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解脫)
미워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와진
것은 아니지만
다만 미워하는
마음을 버렸을 뿐입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다만 싫어하는
마음을 버렸을 뿐입니다
미안하다 말해야
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도 못합니다
깨달음을
전하지 못해 이프네요
가끔 부끄러워
하늘을 우러러볼 뿐입니다
감추어 둔
고백도 있지마는
이제는 모두가
부질없어 물결처럼
출렁거리며 살아 갑니다
무덤덤하게 살다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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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傾聽)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래요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 그래요
아!
인생살이 경청이 보배로다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아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한데
그게 무슨 소리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이 필 듯도 한데
마음속의 보름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네
망초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에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 보고 자꾸 절을 한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하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은 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여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이다
들숨 속에 들어온
마음속에 달이 떠오른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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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소
저 고개 넘어온
세월이 서럽소?
저 눈먼 강 넘어온
발걸음이 그리 서럽소?
왜 우셨소? 왜 감추셨소?
이젠 그대 눈물
닦아주지 못하는 이 심정
얼마나 서러운지 아시겠소?
휴식(休息)
나무야 네게 기댄다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맸고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기댈만한 사람이 없다
네 그림자에 몸을
잠시 쉬게 해다오
네 몸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아는데
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잠시만
눈을 감고 있게 해다오
이 넓은 세상에서
네게 기대는 이 순간이
가장 포근하다네
용서해다오
상처 많은 내 영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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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초더미
보란 듯 멋지게
살아보자 했건만
역부족일 때
스스로 고통을
덜어내기 위해선
스스로 무너지는 길뿐이다
세상으로 향하는
문과 창 모조리 닫고
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돌아와
아아,
천연덕스럽게
돌아눕는 나의 건초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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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전진
우리는 이제
누구도 비난하지 말고
앞으로 돌진하자
오늘을 안다는 자 누구냐?
결국
확실히 아는 자
아무도 없거늘
그대,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 말고
용감하게 덤벼들라
그리다 보면
산도 되고 강도 되고
사람도 있는
풍경이 되는 것을...
끄트머리
물은 조용히 맨
걸음으로 길 나선다
처음 물길 따라
순조롭게 내려가고
다시 힘내어
도전의 줄기 따라가며
자연에서 내려오는
구불길 흘러서
합류한 물줄기
분주하게 설명하며
굽이치는 거친 물살
극복해 나가며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벅찬 용기로
수로 끄트머리
찾아가는 생명 줄기
물 흐르는 역동의
힘 따라 자라나는 들풀
수려한 초록 장단에
새들 날아오르며
구름 쪼아 대고
물속 돌멩이 구르면서
환한 때깔의 완만한 물길
수풀 아래 송사리
모여드는 곳으로
햇살 정이 드는
징검다리 건너가면
바람과 소나기
철없이 나서고
사람과 새들도 모이며
물길 열리는 끄트머리
떼창
온 가족
사람들이 모이면
공중을 맴돌며
떼창 해 주는 까치들
시간이 가면
서서히 달 아래 별빛 아래
어디선가
우엉우엉 우는 부엉이
소리가 가만히 들려 온다
여유만만 거북아
암말 말고 걸어라
앞을 향해 걸어라
지렁아,
배는 아프지만
앞만 보고 기어라
너희를 반겨줄
꽃잎은 매년 하늘에
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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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觀照
해돋이가
아름다운 것은
기다림과 희망이지요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그리움과 비움의 준비지요
왔다가
간다는 것 그것은
그냥 두고 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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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김판출 시(詩)방
해탈에 관한 시
김판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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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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