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의 징검다리>를 읽고
서울시의 온갖 쓰레기를 모아 두 개의 큰 산을 이뤘던 난지도가 멋진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기 전 빈민구제 및 청소년 선도를 목적으로 세워진 난지도 반석교회(장경환 목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반석교회의 주위 환경은 열악하다는 표현을 넘어 여기서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의심이 생길 정도로 숨을 쉴 수 없는 매캐하고 코를 찌르는 쓰레기 냄새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쓰레기장을 뒤지는 넝마 꾼들과 갈 곳 없는 가난한 사람들만이 남아 판자촌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냄새뿐 아니라 유난히 파리도 들끓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새카맣게 몰려드는 파리를 쫓아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헐벗고 굶주린 주위 분들을 보고 있노라며 절망 자체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그곳에서 목회하시는 장 목사님과 사모님은 세상 사림이 아닌 초월한 존재로 잔잔한 미소를 띠시며 일관되게 섬김의 자세를 보이셨습니다. 그분들은 제 눈에 예수님의 모습처럼 비쳤습니다. 제가 때로는 목회 환경에 불만을 가질 때마다 이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스스로 질책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오늘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예수님의 마음을 지니신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천국의 징검다리>라는 수필집을 내놓은 김무경 목사님이십니다. 이분은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인 실로암 효명의 집에서 사회복지사 겸 원목으로 섬길 때 겪었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기록하였습니다.
수많은 시련을 겪으며 시력을 잃고 중증장애인으로 어느 한 사람 온전하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보지도 듣지도 때로는 언어 표현도 적절하지 않은 사람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들, 그들에게 다가가 품어 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으로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난지도에서 만났던 장 목사님과 김무경 목사님이 겹치면서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나라면 도망쳐 나올 법한 환경에서 어떻게 10여 년을 한결같이 섬길 수 있었을까요?
하나는 자기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에게 측은지심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시각장애인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고, 맹아원에서 자라면서 많은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시력을 되찾은 은혜의 체험이 있었습니다. 아픔과 은혜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초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천국에 대한 확신이라고 여겨집니다. 세상이 거칠고 소망이 없을 때 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천국의 소망이 모든 것을 이기고 밝은 쪽으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겠지요, 이 소망을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뤄짐을 알고 수많은 분에게 소망을 베풀었던 김무경 목사님의 이야기는 제 마음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감동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