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둥이 낚시도 낚시냐고 빈정대는 사람이 있을 걸로 안다. 그러나 낚시의 본질이 무엇이던가. 우선 사람의 식량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신석기시대 유적지를 발굴하면 짐승뼈로 만든 낚시바늘이 출토되는 것이다.
각설하고....
낚시는 '손맛' 때문에 한다는 최형을 배려하여 그를 또 꼬셨다.
- 최형, 왕포라는 곳에서 방파제 낚시를 할 수 있는데 그냥 넣었다 하면 나온당게요.
모항의 숙소에 가족들을 두고 나와 최형, 그리고 최형의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을 데리고 왕포 방파제로 들어섰다. 바닷물은 만조가 되어 곰소만을 그득히 채워놓았다. 망둥이 낚시는 들물 때 하는 것이다. 썰물 때 햇볕에 노출된 갯벌은 영양분을 재충전해놓아 망둥이 같은 저서생물이 살판났다고 몰려드는 때가 들물때인 것이다. 나는 그놈들의 생리를 잘 안다.
우리는 방파제 끝으로 갈 것도 없이 갯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갯지렁이를 매달아 휘익 던졌다. 바위에 낚시바늘 걸릴 염려가 없어서 좋았다. 맘 놓고 던져도 되니 이 을매나 좋은가.
넣자 마자 입질이 왔다. 당겼다.
우와! 옆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이후 1시간 동안 나는 계속 망둥이를 건져내다시피 하였다. 미끼를 두개 끼우면 두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나왔다. 먹이를 깊이 삼켜 바늘을 빼내는데 애를 먹었다.
옆의 최형은 영 신통치가 않다.
- 어이, 최형. 입질이 오면 바로 채지 말고 한 템포 늦추어서 땡겨보쇼.
민물낚시엔 프로급인 그는 영 손맛을 못보고 있었다. 나는 최형 아들에게 릴낚시 던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랬더니 그녀석도 심심치 않게 잡아올리며 신이 나 있다.
망둥이란 놈은 1년생이다. 봄에 태어나 가을이면 아이들 팔뚝만 하게 다 자란다. 이놈을 운저리라고 부른다. 그래서 가을 망둥이는 예로부터 일삼아 했던 것이다. 이놈들을 잘 다루어서 가을볕에 바짝 말려놓았다가 한겨울에 무우를 썰어놓고 빨갛게 지져놓으면 아주 맛있는 밥반찬이 되는 것이다.
벌써 해가 칠산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져간다. 망둥이를 잡아 담아놓은 아이스박스가 반쯤 찼다. 우리는 자리를 정돈하고 철수를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마늘님들에게 허언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망둥이를 못잡으면 곰소에 가서 매운탕 거리를 사오기로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다.
경쾌한 기분으로 마동을 지나고 아홉뀌미(마동에서 모항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해변도로)를 감아돌아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이놈들을 잘 다루어 요릿감으로 만드는 일이 남은 것이다. 수돗가에 잘팍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칼날로 망둥이 등을 긁고 배를 따는 일은 쉽지가 않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집주인인 친구가 돌아왔다.
- 어이 그건 그렇게 허는 것이 아녀,
그는 담벼락에서 호박잎을 따오더니만 호박잎 이면의 까칠까칠한 곳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수십마리의 망둥이를 깨끗하게 닦아놓았다. 과연---
그리고 호박잎을 펴서 땅바닥에 깔더니 망둥이 배를 따서 나온 내장을 그 호박잎에 차곡차곡 놓았다. 다 끝나면 이를 통째로 텃밭 가생이에다가 휙 던져놓으면 훌륭한 거름이 되는 것이다. 붕어 내장을 따서 비닐봉다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릴 때의 찝질한 기분을 수없이 맛본 나로서는 속이 다 후련할 정도로 통쾌했다.
고추장을 듬뿍 풀고 호박을 숭숭 썰어넣어 푹 끓였다. 마당에 돗자리를 펴놓고 밥상을 차려 모두 다 포식을 하고도 남았다.
친구의 구수한 말이 이어진다.
- 아 저 곰소만이 말여 찬장이나 마찬가지이여, 누구 손님이라도 오면 그냥 나가서 몇놈 건져오면 되고, 글고 저그 할목에 가면 바위에 고둥, 청각, 쥐총 이런 것들이 지천으로 널렸응게. 아 근디 거 미친놈덜 머던다고 갯벌을 막는당가. 아 방조제 막고부터 괴기가 점점 안잡히더니, 아 인자 멸치어장은 다 죽어버렸고, 올해 쭈꾸미어장서 다들 천만원도 못벌었당게. 작년까지만 해도 최고 못헌 사람이 이천만원은 벌었어.
- 그려, 새만금간척사업은 허지 말아야 혀. 옛말에도 있잖여. 뻘에서 밭의 열배 소출이 난다고..