가 된 말소소송의 승패에 따라 말소여부가 결정됩니다. 결국 예고등기가 등재된 물건을 낙찰 받으면 낙찰자는 소송의 승패에 따라서 횡재이냐, 악재이냐가 갈리게 됩니다. 원고, 즉 말소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승소하게 되면 낙찰자는 속절없이 소유권을 빼 앗기게 되지만, 원고가 패소하게 되면 뜻밖의 횡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승패예측이 어려운 예고등기는 서너번 유찰은 기본이니까요. 그러나 확률 반반의 횡재를 기대하고 예고등기 물건에 함부로 응찰해서는 안되겠지요. 소송의 승패에 대한 확실한 예측이 전제되지 않으면 예고등기 있는 물건은 넘보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다만, 예고등기 있는 물건이라도 이미 말소소송이 패소로 확정되었음에도 미처 예고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경우라면 안심하고 응찰하셔도 됩니다. 말소소송의 승패여부는 대법원 사이트에 접속하여 나의 사건검색을 통하여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등기부상에 기재된 말소소송의 사건번호와 당사자를 대법원 사이트 나의 사건 검색 링크에 입력하면 말소소송 전반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데, 이때 소송종국 결과가 ‘원고 패’ 로 기재되어 있으면 이 예고등기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예고등기이니 마음 놓고 응찰하셔도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예고등기가 경매신청채권과 무관한 후순위 저당권 말소에 관한 예고등기라면 역시 별다른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응찰하셔도 됩니다.
예컨대, 근저당- 압류-가등기-저당권-압류-가압류 가 등기부상 순서대로 기재되어 있는데 맨 처음 설정된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 네 번째로 설정된 저당권이 무효라는 말소소송이 예고등기의 대상이라면 이는 단지 채권자들 간에 배당순위에만 영향이 있을 뿐, 낙찰자와는 무관한 예고등기입니다. 이렇듯 당해 경매절차에서 말소되는 것이 확실한 저당권에 대한 예고등기는 등기관이 직권으로 말소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의 예고등기는 낙찰자가 인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예고등기가 맨 처음 설정된 근저당의 말소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되는데, 추후 말소소송 결과 위 근저당이 말소되면 경매 신청권 없는 자에 의해 경매가 개시되어 낙찰된 것이므로 경매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낙찰이 무효화 될 수 있고 한편 맨 처음 설정된 근저당이 경매신청채권이 아니라 하더라도 위 근저당권의 말소로 말소기준권리가 뒤바뀌게 되어 임차인의 대항력과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예컨데, 근저당- 가처분-임차인 전입신고-저당권-압류-가압류 가 설정되어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비록 경매신청권자는 네번째 저당권자라 하여도 맨 앞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대한 말소소송이 제기되어 있고 그에 따른 예고등기가 등재된 경우라면, 말소소송의 승패가 확정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는 맨앞의 근저당이 말소기준권리가 되어 후순위 가처분은 소멸되고 전입신고가 늦은 임차인도 대항력을 부여받지 못하지만, 말소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여 결국 맨 앞의 근저당이 말소된다면 말소기준권리는 네번째로 설정된 저당권으로 변환되고 그렇다면 후순위로 판단했던 가처분이 되살아나고 임차인도 대항력을 취득하게 되어 낙찰자가 임차인의 보증금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고등기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 중 하나이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경매초보자분들은 예고등기에 대해 이 정도로만 이해해도 충분한데, 좀 더 심화된 공부가 필요하신 분들은 특별한 경매강의 방의 칼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후순위 가처분이라도 말소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선순위로 기재된 근저당이 채무 변제 등으로 효력이 없음에도 말소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그 다음순위로 기재된 가처분은 비록 형식적으로는 후순위라도 실제로는 선순위 가처분이 되어 말소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아니면 가처분권자가 앞선 순위의 근저당을 변제해 선순위로 올라서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처분이 후순위라고 항상 안심할 것은 아닙니다. 일견 보아 후순위라도 선순위 바로 뒤의 가처분은 선순위권리의 실효여부 혹은 대위변제 여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며 그 실효여부는 법원문건접수내역을 통하여 일응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근저당-가처분-저당권-가압류-압류-가압류 가 시간적 순서로 늘어져 있는 경우, 근저당이 채권변제로 인하여 실효된 상태라면 이 경우의 말소기준권리는 세 번째로 설정된 저당권이 되고 결국 가처분은 선순위가 되어 말소되지 않고 인수되는데(대법원 97다26104판결, 97다26111판결), 근저당의 실효여부는 법원문건접수내역에서 배당요구여부로 일응 판단해 낼 수 있습니다.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전에 설정된 근저당권자는 배당요구 없이도 당연히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자에 속하지만 일단 채권이 뒤늦게 확정되는 근저당권의 속성상 보통 배당요구와 함께 채권계산서를 법원에 접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럼에도 문건접수내역에 배당요구 혹은 채권계산서 제출의 흔적이 없으면 필히 근저당권자에게 실효여부를 문의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무에서 드문 경우라 괜한 우려라고 속단하지 말고, 초보일수록 항상 신중하게 접근하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열 번 잘해도 한 번의 실패로 그동안의 노고가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 경매니까요. 또한 저당권의 액수가 작다면 후순위 가처분권자가 채무자를 대신해서 변제하는, 이른 바 대위변제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이때에도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건물등기부에 설정된 후순위 가처분이긴 하지만 그 가처분권자가 토지소유자이고 그 내용이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구하는 것이라면 낙찰을 통하여 말소되지 않습니다. 건물의 존재가 토지소유자에게 불법이기 때문에 토지소유자가 건물을 철거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하여 가처분을 걸어 둔 것이라면 건물의 소유자가 누가 되든간에 건물철거의 의무는 떠안게 되는 것이므로 위 가처분은 말소의 필요성이 없는 것입니다. 철거가 예정된 건물을, 더군다나 철거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가처분까지 걸린 건물을 누가 응찰하겠냐 싶지만 고수들의 영역에선 상상조차 못할 기싸움들이 빈번한 만큼, 이런 경우도 충분히 낙찰이 가능한데, 이 경우 건물에 설정된 가처분은 비록 후순위여도 말소되지 않습니다.
이로써 등기부상 권리들의 말소에 대한 원리는 모두 살펴 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빠뜨린 게 있으면 언제든 지적해 주세요. 함께 공부한다는 자세로 기탄없이 질문들을 해주실 때 여러분도 저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음시간에는 낙찰로 소멸하지 않는 권리중 등기부상의 권리가 아닌, 유치권과 법정지상권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