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의 태동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역사.
로큰롤Rock'n Roll은 그 출발에서부터 이미 상류층의 문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 이름의 의미가 '성행위'를 뜻하는 흑인들의 은어였음은 이미 많이 알려진 것이다. 또 그 음악의 뿌리가 하층 계층인 흑인들의 블루스Blues와 백인 하층민의 컨트리Country의 교합체임도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다. 음악 자체가 상류사회에서 유행할 만한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었는데도 빠르게 대중 전체에게 확산된 것은 대중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영화와 TV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 로큰롤Rock'n Roll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계기는 1955년 영화 <블랙보드 정글Blackboard Jungle>의 주제가로 쓰인 빌 헤일리의 'Rock Around the Clock'였다.
그저 단지 몇몇 클럽에서 연주되던 록음악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바로 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등장과 함께이다. 그는 정말 너무나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화려한 용모와 타고난 음색, 천부적인 스타 기질까지 두루 갖춘 그에 의해 록Rock은 드디어 시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모든 사람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성숙시킬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록은 한 동안 여러 군소 영웅들에 의해 조금씩 그 모양을 다듬어가고 있었으나, 그 뒤 나타난 영국의 4인조 그룹은 록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꿔놓았다. 바로 비틀스Beatles의 출현이다.
앳되지만 귀공자 스타일의 말쑥한 용모와 뛰어난 음악적 재능. 그동안 엘비스 류의 단순하면서 감각적인 음악에 익숙했던 많은 사람들은 비틀스라는 신인의 세련된 음악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아니 충격 이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영국, 아니 전 세계 대중음악에 끼치고 있는 그 영향을 보면 말이다. 그들은 정말로 대단했다. 단지 부나 명성만을 쫓았던 것이 아니라 '진짜 음악'을 추구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모든 록의 장르들이 비틀스가 한 번쯤은 시도했던 것이니 얼마나 그들이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들의 등장 이후 곧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면서 록은 드디어 그 내용이 풍부해지기 시작한다. 즉 전쟁에 대한 반발이 사회 전반에 대한 반항으로 이어져 미국에서는 밥 딜런Bob Dylan 같은 가수들이 신랄하게 현실을 비판하며 체제에 저항했다. 한편으로는 극단적으로는 히피Hippie 같은 현실도피적인 문화가 일어나 마약 등을 권장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반면 영국에서는 비틀스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진보적인 록을 하는 그룹들이 생겨났으니 바로 딥 퍼플Deep Purple,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등이었다. 그들과 더불어 하드록Hard Rock, 프로그레시브록Progressive Rock, 헤비메탈Heavy Metal과 같은 여러 장르들이 그 출발을 맞게 되었던 것이다.
1970년대에는 펑크록Punk Rock이 등장하게 된다. 물론 다른 장르들에서도 레드 제플린Led Zepplin이나 제프 벡Jeff Back 같은 뛰어난 로커들이 당대의 록을 더욱 성숙시키고 있었지만 그 시대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장르는 펑크Punk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경제공황으로 잃어버린 미래에 대한 자신들의 꿈, 그것의 부서짐에 대한 화풀이를 이 장르를 통해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비메탈도 아니면서 파격적인 스테이지 매너, 아트록도 아니면서 폐부를 찌르는듯 날카로운 가사들. 그래서 1990년대 세기말에는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네오펑크Neo Punk가 나오기도 했다.
1980년대는 록의 중흥기였다. 록은 성숙할대로 성숙해진 모습들을 보였다. 장르는 벌써 빠진 게 없는 듯 다 나와 있었고, 단지 부분적으로 드러난 각 로커들의 음악적 견해 차이에 따라 더욱 세심하게 다듬어질 뿐이었다. 특히 헤비메탈은 전자악기의 발전과 함께 그 파워도 놀랄 만큼 커지고 연주자들의 기교도 놀랄 만큼 발전했다. 덩달아 사람들은 더 강하고 자극적인 음악을 원했고 결국 데스메탈Death Metal이니, 둠메탈Doom Metal, 스래시메탈Thrash Metal 같은 반사회적, 반종교적 장르까지 나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가사와 스테이지 매너가 문제지만, 그들의 음악만은 정말 놀랄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이렇게 다양하다 못해 복잡하게 뒤섞여버린 1980년대 후반부터 록은 조용히 그 발전 방향을 모색해 나갔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고 보여질 만큼 너무 비대해져 버린 탓이라고나 할까. 한동안 언플러그드 콘서트Unplugged Concert가 유행하기도 하고, 뉴에이지New Age라는 환경음악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1990년대 록은 얼터너티브Alternative를 만들어낸다. '차선의' '대안적인'이란 뜻의 그 음악은 복고적인 냄새를 풍긴다. 그러면서도 그 진행은 과거의 펑크Punk를 닮아 예측불허다. 모든 것이 풍족해 보여도 결코 만족할 수 없는 당시의 세계 젊은이들은, 희망을 말하면서 불안한 코드 진행으로 모든 것은 거짓이라고 까발려 버리는 이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하지만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말했듯이 이 장르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라고 불려선 안 된다. 그의 말처럼 그들의 정신을 살린 그런지록Grunge Rock이라고 불리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고 불리든 말이다. 왜냐하면 록은 대안을 찾아야 할 만큼 늙지 않았기 때문이다. 늙은 것은 록이 아니다.
많은 사회학자나 대중비평가들이, 혹은 록 마니아들이 그 록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정의를 내려보려 시도했다. 하지만 결코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 록이다. 그 자체가 시대에 따라 인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 나가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까닭이다. 록의 정의는 그 시대시대의 성격들과 그 당시의 시대 상황 간의 관계들을 규명하는 단계에 그칠 수밖 없다.
하지만, 시대들을 이어주는 커다란 줄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반항'이다. 인간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본연적으로 자유를 추구하는데, 그 자유 추구에 따른 반항 말이다.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이 반항적인 것은 아니어서 때로는 현실과의 조화를 꿈꾸기도 하고, 자연에의 회귀를 노래하기도 하고, 이성 간의 아름다운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럼 무엇이 또 있는 것인가? 바로 '말하고 싶은 바'가 그것이다. 록은 우리의 꿈과 이상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그것도 시대의 어떤 억압이나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목소리로 말이다.
록은 소위 운동권이 말하는 외국 저질문화도 아니며, 제국주의의 첨병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규제가 만연한 사회에 젖어온 우리에게 처음에는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자기가 알아서 자정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피하기보단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여서 거기서 새로운 우리만의 록을 창출해낼 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뮤지션들이 록을 중흥시키기 위해 활발한 노력들을 펼쳐왔다. 하지만 세계 6위의 음반 판매 시장이면서도 짜깁기식의 댄스곡이나 맨날 사랑타령인 발라드로 도배해 버리는 음악 프로를 보면 여전히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날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의 로커의 세계적인 공연을 보는 것을 꿈꾸는 것이 터무니 없는 상상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